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의평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이지.

-모의평가를 활용한 공부전략(1)-

검토 완료

노영필(nzeropen)등록 2012.04.13 13:28
지난 4월 10일, 고3교실에서는 두 번째 모의평가가 치러졌다. 수능을 위한 힘찬 레이스가 시작된 지 엊그젠데 벌써 4월이다. 채점을 하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희비가 엇갈리는 크고 작은 해프닝을 겪었을 것이다. 

채점을 끝낸 진이가 교무실로 찾아왔다.

"전 목표한 대학을 못 갈 것 같아요. 전 정말 열심히 했는데, 너무 속상해요."

진이는 시무룩한 얼굴로 겨우 입을 떼더니 눈물을 떨어뜨린다.

"진아, 정말 열심히 하던데 선생님도 속상하구나..... 근데 아직은 시작이야, 너무 괘념치 말아라. 수험생에게 '조바심은 최대의 적'이야. 선생님과 방법을 찾아보자."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리쉬던 진이의 표정이 사뭇 달라진다.

"진아, 이번 시험을 보고 왜 실망한 거니?"
"제가 목표한 점수가 있었는데 채점해보니 결과가 턱없이 못 미쳐서죠."

"바로 그게 문제야."
"네??....."

"이번 시험을 '목표'라는 개념에 가둔 네 생각이 잘못이란 거야. 시험을 볼 때 많은 학생들이 강박적으로 내가 몇 점을 맞아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덤벼들지. 너도 그러지 않았을까? 모의고사는 과정평가인데 말이야. 게다가 많이 노력했던 만큼 기대심리도 컸을 테고 그러니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오면 얼마나 큰 실망으로 다가오겠니. 인생을 살면서 수없이 많은 시험을 치러야 하지만 시험이란 매번 긴장되고 참 힘겨운 것 아니겠어.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투자한 노력의 보상으로 시험결과를 중요시 여기는 거야."

"진아, 이번 시험은 목표와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너 자신을 분석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드는 과정'으로 생각해보는 게 어때? 부담도 줄고 새로운 활용의 방법이 생길 텐데? 그래 이렇게 함 해보자."

"어떻게요?"

"시험을 못 봤으니 너무 속상해 쳐보기도 싫다고 팽개쳐둬 버릴 일이 아니야. 먼저 속상한 일을 털어내고 널 긍정해봐. 그런 다음 내가 왜 못 봤는지 먼저 원인 분석을 해보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니? 혹시 공부를 꼼꼼히 하지 못한 채 좋은 결과만 기대한 것은 아니었는지, 애매한 문제를 알고 있다고 치부하고 정확한 정리를 게을리 했던 것은 아닌지, 확인학습을 못한 것은 아닌지 처음부터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지."

"자신을 정확하게 분석하자는 것이야."

"그리고 평상시 공부도 이렇게 해보는 거야. 네가 하는 공부를 축구선수의 훈련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축구선수의 훈련을 최소화시켜 보면 차기, 받기, 넣기, 몰고 가기가 전부 아니겠니. 그걸 날마다 기본 내용으로 하여 체력을 키우고 반복하는 과정이 훈련이지. 수도 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뭐겠니? 기본기를 끝없이 반복하여 익히는 이유는 간단해. 모든 실력은 기본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제가 아직도 기본기가 부족하다는 말씀이세요. 전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기본기가 충실해지면 말이다 긴장감 넘치고 변화무쌍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익숙해진 몸놀림으로 감각적인 반응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야. 그것이 성실하게 반복적인 훈련을 거쳐 만들어진 응용력으로 나오는 거지. 실전상황은 결코 정해진 규칙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너도 잘 알지 않니? 예컨대 모의평가나 수능문제가 네가 공부한 것과 똑같이 나오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야. 기본개념을 익히고 기본원리를 충실하게 갖추어두면 어느 순간 응용능력이 쉽게 발휘되는 법이란다."

"그래서 공부는 머리보다는 습관으로 하는 거야. 그동안 서울대합격생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어느 통계를 보면 대부분 책이나 한 참고서를 대여섯 번씩 이상 반복학습을 했다는 경우가 많아. 이것저것 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이전에 기본기를 익히기 위해 반복적으로 훈련했다는 것이지."

