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 필리핀, 리얼 필리피노

recruiter, 쾌활한 빙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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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수(motif1)등록 2012.04.08 14:58
4월 7일, 마닐라에서 Modesto Han Ventura씨가 왔습니다. 낮에 헤이리를 걸어서 즐긴 벤투라씨는 밤에 와인을 한 병들고 서재로 왔습니다.

"바쁘지 않으시다면 와인 한잔 어때요?"

쾌활한 벤투라씨는 어떤 주제의 얘기에서도 솔직하고 적극적이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오신 벤투라씨, 그의 애칭은 '빙고' ⓒ 이안수


"저의 별명은 빙고입니다. 어머니가 저의 임신을 아버지에게 말하자 아버지는 'Bingo'라고 소리를 질렀답니다. 어머니는 저를 부를 때 줄곧 빙고라고 불렀고 저는 여전히 그 별명을 좋아합니다. 어느 누구도 한번 들으면 잊지를 않거든요.

한국인들은 계획을 잘 세우는 것 같아요. 아마 4계절이 있는 나라로 겨울을 채비하지 않으면 곧 낭패를 당하는 기후이기때문이기도 할 거예요. 필리핀은 열대기후이므로 겨울을 준비할 필요가 없어요. 성격이 낙천적이고 절박하게 무엇을 해야 할 필요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돈이 있으면 매일 매일이 파티입니다. 매일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셈이지요. 맥주는 한 병에 400원일 뿐입니다. 돈이 바닥날쯤에는 럼(Rum, 럼주)을 마십니다. 돈이 떨어지면 파티는 끝나고 다시 생계를 찾습니다."

"필리핀의 공식언어는 타갈로그어와 영어입니다. 그러나 20여 개가 넘는 고유한 지방언어들이 있어요. 그 지역에는 각기 다른 문화가 있고 고유한 언어가 있습니다. 어떤 지방에서는 타갈로그어가 통하지 않기도 해요. 아마 그들은 타갈로그어를 이해하기는 하면서도 문화적 자존심 때문에 모르는 척 하기도 할 것입니다. 우리는 초등교육기관에서 각 지방의 각기 다른 문화에 대해서 교과서를 통해 배워야했습니다."

"필리핀 사람들은 나라에 대한 짙은 소속감이 덜합니다. 식민지의 영향으로 어떤 사람은 스페인계, 어떤 사람은 미국계, 또 어떤 사람은 일본계인 경우가 많아요. 우리는 언제고 외국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있고 대부분 그렇게 하지요. 그리고 돈을 벌어서 때때로 고향으로 돌아올 뿐입니다."

"아시다시피 필리핀에는 7천개 이상의 섬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개인 소유인 것도 많아서 부자들은 그 섬을 사서 별장으로 활용합니다. 그 섬에 멋진 집을 짓고 미니 콜프장을 만들기도 하지요. 골프카트를 들여놓아 편하게 섬을 이동하기도하고……. 섬의 거래를 전문적으로 중계하는 부동산 에이전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한국 사람들이 섬을 소유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외국인은 개인이 필리핀에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경우는 40%미만의 지분을 소유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그들은 필리핀에 법인을 등록하고 필리핀 운전기사나 가사를 돌보는 고용인에게 60%의 지분을 분산시키는 것으로 섬을 온전히 소유하곤 합니다."

빙고는 스스로도 각 나라를 오가는 국제적 유목민이었습니다.

오늘 아침 빙고는 거실에서 노트북으로 누군가와 대화중이었습니다. 그는 인터뷰중이라고 했습니다.

함께 와인을 마신 다음날 아침, 그는 모티프원의 갤러리L에서 근무 중이었다. 콜롬비아 보고타 사람을 인터뷰하는... ⓒ 이안수


제가 카메라에 비치자 스카이프 속 사나이가 제게 'Good morning'이라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는 남미 콜롬비아Colombia의 Julian Andres Barera Guzman이라고 했습니다. Barera는 아버지쪽의 성이고 Guzman은 어머니쪽의 성이랍니다. 보통 일상에서의 호칭은 Julian Andres라는 자신의 이름대신 아버지의 성인 Barera를 사용한다고 하네요.

-바레라, 콜롬비아라면 한국보다 14시간이나 늦은데... Good evening'이라고 인사해야 되지 않나요?
"하하, 말씀대로 그곳은 일요일 아침이지만 이곳은 토요일 저녁이에요. Good evening! 안수."

