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이 외면하는 기간제 교사의 겨울은 더 춥다
한국교육개발원 조사결과 정규직 교원에 대한 중등기간제교사의 비율이 2011년에는 11.3%, 2000년에는 3.1%로 10년 사이 무려 4배 가까이 늘었다.
이제 기간제 교사 없이는 교육할 수 없는 학교 현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정규교사와 동일한 양의 수업과 업무, 아니 그 이상을 하고 있는 기간제 교사가 여러모로 차별대우를 받는 사례를 접하기는 그닥 어렵지 않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가 정치․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지금, 교육계는 얼마나 이를 시급한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학교현장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는 기간제 교사가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관리, 감독하고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해 가장 앞장서야 할 책임이 있는 당사자는 교육청이다. 하지만 교육청은 "계약직 교원 임용권은 학교장 재량이다"라는 말과, 시정조치토록 노력하겠다라며 형식적인 답변만을 일삼는다.
최근 기간제 교사의 임용기간을 모집공고와 다르게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단축하여 교육청에 보고한 사례가 있었다.
▲ 자료1. 광주 모 중학교 모집공고문. 임용예정기간 일년임.
ⓒ 이건진
광주 모 중학교에 기간제로 근무하던 H교사는 지난해 11월 중순에서야 자신의 계약기간이 기간제교원 모집공고에 따른 2011년 3월1일부터 2012년 2월 28일 까지가 아닌, 12월 31일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012년은 2월 29일까지임에도 확인하지 않고 공고를 냄) 심지어 그 계약서에는 본인의 도장만 빠진 채 서류철 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대해 관리자에게 항의하자 관리자는 "담임을 맡지 않는 기간제는 당연히 12월까지다. 감사원 지적 사항이었다."라고 답변하였다. 교육청에 문의해보았으나, 같은 대답. 계약기간 정상화를 요구하였으나 그렇게 할 수 없다는 학교장의 답변에 결국 H교사는 사표를 제출하였다.
논란의 여지가 많은 교육청 기간제 지침
▲ 자료 2. 광주시교육청 계약제교원운영 지침 중 ‘보수 등 처우’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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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3. 같은 지침 p14 질의응답사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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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를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학 중 임용하고 보수 지급하라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학교현장에서 기간제교원 방학 중 임용은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료 3 질의응답사례에서는 방학 중 임용에 대한 구체적 조건을 제시한다. '방학 중 특정 직무 부여'. 지침에 따른 해석과 질의응답에 따른 해석이 확연히 다를 수 있음을 나타내는 예라 할 수 있겠다. 도대체 '방학 중 특정 직무'라는 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혼란을 겪은 관리자와 행정실은 '특정 직무를 부여하지 않으면 임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말하는지 헷갈리므로 확실한 담임이 아닌 이상은 골치 아프니 임용기간 단축하자'로 엉뚱하게 결론을 내린다. 교육청의 지침이 이렇게 학교현장에서 자기식대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청 지침, 학교별 자의적 해석에 따른 부당한 사례
(교육청은 비정상적인 사례가 아니라고 판단함)
▲ 자료4. 광주시교육청에서 조사한 기간제 채용관련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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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4의 A교사와 B교사의 사례는 애초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게 되었던 사례와 유사하다. 버젓이 중간에 계약기간이 변경되고, 겨울방학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일이 학교현장에서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조사해본 결과 비정상적인 사례가 없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또한 학교는 기간제 교사가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심지어 C교사는 계약기간이 6개월 이상이며 계약기간 만료가 방학시점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측은 중간에 끼어 있는 여름방학을 계약기간에서 제외해버렸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수 지급을 할 수 있음에도 학교에서는 무슨 특별한 사정이 있었기에 적극적으로 계약기간에서 여름방학을 제외했는지 의문스럽다.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방학 중 보수를 지급하도록 하기 위해 만든 교육청 지침과 어긋나게 행정 처리를 하는 학교가 있음에도 부당사례가 없다고 말한 이유는 무엇인지, 교육청 또한 지침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닌지도 의문스럽다.