"진아, 혹시 넌 지금까지 기출문제 중심으로 매달려 온 거 아니니?"
"네??"

"너는 지금 제한된 시간과 조건아래 놓인 3학년이라는 위기감에 문제 중심으로 공부한 거 아니냐는 것이지. 너는 공부하는 방법을 지혜롭게 터득하는 일이 급선무인 시기인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제부터 넌 차분하게 스스로 나에게 기본기가 있는지, 체력은 충분한지, 학습장비는 갖추어져 있는지, 유능한 선수도 아닌데 응용기술만 익히려고 하였는지부터 점검해 보는 것이 필요한 거야. 그런 실전에서 보일 응용기술은 지금단계에서 할 고민이 아니지. 아직도 기초능력을 갖출 시기라는 것이지."

"누구나 공부를 잘 하고 싶지 않겠니? 넌 참 열심히 하던 모습이 보기 좋더구나. 그래 맞아 너는 노력하는 자세는 충분한 거야. 그래 방법만 조금 바꿔보면 잘 할 거라고 믿는다. 그래서 결과인 목표에만 사로잡혀 상황파악을 못하는 어리석은 일은 저지르지 말자는 거지. 선생님은 그 함정의 첫 번째를 넘기 위해 네가 아직은 실망할 시기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고 싶구나. 너에겐 아직 시간이 있다는 여유를 가져라. 아직 '내 문제를 찾는 과정'의 시기임을 명심하고 공부가 다 된 유능한 선수인 것처럼 착각한 채 멋진 '1승을 올려야 한다.'는 목표를 털어내라."

"선생님은 2002년 4강 신화를 만들어낸 히딩크공부법을 소개하고 싶구나."
"히딩크공부법요?"

"히딩크 감독은 50일 남겨두고 우리 팀의 전력이 50%로 완성되었다고 했단다.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니. 50일 남겨놓고 100%가 아니라 50%라고 했으니 기자회견장을 가득 메운 내외신기자들은 얼마나 의아해 했겠니."

"저도 이해가 안 되네요."
"히딩크감독은 그 다음에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던진 것이지. 매일 1%씩을 보충하면 결전의 날에는 100%가 된다는 말을 한 거지."

"무슨 말씀이죠?"
"아직 이해가 안 되지. 그럴 거야. 그 50%라고 말한 것의 의미와 매일 1%라고 말한 것이 핵심이지. 50%는 정신력 및 기초체력 등의 기본기를 닦은 것이고, 1%는 전술훈련이나 실전기술로 지금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판단한 거 아니겠니. 그래서 4강의 신화를 만든 것이고."

"아 그렇군요. 그래서 선생님은 기초실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신 거군요."
"맞아. 너도 기본기를 익히는 공부를 철저하게 해두면 아무리 긴장된 상황이더라도 눈감고도 익힌 공부가 술술 나올 것이기 때문이란다."

"진아, 모의고사는 늘 실전같은 부담감으로 짓누르지만 그래도 수능은 아니잖아. 평가전인 연습경기인 셈이지. 너를 점검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려는 과정으로 활용하지 않으면 매번 모의평가를 볼 때마다 오류는 반복되지 않겠니."

"앞으로 수능 전까지 7개월 남짓 남았구나. 아직 기본기를 익힐 수 있는 시간이 있어. 이번 모의평가에서 틀린 문제를 중심으로 매일 계획을 세우고 분석과 확인과정을 치밀하게 해 나간다면 남은 기간 내내 압박의 딜레마 앞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야."

"이제, 모의고사를 잘 봐야겠다는 목표보다는 본래 과정평가라는 모의평가의 취지를 살리는 학습활동을 해 보아라. 지금까지 공부한 것을 점검하고 분석하기 위한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기실 모의고사는 그런 용도의 시험이기 때문이야."

"그래 모의고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 채워 변화를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때 모의평가는 네가 희망하는 대학에 가까이 이끌어줄 거야."

"자, 어때 한 번 해볼 수 있겠니?"
"네!! 선생님 희망이 보여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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