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O녀'가 더는 안나왔으면 좋겠다.

의식의 변화만이 해결책

검토 완료

이홍찬(woohahahakkk)등록 2012.04.03 18:44
 어렸을 적 나는 시골에 살았다. 자주는 아니지만 마을에서는 싸움이 일어났다. 사소한 다툼부터 재산 문제까지, 이유는 다양했지만 200명이나 될까한 마을 주민들이 서로 악수를 시키면 웬만해선 해결을 보았다. 물론 아낙과 아저씨의 싸움도 있었다. "어디 여자가,"하는 식으로 아낙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무조건은 아니었다. 모든 맥락을 다 따져보고는 공동체의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유가 그럼직하면 그럴 법도 하다며 일은 마무리를 짓는 것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OO녀'가 쉼 없이 인터넷에서 생산되고 있다. 영상이 인터넷에 돌며 한번 걸리게 되면 얼굴 없는 대중으로부터 뭇매를 맞게 된다. 그녀에게는 잘잘못을 따져볼 기회도 주지 않고 오직 돌을 맞을 기회만을 준 채 말이다.

 지하철 호선마다 '-녀'가 붙어있다. 조금 더 지나면 2호선 2호, 3호 하는 식으로 번호까지 붙여야 할지 모른다. 인터넷은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누구라도 이슈를 부각 시킬 수 있는 환경이라는 뜻이다. 이런 환경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좀 끌겠다 싶은 사건을 목격하는 개인들은 주머니에서 카메라를 꺼내든다. 물론 이러한 개인들의 행동 때문에 사회의 어두운 면이 고발되고 사건 사고의 귀중한 자료를 확보하는 등 순기능도 적지 않다. 하지만 무분별한 촬영과 업로드 덕에 이슈를 만드는 데에는 성공했을 지라도 그 탓에 'OO녀'들은 인터넷 상에서 비난과 신상 공개라는 고통을 겪고 있다. 어떤 개인에 대한 윤리적 비난을 막을 수야 없지만 법치국가라면 죄에 응당한 벌이 있으니 이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막말을 일삼거나 단순 폭행을 저지른 여성이 'OO녀'로 등극하며 그 이상의 피해를 겪고 있음에는 문제가 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권에 'OO녀'가 상위에 올라가 있으면 나는 한참을 망설인다. 그 영상을 보게 되면 남들처럼 손에 돌을 쥘까하는 걱정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거리가 된다는 것은 'OO녀'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한다는 이야기이다. 나도 보통 사람인 이상 그러한 공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이 막말을 하고 거칠게 드잡이를 거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실 예로 한 때 'O호선 막말녀'로 알려졌던 여성은 정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 순간의 행동만으로 욕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지, 그렇게 하지 못했을 이유는 없는지 고루고루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과연 자신이 댓글을 통해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위에 말했듯 우리는 법치국가에 살고 있고, 법이 정한 외의 고통을 죄인에게 부과하는 것은 안 될 일이다.

 학교 폭력이나 유흥가 폭력 등, 휴대폰을 들이 대는 것이 사회문제 해결에 일조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되레 무턱대고 찍어대는 것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기술의 진보와 사람들의 비틀어진 고발 의식이 'OO녀'들에게 가혹한 벌을 주고 있다. '저런 여자는 인터넷에 올려 벌을 받게 해야 해'라는 의식이 사라지지 않는 한 'OO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의 의식 변화만이 이러한 문화를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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