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시작됐다

모의평가는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야!!

검토 완료

노영필(nzeropen)등록 2012.03.19 18:57
지난 3월 14일 전국적으로 3월 모의고사가 치러졌다. 수능연습의 첫 시작이라고 해야 할까고3교실에서는 첫 모의고사에 기가 눌린 아이들로 크고 작은 해프닝을 겪었을 것이다. 
교실 여기저기에서 한숨소리가 터져 나온다.

"아~! 너무 속상해요."
"이런 성적으로 어딜 가요..."
"어떡해요...이럴 줄은 몰랐어요...진짜 열심히 했는데..."
짜증과 실망감과 걱정과 두려움이 뒤섞인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괜찮아~이제 시작인데~..." 위로로 꺼내려던 말문이 막히고 만다.
"전 목표한 대학을 못 갈 것 같아요. 힘이 빠져서 집중이 안돼요."

상담을 요청한 진이가 가까스로 불안감을 감추며 시무룩한 얼굴로 겨우 입을 떼더니 눈물을 툭 떨어트린다.

"진아, 정말 열심히 하던데 선생님도 속상하구나."...."근데 이제 시작이야, 너무 괘념치 말아라. 수험생에게 '조바심은 최대의 적'이야. 선생님 얘기 좀 들어보련?"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리쉬던 진이의 표정이 사뭇 달라진다.

"진아, 이번 시험을 보고 왜 실망한 거니?
"제가 목표한 점수가 있었는데 채점해보니 결과가 턱없이 못 미쳐서죠."
"바로 그게 문제야."

"네??..."

"이번 시험을 '목표'라는 개념에 가둔 네 생각이 잘못이란거야. 시험을 볼 때 많은 학생들이 강박적으로 내가 몇 점을 맞아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덤벼들지. 모의고사는 과정평가인데도 말이야. 게다가 많이 노력했던 만큼 기대심리도 컸을 테니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얼마나 큰 실망으로 다가오겠니.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시험이란 매번 긴장되고 참 힘겨운 것 아니겠니. 진아, 이번 시험은 목표와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너 자신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해보자. 어때? 부담도 줄고 새로운 활용의 가치가 생길 것 같지 않니?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자.

"어떻게요?"

"시험을 못 봤으니 너무 속상해 팽개쳐둬 버릴 일이 아니다. 당연한 얘기지만 내가 왜 못 봤는지 먼저 원인 분석을 해보자. 혹시 공부를 꼼꼼히 하지 못한 채 좋은 결과만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애매한 문제를 알고 있다고 치부하고 정확한 정리를 게을리 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학습을 못한 태도를 갖고 있는지 모두 점검해야 한다.

평상시 공부도 그렇다. 네가 하는 공부를 축구선수의 훈련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축구선수의 훈련을 최소화시켜 보면 차기, 받기, 넣기, 몰고 가기가 전부다. 그걸 날마다 기본 내용으로 하여 체력을 키우고 반복하는 과정이 훈련이지. 수도 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뭐겠니? 기본기를 끝없이 반복하여 익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든 것이 기본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본기가 충실해지면 긴장감 넘치고 변화무쌍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익숙해진 몸놀림으로 감각적 반응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그것이 성실하게 반복 훈련하여 만들어 놓은 응용력이 되는 셈이지. 실전은 결코 정해진 규칙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단다. 예컨대 네가 공부한 것과 똑같이 수능문제가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야. 기본개념을 익히고 기본원리를 충실하게 갖추면 응용능력은 쉽게 발휘된단다.

그래서 공부는 습관으로 하는 것이다. 서울대합격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어느 통계를 보면 대부분 한 참고서나 책을 대여섯 번 이상 반복학습을 했다는 경우가 많아. 이것저것 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기본기를 반복적으로 훈련했다는 것이지.

제한된 시간과 조건아래 놓인 3학년은 공부하는 방법을 지혜롭게 터득하는 일이 급선무다. 나에게 기본기가 있는지, 체력은 충분한지, 학습장비는 갖추어져 있는지, 유능한 선수도 아닌데 응용기술만 익히려고 하였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그런 실전에서 보일 응용기술은 3월 지금단계에서 할 고민이 아니다.

