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수업시수만 있고 교육은 없다(1학년편)

주 5일제로 수업시간을 계획할 때 교육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먼저 배려(?)하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을 고발한다.

검토 완료

홍순희(suni602)등록 2012.02.26 20:22
2012년은 주 5일제가 자율적으로 실시되나, 초등학교는 전면실시에 가깝다. 주 5일제가 실시되는 목적이 토요일 수업할 것을 평일에 당겨서 수업하고 토요일, 일요일에 쉬자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주 5일제에 맞게 수업을 편성할 수 있을까?

학부모는 학교에서 하는 수업은 교육적으로 계획되어 실시된다고 믿을 것이다. 그래서 학교에서 하는 활동에 대해 옳다, 그르다고 판단해 볼 생각도 하지 않는다. 다만 학부모들은 담임교사가 학생들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지에 관심이 많다. 교사도 자신의 교육철학을 두고 1년을 계획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초등학교에서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을까?

1학년 담임교사로 아이들과 어떻게 보낼까 설레는 마음으로 학급 교육과정을 계획한다. 학교에서 교육과정을 만들면서 몇 가지 요구사항이 있다. 교과부에서 정한 기준시수를 확보해야 한다. 1학년에 830시간을 운영해야 1-2학년군 1680시간을 이수할 수 있다. 그래서 수업일수를 195일로 잡고 주당 22시간을 수업하기로 했다.

주 5일제를 운영하면서 수업내용과 수업시수를 전혀 줄이지 않은 상태로 운영해야한다. 1학년 학생들의 발달의 정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 더하기 빼기를 통해 수업일수와 주당 수업시수가 정해진 것이다. 수업시수와 수업일수가 과연 교육적으로 적절한가? 그것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연구된 바가 없다.

주 5일제 1학년 시간표를 만들어보자
학교에 영어전문강사가 왔는데 주당 수업시수 20시간-22시간으로 운영해야한다. 영어전문강사가 정규 영어시간을 수업하도록 하여 교과시간처럼 운영한다. 영어전담강사의 수업의 질을 논하는 것은 교과부나 교육청 모두 그리 중요하지 않다. 다만 영어전담강사들의 시수만 중요할 뿐이다. 작은 학교에서 3-4학년에 영어시간을 운영해도 기준시수인 20시간이 확보가 되지 않는다. 5-6학년은 영어 교과교사가 있고 5,6학년에 영어시간은 원어민 강사와 교과교사가 코-티칭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 영어전문강사의 시수를 맞추기 위해 1-2학년에 '국제이해교육'이라는 이름하에 창체시간으로 1시간을 배당하라고 한다. 어떤 교과를 빼서 창체로 운영할까? 고민에 빠진다. 수업시수가 가장 많은 국어시간 한 시간을 창체로 돌렸다. 그리고 문화예술강사가 배당되어 매주 1시간씩 무용 수업을 지원한다고 한다. 또, 고민에 빠졌다. 무용이면 즐거운생활로 통합할까, 아니면 창체로 뺄까? 무용을 즐거운생활과 통합하여 운영하기로 했다. 학교에서 정보통신 교육으로 5시간, 안전교육 10시간, 학교 특색으로 2시간, 성 교육 5시간 등으로 창체로 운영하도록 요구한다. 각 학교마다 요구사항은 다르지만 실제 담임교사가 창체로 운영할 시간은 거의 없다. 교육청, 학교, 지역사회, 각종 시민단체의 요구 사항을 창체시간으로 운영해주길 요구한다.

주 5일제에 맞춰 짠 시간표 주 5일제에 맞춰 시간표를 만들어보았다. 무분별하게 들어온 비정규직 교사들에서 수업을 맡기기위해 국어, 즐생시간을 창체시간으로 돌려 운영할 수 밖에 없다. ⓒ 홍순희


창체시간은 힘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만든 비정규직교사들이 수업의 질과 관계없이 수업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만능시간으로 운영되어지고 있다.

이 속에서 가장 피해자가 누구일까? 교육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비정규직을 만들어내고 학교에 한 번 들어온 비정규직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수업의 질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1학년 담임했을 때 가장 힘든것이 국어교과서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1주일에 1시간씩 국어시간을 창체로 빼 주면 그 어려운 국어를 어떻게 운영할까 앞이 캄캄하다.

이제 초등학교에서 교육을 말하자.
초등학교를 일자리 창출로 운영하지 말아야한다. 아무나 와서 대충 가르쳐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은 말았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 어떤 교육을 할지 진지하게 연구하고 연구된 성과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덧붙이는 글 언제부터인가 학교를 국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출구로 사용되고 있다.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보안관, 교육행정전담사, 학습자료실 전담자, 방과후 코디맘 등 배치하고 있다. 이것은 교육을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정규수업시간은 진지하게 교육적으로 연구된 성과를 통해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차라리 한 학교에 담임교사를 1명씩 더 배치했더라면 학급당 인원수 감축으로 인해 수업질, 교육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교육을 긴 안목으로 바라보며 정책이 실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