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에 바란다] 여성할당제로 기적을 바라지 마라

민주통합당의 여성할당은 여성정치를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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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sutar)등록 2012.02.15 13:58
작년에 개봉된 영화 중에 '머니볼'이라는 영화가 있다. 돈 없고 실력 없는 오합지졸의 '오클랜드 애스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레드피트)'이 경제학을 전공한 '피터'를 영입해 기존 선발 방식과 전혀 다른 '머니볼'이론에 따라 게임의 역사를 바꾼다는 내용이다. '머니볼'이란 경기 데이터를 철저하게 분석해 오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선수들을 배치해 승률을 높이는 게임이론이다.

최근의 민주통합당 여성할당 문제를 보면서 '머니볼'을 떠올린다. 대의민주주의 정치에서 여성인구를 대표하기에 여성의원 수가 많이 부족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또한, 여성의 정치참여가 보다 많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점에도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공천의 룰과 기준을 파괴하는 여성할당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이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을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하기 위해서는 과반의석이 필요하다고 호소하는 민주통합당에게 필요한 지역 공천기준은 분명하다. 여당의원에 맞서 또는 보수정치에 맞서 승리할 수 있는 선수들을 머니볼 이론과 같이 객관적인 데이터로 평가해 승률을 높이는 것이다.

여성가산점과 여성할당제의 이중혜택이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이에게 묻고 싶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는 후보들의 최종목표가 무엇인지 말이다. 남녀 구별없이 국회의원 후보들의 최종목표는 본선에서 반드시 승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여성가산점을 부여한 경쟁에서 승리한 여성후보와 경선탈락에도 불구하고 여성할당제를 통해 부활한 여성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비교할 수 있겠는가?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나서도 투표당일 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선거판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에 나서기 위해 길게는 수 십 년 동안 지역활동을 해온 이들의 기회를 여성할당을 명분으로 빼앗는 것 또한 민주정치의 금도이다. 지난 선거에서도 힘 없고 돈 없는 후배의 지역구를 빼앗아 총선에 출마한 어느 대권후보가 국민에게 버림받았던 것을 기억하지 않는가.

15%가 아니라 30%의 여성할당이 필요하다는 이들의 주장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아니 30%를 넘어 여성 국회의원이 50%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적같은 승리를 기대하기엔 국민들의 삶이 너무 불안하다. 이명박 정부의 집권 4년간 국가성장의 과실을 1%의 소수가 독점하고 지나치게 풍요로운 삶을 사는 대한민국이다. 분배에서 소외된 서민층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출산률 꼴찌,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 최하위, 40대 남성 사망률 1위, 노인 빈곤율 1위의 끔찍한 현실 속에 고통받는 대한민국이다. 여성뿐만 아니라 99% 서민들의 곤궁한 삶을 대변하는 것이 민주통합당에게 내려진 국민의 명령인 것이다.

남성위주의 기성 정치권에서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기까지 수세기에 걸쳐 누적된 차별을 시정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적극행동(affirmative action)에 나서야 된다는 것은 진보개혁세력의 과제이기도 하다. 어머니에게 낳아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둔 대부분의 남성이 남녀평등과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에 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의 남녀성비를 맞추기 위해 비례대표 전원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안을 입안해도 찬성할 것이다. 하지만, 여성정치인이 비례대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지속가능한 정치를 펼치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여성후보를 우선적으로 영입해야 된다는 것이다. 쉽고 편한 비례대표만 찾아 '혜택 받던', 경선 룰에서만 여성임을 강조하는, '자격 갖춘'여성들이 아니라, 기성정치의 두터운 벽을 뚫가 위해 '희생 하던', 여성과 소수자의 꿈과 희망을 대변하기 위한 삶을 살아온 '자세 갖춘'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할 때 대한민국의 여성정치사에도 '오클랜드 애스레틱스'의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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