누구나 공부를 잘 하고 싶단다. 아직 '내 문제를 찾는 과정'의 시기에 유능한 선수처럼 '1승을 올리려는 목표'를 가질 때 잘못된 강박관념에 빠지기 쉬운 거야 . 쉽게 요령이 터득되지 않지만 축구선수가 공을 잘 차기 위해 기본기를 충실히 하는 것처럼 지금은 공부기초와 공부요령을 터득하는 방법이 필요할 때인 거야.

"진아, 너를 변화시켜야 할 일은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그럼 뭐가 또 있어요?"
"선생님은 수년간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발견한 몇 가지 기술이 있단다." 

첫째는 목표세우기를 잘 하더라. 목표는 동기부여의 출발점이 아니겠니. '왜 공부하는가?' 답을 내릴 수 있는 자신의 목표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바를 분명히 갖지 않으면 공부의 필요성이 약하기 때문에 공부하려는 의지나 집중력이 흐지부지 되기 쉽단다.

둘째는 목표가 있더라도 자신의 취약점과 강점을 분석하는 과정이 없다면 한 발자국도 자신을 변화시킬 수 없다. 자신의 처지, 즉 능력을 어떻게 갖추고 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모의고사를 보는 것이란다. 냉정하게 모의고사 성적표를 가지고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내가 학교 공부를 어느 정도 따라가고 있는지, 내가 부족한 부분은 어딘지를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공부에 대한 취미도 없는 사람이 자기 분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짜임새 있게 정리할 수 있냐구 반문하겠지만 사소한 것이라도 그렇게 시도해야 한다.

셋째는 계획을 제대로 세울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플래너를 쓴다. 목표, 계획, 실천이라는 입체적인 박자를 갖추지 않는 플래너작성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계획은 내가 나아갈 바를 분명히 정리해주고 점검역할을 하게 된다. 나를 분석한 것을 근거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요 그 분석 도구로 가장 적절한 것 중의 하나가 모의고사 성적표이지.

넷째는 실천력이고 의지이다. 행동으로 옮겨 자기 노력을 해야 성과를 만들 수 있다. 그래 너에게 가장 어려운 일이 행동에 옮기는 것이겠지. 다른 사람이 대신 실행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목표를 향해 잘 가고 있는지, 계획은 수정할 필요가 없이 실행에 잘 옮기고 있는지, 하나씩 하나씩 쌓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은 실천 말고는 없어.

마지막으로 또 다른 공부전략을 덧붙이며 마무리하자.

시간관리에 대한 정리를 해야 한다. 앞으로 남은 수능 전까지 시간은 8개월이다. 예컨대 이 기간을 '기초다지기'단계, '점검' 단계, '마무리' 단계로 나누어 준비해 보는 것이다. 그 기간은 각각 개인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략적 보강을 위해 큰 일정의 얼개를 짜고 자신의 모의고사 중 틀린 문제를 중심으로 매일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런 치밀한 준비 없이 지난 겨울 내내 수험 공부에 매달린 채 기대를 걸었다면 난감한 일이지 않겠니. 더더욱 첫 모의고사부터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욕심이 누구에게나 있는 법이요 그로 인한 긴장으로 실수가 연발될 수도 있었겠지. 이런 점검을 하지 않으면 1년 내내 압박의 딜레마 앞에서 롤러스케이트를 탈 수밖에 없을 것이야.

더욱이 모의고사를 잘 봐야겠다는 목표를 가질 때 긴장으로 인한 피로도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본래 과정평가라는 모의고사의 취지를 놓치기 싶다. 모의고사는 자신의 학습활동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다시 정리하자면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점검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기실 모의고사는 그런 용도의 시험이야.

그래서 모의고사를 통해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토해내는 일도 중요하지만 앞으로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변화를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해. 그렇게 되면 모의고사를 통해 대학가는 일이 실감날 거야.

자, 어때 한 번 해볼 수 있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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