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 이래도 되는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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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235st)등록 2012.03.27 16:30
최근 언론사의 광고 행태와 관련한 비판이 일고 있다. 종합편성채널의 공격적 영업방식을 비롯해, 방송의 PPL 등이 그것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문의 기획특집기사 및 언론사 선정 대상 영업이 또 다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례 1

한 사립대학에서 산학협력단을 이끌고 있는 박모 교수는 어느 날 00신문사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산학협력단 관련하여 보도를 하고 싶다는 내용의 전화였다. 하지만 전화를 건 00신문사의 '그 사람'은 전화 말미에 "보도와 관련해 협찬을 좀 해줘야 한다"면서 300만원의 비용을 요구했다. 박 교수는 정중히 거절했지만, 보도를 해주면서 왜 스스로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난해 개봉된 영화 '트루맛 쇼'는 'TV에 나오는 맛집이 왜 맛이 없는지'를 잘 보여준다. '트루맛 쇼'에 따르면 식당의 위생조건이나 음식 조리 방식은 중요치 않다. 협찬비만 내면 방송사들은 전국 어느 식당이든 전국 최고의 맛집으로 만들어 준다. 이렇게 한 주에 177개의 맛집, 1년으로 환산하면 무려 9229개의 식당이 '맛집'으로 방송에 소개된다.

이 같은 '협찬비 제공'으로 인한 '보도성 광고'는 현재 신문에서도 역시 진행 중이다. 몇몇 신문사들은 중소기업이나 대학연구단·산학협력단에 협찬비를 요구하며 기사형 광고를 진행한다. 이른바 신문사에 자리하고 있는 '기획특집부'에서 하는 일이다.

사실 기획특집부는 해당 신문사 소속이 아니다. 이 부서는 '부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인물 중심으로 꾸며진다. 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일하는 사람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다. 이 개인사업자들은 각 신문사와 비슷한 이름으로 법인을 만든다. 그리고 해당 신문사로부터 지면을 구매해 기관이나 기업의 기사를 협찬받아 진행한다. 기획특집부의 이윤은 지면 구매 비용 이상으로 협찬을 받아 발생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문제가 되는 것은 '기사형 광고가 소비자의 신뢰를 받고 있는 기사의 형태를 빌려 만든 것'이라는 데 있다. 기획특집부는 기사 타이틀에 '혁신', '신뢰', '사회공헌'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하지만 기업이나 기관들은 혁신을 이루지 않아도, 신뢰가 없어도, 사회공헌이 크지 않아도 협찬비를 통해 이 같은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

'트루맛 쇼'에서 보여준 방송사와 식당 간의 모습이 기획특집부를 통해 신문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같은 기사형 광고가 기명기사로 게재된다는 데 있다. 실제 기획기사가 전면광고로 진행되는 S신문(현재는 발행 중단)을 제외하고는 H신문 등은 섹션지를 증편해 기명으로 기획특집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더 문제는 게재되는 기획기사는 실제 기명으로 올라간 기자에 의해 작성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기획특집부에서 쓴 기사를 바탕으로 해당 언론사에 소속된 직원의 이름만 빌려 나가는 것이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각 언론사에서 진행한 기획특집광고를 언론의 취재인 양 읽어가고, 이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된다. 지난 2008년 기사형 광고의 기명기사가 문제가 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이는 아직까지 버젓이 진행 중인 사안이다. 현재 신문법에는 "신문의 편집인은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해 편집해야 한다"는 규정이 담겨 있다.

#사례 2

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박 모씨는 지난해 8월 K마트라는 이름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세탁기를 주문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해 있는데다 유명 신문사에서 소비자 대상까지 받은 쇼핑몰이어서 주저하지 않고 40여만원을 지불했다. 박씨는 "그 K마트의 세탁기는 내가 원래 사려 했던 세탁기보다도 쌌다"면서 "더욱이 언론사에서 지정한 대상까지 받은 제품이라 신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상품을 배송하지도 않은 채 사무실 문을 닫아 버렸다.

이 K마트를 통해 박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은 200여 명, 피해금액만도 1억여원이 넘었다. 횡령 및 폭행 등으로 구설수에 오른 피죤의 경우 지난 2005년부터 현재까지 언론사를 통해 받은 상만 79개라고 전해진다. 피죤 이윤재 회장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에도 이 회사는 언론사를 통해 '2011 올해의 브랜드 대상'을 수상했다.

이같이 기업이 언론사를 통해 대상을 선정하는 것 역시 '비용'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 이뤄진 한 케이블 방송사의 대상건을 보면 한 기업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의 비용을 받고, 대상을 수여했다. 당시 이 케이블 방송사에서 대상 수상식을 진행했던 이모씨는 "사실상 대상 수상 기업 선정은 영업"이라면서 "돈만 주면 어느 기업이든 대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신문사에서 대상 시상식을 진행했던 김모씨 역시 "소비자대상이라고 해서 진짜 '베스트'를 뽑자는 게 아니다"면서 "그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마케팅과 홍보의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든 상"이라고 밝혔다. 케이블 방송사의 대상 수상식을 진행했던 이모씨는 현재 이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소비자 대상 관련해서는 더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씨에 따르면 현재 신문사에서 진행되는 대상 시상식과 관련해 기업들도 이제 알 만큼 알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때가 탔다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상 시상식에는 이른바 대기업 끼워넣기가 성행한다. 예를 들어 '때를 탄' 중소기업에 대상을 주겠다며 1000만 원을 요구하면 거절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대기업○○도 이번 대상 시상식에 참여하니 중소기업으로선 같은 대열에 설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대기업 ○○와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말하면 중소기업들은 움직인다. 이 씨의 주장에 따르면 가전제품으로 유명한 L사와 S사가 대상에 참여하면, 가전제품 업체인 중소기업 P 역시 참여할 뜻을 밝힌다는 것이다.

이씨는 "결국 중소기업들을 끌어 모으기 위해 대기업을 이용한다"면서 "하지만 금전적으로 손해가 나는 건 중소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이랬다. 홍보실이나 대외협력실 등 체계적인 언론·홍보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은 굳이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대상 시상식을 통해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공짜'라면 달라진다. 대기업들은 언론사에서 무료로 진행해주는 대상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이 '공짜'로 참여하면서 생긴 금액적 부분은 '대기업을 보고 들어온 중소기업'이 고스란히 부담한다. 결국 대상 시상식에 드는 비용과 자신과 같이 서게 될 대기업 참여 비용까지 중소기업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예전에 제가 미디어오늘에 기고했던 글을 좀 더 덧붙여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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