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가 아니고 특별 채용이지요

교육부의 직권 취소로 다시 거리로 쫓겨난 박정훈, 조연희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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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창(chang54)등록 2012.03.02 18:32
10년 만에 학교로 돌아오는 후배 교사를 환영하는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6년 만에 학교로 돌아오는 비슷한 처지의 후배 교사와 함께 지난 2월 23일 서울시 교육감으로부터 발령장을 받았습니다. 3월 1일자로 한 명은 세현고등학교 교사가 되었고, 다른 한 명은 청담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한 명은 이적 표현물 한 건을 소지했다는 것으로 그 무시무시한 국가보안법을 위반한 것이 학교를 쫓겨난 이유였습니다. 다른 한 명은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학교 행정을 바로잡겠다는 생각으로 학교 재단을 고발한 것이 해직 사유였습니다.

현재의 정치적 상황을 놓고 본다면 구속 사유가 될 수 없는 사안이었고 지극히 경미한 사건이기도 했습니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었던 그를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한 것은 바로 그가 가르친 학생들의 구명 운동에서 가능했습니다. 공권력에 의해 그가 강제 구속되었을 때 학생들은 그의 무죄를 입증하는 시위를 벌였고 그를 석방시키기 위한 장기간 구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재단의 부정과 비리를 고발해서 학교에서 쫓겨난 선생님은 가르치는 것을 멈추지 못하고 골목 수업을 진행했던 선생님입니다. 학교에서 만날 수 없어 골목 '천막 수업'으로 당시 언론에서 주목 받기도 했던 선생님이었지요. 누가 봐도 그들은 하나같이 학생들에게 신뢰받고 존경받는 훌륭한 교사였습니다.

복직을 환영하는 자리에서 그들은 말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이 바로 어제 같다고 했습니다. 떠날 때 학교로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10년의 세월을 회고할 때 왜 눈물이 나오지 않았겠습니까. 떠날 때는 어찌 10년을 상상이라도 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교사로 다시 돌아오기 위해 금전적인 유혹도 뿌리치고 민중들의 살아가는 삶의 애환을 직접 느껴보겠다고 택시 운전기사까지 했던 그였습니다. 모진 10년의 삶을 회고할 때는 그의 아픔이 참석했던 모두에게 똑같이 전달되었고, 그의 목소리 떨렸으며 듣고 있는 모두 훌쩍 거렸습니다.

한 개인에게는 참으로 지긋지긋한 통한의 10년 세월이었지요. 어찌 그 한 사람만이 당한 고통이었겠습니까. 통한의 10년 해직 교사를 마감하고 지난 2월 23일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발령장을 받고 교사로 다시 설 수 있다는 설레임에 교재 공부 열심히 하겠노라 굳게 약속을 했습니다. 세태가 바뀌어 담임 교사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1학년 2반 학급 담임 맡아 정말 멋진 교사 되어 보겠다고 가슴 부푼 꿈을 이야기 했던 것 그들의 이름은 이화여자외국어 고등학교에서 해직되었다가 세현고등학교로 복직한 교사 박정훈, 동일여자고등학교에서 해직되었다가 청담고등학교로 복직한 교사 조연희입니다.

특별 채용은 바로 그들과 같은 사람을 위해 마련된 제도였습니다. 특혜라니요. 특혜라는 말이 갖는 부도덕함을 부정하고 거부하면서 살았던 두 사람입니다. 그들의 복직은 정당한 권리 회복이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서울시 교육감의 특별 채용 조건에 어긋나지 않은 방식으로 채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장관의 횡포에 가까운 직권 취소로 학교 문턱을 밟지도 못하고 다시 내 팽개쳐졌습니다.

두 교사 모두 3월 1일자로 서울시 교육감 발령을 받았고, 두 교사 모두 3월 2일자로 교육부 장관의 직권 취소로 학교를 다시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바로 오늘 교육부 장관은 그렇게 교단에 다시 서고 싶었던 그들을 다시 쫓아내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들의 교단 복귀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자랑스러운 나의 조국,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을 입안하고 책임지는 교육부가 교사를 생각하고 판단하는 수준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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