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를 닮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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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선(sibird3)등록 2012.04.03 12:00

 

 

사람들은 저마다 새 하나 품고 산다

말 한 마디에 날개가 있어 그것이 모여 새떼가 된다

허공을 닮은 그 언어는 바람을 먹고 살지만

쓸쓸한 그 나라에는 어떠한 의사표시도 소용없어

살아남은 자가 강한 자로 불린다

그들을 잡는 그물은 투명하고 무모한 사랑은 조롱받으나

그래도 침묵이 고여 가끔은 노래도 흘러나온다

허망한 그곳에는 연애도 계급이 있어

햇빛마저 찢어진 풍선처럼 권태롭다

가끔은 새 됐다는 말

망했다는 그 말에 미소 질 줄도 알아

젊은이들은 이중국적 갖기를 원했다

오늘 뉴스 단골메뉴는 공주를 겁탈한 의사들과 몸 파는 학생

뒤집으려는 마음 없진 않지만

꿈조차 감시당하는 세상이 어디 그리 쉬운 가

모든 혁명은 언어의 개혁이라 누군가 말했기에

새 대가리 나는 아침부터 머리 긁는다

비듬 같은 싸락눈이 검은 외투에 쌓이는 날

훌 훌 털어내고 길을 나서니

거대한 바람이 몰려 오려나

어디선가 아이들 웃음소리 들린다

오늘 같은 날 이 나라에선

전쟁이 날거라는 신문이 포르노 소설보다 잘 팔린다

 

 

덧붙이는 글 | 자치안성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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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자치안성신문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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