"나, 도지사 김문수인데요..."보다 더 절망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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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myvoice)등록 2011.12.29 13:12
119 근무자는 일단 전화를 받자마자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히는게 맞습니다.
그점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소방관이 잘한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당시 통화녹음 음성파일을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김지사는 수전자가 자신을 알아보고,  군기 바짝 들어간 목소리로 복명하며
벌떡 일어서서 부동자세로 전화받을 것을 기대했는데 그렇지 아니하자
"어 이거 봐라..나를 몰라? 슬슬 괘씸해지네...?" 하는 심정이
억양과 음성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근무자 입장에선 김지사라고 하며 계속 관등성명을 밝히라고만 하니
장난전화라고 짐작했을 거고요.

둘 다 당시 처했던 상횡이 이해는 갑니다.
그러하나, 굳이 잘잘못을 따지자면, 김지사 쪽의 잘못이 훨씬 더 커 보입니다.
근무자도 아주 일찌감치 장난전화라고 확정지어버리고
최소한의 근무수칙을 안지킨 잘못은 있습니다.

그러나, 경기도내 모든 공직자들의 최고 책임자이자 인사권자인 도백이라면,
소방관이 장난전화라 생각하고 수칙을 지키지 않을수록
일단 점잔케 타이르며, 자신의 이름 석자 외에
자신이 진짜 도지사이고, 용무가 있어서 전화했다는 점을
소방관으로 하여금 확실히 알게 하려는 시도는 했어야 합니다.

뭐 이정도만 해도 되잖아요.
"격무에 고생이 많다. 남양주 노인병원에 현장업무차 왔는데
환자수송체계 관련 물을 게 있다" 라고 말하면...그렇게 '가오' 빠지는 일 일까요?

왜 자기 목소리와 이름만 들으면 다들 굽신거리며
"아 그렇습니까, 지사님!!! 이렇게 긴급전화로 전화를 다 주시고...
정말 영광입니다!!!" 라고 말 하길 기대하지?

아시다시피, 전화라는게 상대방 신원파악이 안된다는 것은 상식 아닙니까?
그러므로 소방관이 김 지사인 줄 몰라봤다고 혼 낼 수는 없는 거지요.
김 지사, 참 협량하네요.
명색 일국의 지도자를 꿈 꾼다는 사람이
그렇게 뼛속 깊이 권위의식에 찌들어서야 어디...지금 대통령과 뭐가 다르겠습니까?
안봐도 비디오 아닌가요?

하긴..."정조 세종대왕 다 합쳐도 이명박대통령의 반도 못 따라온다"고
말한 사람이니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만...

왜 그 당에는 그런 사람들이 그리 많은지...
아니면 그런 사람들만 모인건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들이 없어요.

더 가관인 것은, 그리고 제가 절망하는 것은, 지금부터입니다.
경기도 소방방재본부가 김 지사 통화내용 녹음파일을 긴급 하달했다는 대목입니다.
"잘 듣고 지사님 목소리 외워두라"고요.
정말 이 나라 공무원들은 구제불능 아닌가요?
비상대기 및 긴급출동이 생명인 소방관들에게
'지사님 목소리파일' 나눠 주면서
수십번 리플레이해서 잘 듣고 목소리 귀에 익히라고???

이 나라 공무원들 의식구조는 지구의 마지막날까지도 안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자,
절망이란 단어 밖에는 떠오르지 않습니다.

경기도민 인 게 이렇게 수치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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