결원 기간만큼 기간제 임용이 상식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의 결원을 보충해주는 역할로 학교에서 정규직과 똑같은 업무와 수업, 학생지도를 하고 있다. 오히려 정규 교사들이 맡기 싫어하는 업무를 맡는 경우가 많아 업무 부담이 더하면 더하지 적지 않다. 모든 학사 일정이 2월로 끝나는 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만 12월에 학교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미 업무를 맡고 있는 기간제 교사한테만 정규교사에게는 요구하지 않는 방학 중 '특정한'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은 명백한 기간제 교사 차별이다. 2월은 수업이 별로 없기에 임금지급을 하지 않는 것이 맞는 행정처리라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는 수업만 하는 시간제 강사에 해당하는 말이다. 학교 현장에서 업무를 맡지 않는 기간제 교사는 없다. 방학 때 무슨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를 자잘하게 논쟁할 필요가 없다. 기간제 교사 임용기간은 지침의 대원칙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 자료5. 같은 지침 p6 기간제 교원 임용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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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 교사의 임용 기간은 '임용 사유 소멸 시까지'이며, 임용 사유는 '교원의 결원'이다. 따라서 기간제 교사의 임용 기간은 당연히 '교원의 결원 기간'에 맞추어야 한다. 가령, 교원이 휴직을 12월까지 내었다면 기간제 교사의 임용도 12월까지이며, 다음해 2월까지 내었다면 2월까지 임용하는 것이다. 결원 기간에 맞추어 필요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교육청의 형식적인 답변
이 문제로 교육청과 면담하면서 4가지 질의/요청을 하였다.
1. 잘못을 한 해당 학교장의 책임 있는 서면사과
2. 각 학교에 부당한 계약기간 단축여부 실태조사
3. 해당 교육청 담당자의 적극적인 해명과 조치(H교사는 사건 당시 교육청 담당 장학사에게 자문을 요청했었다. 학교측 태도가 당연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4. 기간제 교사를 정규 교원의 결원기간 동안 채용하는 것에 대한 정확한 교육청 입장 표명이었다.
첫 번째 관리자의 서면사과. 관리자는 H교사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며 사과의 형식을 되려 전화로 묻는다. 민원이 이런식으로 진행된다면 피해자는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을 것이다.
두 번째 실태조사는 위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다. 부당한 사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그러한 사례가 없다고 하였다. 분명 교육청은 지침을 잘못 해석하고 있다. 교육청이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침을 해석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학교현장이 교육청보다 더 나은 해석을 할 수 있겠는가?
방학제외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아마 H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도 이와 같은 보고 공문이 왔다면 이미 알고 있었다라고 보고하지 않았을까 한다. 이런 형식적은 조사는 애초 적극적 해결 의지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는 방학기간 임용에 대한 교육청 입장 요구이다. 교육청은 '방학 중 보수 지급이 학기 중 근무에 대한 보상의 의미가 아닌 이상 방학 기간 중의 임용을 위해서는 임용 사유가 계약상에 명시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미 학교에 안내가 된 사안입니다.'라는 말을 반복하였다. 즉 비담임교사는 방학중 특정 직무가 부여되여야지만이 임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특정직무 부여를 번거롭다고 여긴 학교가 방학을 임용기간에서 제외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말이라 할 수 있다.
비정규직 교원의 처우 개선을 위한 교육청의 적극적 노력 요구
광주시교육청은 특정직무부여라는 애매모호한 문구 삭제, 방학기간이 만료시점이 아니며 6개월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방학기간을 제외한 경우, 결원기간이 일년임에도 불구하고 겨울방학을 제외하고 임용하는 경우, 갑작스레 임용기간을 임의적으로 변경하는 경우 등으로 학교현장에서 기간제 교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여야 하며, 계약직교원운영지침을 보다 적극적 해석이 가능토록 수정하여 한다.
각시도별 교육청 지침을 모두 읽으면서 얻은 공통점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적극적 의지가 미비하다는 것이었다. 공공기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계약직교원운영지침은 학교장 임의적으로 해석 할 수 있어 계약제 교원이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각각 해석에 따라 임용하기에 부당한 사례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근거도 애매모호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서류미비, 임용절차 불투명 사례에 대해서만 시정명령을 내릴 뿐, 비정규직교원에 대한 처우 개선에 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전혀 징계나 주의조치, 시정명령을 내릴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하기에 계약직 교원은 여전히 신분 불안, 부당 대우 등 차별적 요소가 가득한 학교현장에서 근무할 수 밖에 없다. 계약직교원운영지침을 보면 기간제 교원에게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은 똑같이 짊어지게 하고 있다. 책임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받는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에 더욱 적극적으로 시교육청이 나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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