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의 '비키니 논란'을 보며

사과를 바란다.

검토 완료

이홍찬(woohahahakkk)등록 2012.02.08 17:31
세상은 항상 변해왔다. 사람들의 인생관과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도 마찬가지로 변해왔다. 하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이다. 여성이 사회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은 늘어났고, 여성 스스로 개척해 온 사회에서의 권리 역시 신장했다. 이는 현재도 진행형이다. 그러나 이따금씩 이슈화되는 현상을 살펴보면 남성들의 밑바닥에 깔린 여성에 대한 의식은 과거에 비해 발전하지 않은 듯하다. 이러한 남성들의 의식을 알 수 있는 가늠자가 바로 '노출'이다.  
군부(박정희) 독재 시절에 경찰은 자를 들고 다니며 여성들의 치마길이를 재곤 했다. 당시에 규정한 길이보다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던 여성은 즉결 심판을 받았다. 사회의 건강한 풍속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옷을 입는 행위는 개인이 무엇인가를 표현하는 행동이었다. 하지만 여성들의 표현의 자유는 엄숙한 사회적 분위기 탓에 무시됐다. 독재 정치가 만든 시민들의 강제된 순응과 객체가 여성이라는 점은 단속의 논리에 저항할 힘을 빼앗았다. 군부 독재가 종식되고 여성들의 입는 행위를 통한 표현의 자유는 확대되었다. 치마길이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들의 노출 수위는 매우 높아졌지만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경제가 성장하고 자본주의의 안정기에 들어서자 여성의 노출은 비판의 소재가 된다. 단적으로 말해, 과거가 노출을 더 허용하라는 것을 요구하는 시대였다면, 어느 순간 도로 노출을 삼가라는 시대가 된 것이다. 바로 '여성의 성 상품화'가 문제가 된 것이다.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소녀 가수가 야한 옷을 입고 춤을 추는 것은 물론이요, 최근의 '나꼼수'에서 비롯된 '비키니' 논란까지 모두 '여성의 성 상품화'와 맥락이 닿아 있다. 여성을 유희의 대상으로 여기는 남성들이 있고, 이러한 수요를 염두에 두고 일종의 상업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종류의 상업은 집창촌이 무형의 형태로 문화 산업 속으로 녹아든 꼴을 하고 있다. 이러한 남성들의 의식이 비판의 대상이고 성 상품화가 현상으로 나타나는 모든 분야가 비판의 대상인 것이다.
물론 '나꼼수'의 경우는 일반적인 성 상품화 문제와는 차이가 있다.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결국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여성이 자발적으로 상품이 되기를 요구했기에 비판을 피해 갈 수 없다. 해외의 나체 시위를 거론하며 시위에 있어 여성의 성적 효과를 이용하는 것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들도 자신들의 벗은 몸을 보고자 하는 남성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 그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자발적으로든 비자발적으로든 여성을 어떤 목적을 위한 상품으로 변화시킨다는 데에 비판의 소지는 있다.
군부 독재 시절 여성의 치마를 단속하는 것과 지금의 성 상품화 문화를 비판하는 공통의 키워드는 '남성'이다. 결국 여성을 남성의 틀에 가두려는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행태가 문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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