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청년비례, '닥치고 국회의원(?)'

[주장] 정체성 없는 이들에게 청년정치의 기수를 맡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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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sutar)등록 2012.02.28 11:02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가 16인으로 압축되었다. 지원율이 저조해 말도 많았던 청년비례 락 파티는 시작부터 미약하였다. 대한민국 인구 약 5000만명 중 국회의원 단 299명. 산술적인 계산으로도 국회의원 1인이 16만명 이상의 국민을 책임지고 대표하는 것이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지닌 국회의원을 대기업 신입사원 뽑듯 심사해 선발한다는 것부터가 불손했고 또 오만했던 것이다. 그리고, 선거인단 투표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들의 정체성과 경쟁력을 둘러싼 잡음 또한 창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통합당을 모르는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후보들의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 20, 30대의 생물학적 나이에도 삶이 고달픈 국민을 대변하고 책임질 수 있는 정책과 입안 능력은 충분히 갖출 수 있다. 국회의원의 정책과 입법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보좌진들 중 다수가 20대, 30대의 청년들이다. 이들은 국회에서 그리고 정당에서 일하기 전 학교 또는 사회에서부터 대한민국 정치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했고, 정치적인 소신을 실천해왔던 청년들이다. 그리고 87년 체제를 지나 386 세대 이후 잊혀지고 희미해진 민주개혁세력의 길을 조심스레 이어가고 있는 포스트 386세대의 밀알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적인 과정이 있다. 빠른 이들은 20대의 전부를 그리고 30대의 대부분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을 잇기 위해 민주당을 지켜왔다는 것이다. 백여만원의 인턴비서 월급에도, 때로는 무급도 마다하지 않고 밤낮을 지새며 정부여당의 실정에 맞서온 이들이다. 국회의원이 되는 꿈이나 이상을 펼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정치 안에서 1%의 특권층이 아닌 99% 대다수 국민들을 위해 사람의 가치를 찾기 위해 피 흘리며 싸워온 민주통합당의 기간병(基幹兵)들인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이들이 바란 것은 물질적 보상이나 여유로운 삶이 아니었고, 정의로운 정책적 지식과 험난한 정치적 소신을 지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16인 중에서 민주당의 정신을 이어가고 MB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전장에서 함께 피 흘리며 싸웠던 이들은 찾기 어렵다. 억대의 연봉을 받아온 청년후보는 있지만 무관과 무급의 척박한 환경에서도 당을 지켜온 청년들은 감히 나서지도 못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면서 질펀한 술판을 벌인 선배들을 흉내 낸 청년후보는 있지만 이 땅의 반독재·민주화운동이 내포한 숭고한 자유·평등·인권·민주의 정신을 몸으로 체득했던 이들은 잊혀졌다. 외척의 세도정치를 막으려고 한미한 집안을 간택한 왕족과 같이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민주통합당을 지켜온 아들, 딸들은 나서지도 못한 채, 당의 정체성을 확인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이들을 위해 또 다시 피땀흘려 충성할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청년비례는 민주통합당을 이끌어 갈 차세대 리더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에서 강철규 공심위원장은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젊은이에게 희망과 꿈을 찾아줄 수 있는 실현가능한 방법을 물었다. 그렇다면 민주통합당은 지금 이 순간에도 총선승리를 위해 지역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청년 당원을 위해 어떤 희망과 꿈을 준비했는지를 묻고 싶다.. 참신함을 추구한다는 미명아래 외부인물 영입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청년당원들의 희생과 헌신을 되짚는 계기가 됐어야 했다. 흥행을 위해 이채로운 경력의 청년비례후보만 찾을게 아니라 지금껏 민주통합당을 지켜오고 앞으로도 계승발전 시킬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발굴했어야 한다.

정당에 속한 청년들이 기득권을 행사하고 민주통합당의 외연확장을 반대해야는 것이 아니다. 당내뿐 아니라 외부인사들도 심사위원이기 이전에 민주통합당을 지키는 애당원의 입장에서, 또는 후배세대의 길을 열어주는 선배세대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기 바란다. 청년의 몫으로 할당된 최고위원과 비례대표는 포스트 386 정치의 시작을 열고, 민주통합당의 차세대 기수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자리다. 이처럼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위임받는다면 최소한 그들 세대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책철학을 지니고, 반칙과 특권 없이 자신의 정치적 소신만으로 묵묵히 한 길을 걷는 청년정치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 민주통합당이 필요로 하고, 청년들이 원하는 청년비례대표는 민주통합당의 색깔만 급하게 입혀 놓은 정치지망생들이 아니라 희생과 경험을 통해 뼛속까지 민주통합당을 새기고 책임질 진짜 청년정치인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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