-바레라, 당신 방 좀 구경시켜주세요!
"좋아요. 이것은 TV고, 이 소파 위에는 커피가 있네요. 콜롬비아 커피입니다. 저것은 등이고……."

-여자 친구는 어디에 있나요?
"와이프요?"

-결혼을 하셨군요. 혹시 당신의 그 TV는 한국 제품이 아닌가요?
"아마 LG 제품일 겁니다. 한국의……."

잠시간의 저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한국 모티프원에서 지구반대편 남미 보고타의 한 가장과의 인터뷰는 계속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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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인터뷰중인 콜롬비아 보고타의 바레라씨 인터뷰 도중 나의 요청으로 자신의 방을 소개하는 보고타의 바레라씨 ⓒ 이안수


빙고는 지금 미국의 한 리쿠리팅회사(recruiting agency)의 HR(Human Relations) 일을 맡아하고 있습니다. 바레라는 미국 IT회사의 프로그래머로 일할 사람을 뽑는 후보자로 빙고의 취업 인터뷰를 받은 것입니다.

잠시 뒤 빙고는 다른 여성, Amabelle Tabat를 인터뷰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벨은  필리핀 마닐라 사람으로 미국 회사의 콜센터 요원으로 일할 구인 모집에 응모했습니다.

그녀의 영어는 억양으로는 필리핀인이라는 것을 알 수 없을 만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빙고는 그녀에게 저를 소개하고 그녀의 호기심을 충족해 주기위해 모티프원의 서재와 정원의 애완견 해모까지 두루 보여주었습니다.

두번째 빙고씨의 인터뷰를 받는 도중 필리핀 마닐라의 아마벨양에게 모티프원의 서재를 구경시켜주고 있는 빙고씨. ⓒ 이안수


"이들이 뽑힌다면 모두 자택 근무를 하게 됩니다. 프로그래머는 영어보다 프로그래밍 실력이 중요합니다. 영어는 능통하지 않아도 의사소통만 가능하면 되지요. 하지만 콜센터 요원은 영어가 완벽해야합니다. 목소리도 중요하게 감안합니다. 이들은 시간당 한화 약 1만 원 정도의 급료를 받게 됩니다. 필리핀이나 콜롬비아에서는 결코 나쁘지 않은 조건입니다. 미국으로 갈 필요가 없으므로 생활비를 지출할 필요도 없습니다."

빙고는 미국 각 회사에서 일할 사람을 뽑기 위해, 미리 응모한 이력서에서 일차 스크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0여명을 이렇게 인터뷰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내가 필리핀에 가서도 몰랐던 필리핀의 모습과 그들의 삶에 대해 보여주고 봄 햇살 속으로 떠났습니다.

미국의 회사을 위해 일할 필리핀 직원을 한국에서 인터뷰하고 있는 HR 담당자.
검은 셔츠의 Ventura씨는 모티프원으로 여행을 온 필리핀 마닐라 사람이다. 그가 들고 있는 노트북속의 화면은 스카이프(인터넷에서 음성 및 화상으로 무료 통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로 통신하고 있는 마닐라의 Amabelle양이다.

미국의 한 리쿠리팅 에이전시의 HR 담당자인 벤투라씨는 미국회사의 콜센터 직원으로 일할 직원을 뽑기 위한 인터뷰를 한국의 모티프원에서 진행하다가 그녀에게 모티프원의 서재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그녀가 이 인터뷰를 통과한다면 필리핀의 자신의 집에서 미국인의 회사로 걸려오는 회사에 대한 문의와 건의에 대해 답하게 될 것입니다.

사람이 응대해야할 일은 인건비가 높은 나라의 인력대신 이렇듯 인건비가 싼 나라의 인력으로 대신하고 있다. 그 인력을 뽑는 일조차 제3국의 사람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경우는 주로 인도에서, 콜센터 직원은 필리핀과 파키스탄, 캐나다 등지에서 수급하고 있다.

이들의 급여는 평균 시간당 1만 원 정도로 책정되어있다.

우리는 지금 IT기술의 은사에 힘입어 지역적 거리와 국경의 문제가 완전히 붕괴한 현상을 목도하고 있다.

이것은 누구나 언어와 전문성만 갖추면 자신의 안방에서 세계를 대상으로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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