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새로울 것이라고는 별반 없는데, 연말과 새해만 되면 무슨 연례행사처럼 왁자지껄한 송년 모임과 거창한 행사들로 몸이 축난다. 그런데 올해는 그것마저 에너지절약이다, 어수선한 시국 등을 핑계로 축소되자 주변에선 새해가 밝았어도 새해 온 것 같지 않다고 호들갑이 이만저만 아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 탯줄 하나에 의존해 연명하던 핏덩이가 고귀한 울음과 함께 세상과 맞서야 했던 공포를 떠올려 보라. 보잘것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낯선 환경의 무지막지한 시험기를 잘 견디고 버텨낸 1년여, 우리네 부모님은 이 날을 기념하기 위해 돌상을 차렸다. 그리고 삶의 반을 이겨냈으니 이젠 스스로 그 반을 잡아보라고 돌잡이를 준비하셨다. 둘둘 말린 명주실 다발, 붓 한 자루, 그리고 활이 그것이다. 온양민속박물관에는 구지뽕나무로 만든 용 모양 활을 전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반 뽕나무와 달리 구지뽕나무는 가지에 가시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나무도 가시가 있는 것이 더 쓸모가 있나 보다. 최근에는 겨우살이, 하고초, 느릅나무, 와송과 함께 5대 항암약초로 대접받고, 예전에는 재질이 잘 휘고 단단해서 나무로 만든 활 중에 최고로 쳐 이름도 활뽕나무란다. 이 돌상 활은 돌잔치용으로 특별하게 만든 것으로 구지뽕나무의 가시를 잘 다듬어 머리 부분은 용두로 조각했고 뿔도 표현하는 등 신경 좀 썼다. 또한, 가지를 적절히 다듬어 다리와 꼬리를 배치하는 등 절묘하게 만들었다. 몸통은 온통 용 비늘로 새기고 그 사이에 용궁(龍弓)이라고 이름 붙였으며, '도덕문장수복(道德文章壽福)'을 기원하는 글씨를 새겼다. 자라서 뜻을 사방에 펼치라고 기원하며 돌날 아침에 동산에 올라 사방으로 뻥대쑥 화살을 쏠 때 사용하였다. 사람에게는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몇 번의 기회를 만난 것일까. 어떤 이는 천금과 같은 기회가 온 줄도 모르고 부지불식간에 놓쳤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이제 마지막 기회를 남기고 단 한 발의 화살을 당기기 위해 활시위를 고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은 돌상을 차리듯 누구나 기회를 발휘할 수 있도록 사회를 만들고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용 #용궁 #구지뽕나무 #온양민속박물관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