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를 살리려는 투쟁을 위한 영화가 갑자기 평화와 공존을 외치는 영화가 됐다" 지난 9일 개막한 환경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영화 <아! 굴업도>의 상영 취소에 대해 유가족과 한국녹색회가 그 전말을 전했다. 한국녹색회 고재일 간사, 고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의 유족(고 이승기 실장의 아내) 및 한국녹색회 회원 1명은 11일 오전 <오마이스타>와의 만남에서 영화 상영에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전했다.고재일 간사는 "영화를 제안했고 시작한 사람이 이승기 실장이었다. CJ의 굴업도 개발을 반대하고 있었는데 작품을 만들어 환경영화제에 출품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함께 반대하자는 취지가 있었다. 그래서 김중만 작가를 섭외한 거고 제작한 거였다"고 말했다. 고 간사는 "하지만 영화의 목적과 다르게 방향이 왜곡됐다"며 반대의 이유를 들었다.내용인즉슨 이랬다. 알려진 대로 영화 <아! 굴업도>는 고인이 된 이승기 실장이 영화화를 제안해 만들어진 작품. 연출을 맡은 이병훈 감독 역시 지난 4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공동 제작자 후원 이후 영화 본래 목적 변해...알고 보니 영화제·CJ와도 관련?하지만 영화는 본래 의도와 다르게 천혜의 자연 박물관이라 불리던 굴업도 파괴에 대한 경각심이 아닌 굴업도에서의 평화와 공존을 담아내려 했다는 게 유족 및 한국녹색회의 주장이었다. 고재일 간사에 따르면 한국녹색회와 함께 공동제작자로 돼 있는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의 김원 대표도 1,000만 원 정도의 돈을 지원했다. 사실 김원 대표는 2011년 5월 조직된 위의 모임의 대표이기도 하면서 건축가로 이름을 알린 인물. 또한 이번 환경영화제의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다시 따져보면 환경영화제 조직위원장이 자신이 투자한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는 뜻이다. 유족의 말대로라면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이들의 입김이 상당부분 작용했을 수도 있는 상황. 한국녹색회 한 회원은 "소박하게 영화를 시작하자는 것을 다른 방향으로 하는 이유가 뭔지 우리도 궁금했다. 나중에 김원 대표 등의 자금이 들어오고 영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거 같았다"고 말했다. 유족 역시 "영화제 조직위원장의 돈이 들어갔다는 건데 그렇다면 개막작을 미리 선정한 꼴 아닌가"며 의문을 제기했다.고재일 간사는 영화의 출연자 및 제작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영화 <아! 굴업도>는 한 사진작가가 굴업도 개발 반대운동을 펼치는 환경단체 회원을 만나면서 겪는 일을 담은 작품으로 김중만 작가가 재능기부 형식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또한 고 간사는 "김중만 작가의 스튜디오를 CJ 쪽에서 마련해 준 걸로 알고 있고, 김원 대표는 삼성문화재단 이사로 돼 있다"면서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간접적으로라도 대기업 입맛에 맞게 방향이 바뀔 수밖에 없는 정황을 짚기도 했다. 또 하나의 반대 이유...고 이승기 실장 사고사가 아닌 타살 의혹 때문유가족 및 녹색연합회에서 <아! 굴업도>의 상영을 반대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는 바로 고 이승기 실장의 사망 원인 때문이었다. 이승기 실장은 평생을 환경 보호 운동에 헌신한 인물로 지난 2006년부터는 CJ의 굴업도 개발에 반대하는 운동을 해왔다. 이승기 실장은 굴업도 문제의 영화화 제안한 이후 실제로 2011년 7월부터 영화 제작이 진행되자 스스로 가이드를 자처하면서 영화 촬영팀을 안내했다. 이와 함께 굴업도 곳곳을 탐사하면서 연구 업적을 쌓고 있었다. 그러던 차에 2012년 2월 11일 돌연 사망하고 말았다. 당시 이 실장은 굴업도 인근의 토끼섬을 탐사 중이었다.언론에선 이승기 실장이 탐사 도중 실족사했다고 보도했지만 그의 사망에 대해서 유가족과 녹색연합회는 단순 실종사가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으며, 영화제작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이날 자리에 함께한 이승기 실장의 아내는 "남편이 제안한 영화가 다 완성이 안 된 상태서 남편은 고인이 됐다"며 "보도엔 낭떠러지에서 떨어졌다고 하는데 토끼섬은 낭떠러지가 아닌 평평한 바위"라고 말했다. 실제로 사망 당시 촬영한 사진을 보니 이승기 실장이 떨어졌다는 토끼섬은 낭떠러지라기 보단 물 위에 떠 있는 바위였으며, 바닥이 굴 껍질과 산호 등으로 뒤덮여 미끄러지기가 쉽지 않은 지형으로 보였다. 또한 고재일 간사 및 유족이 제시한 사진엔 이승기 실장을 뒤쫓고 있는 한 남성이 담겨있었다. 다른 스태프가 굴업도 풍경을 찍은 사진에 담긴 그 남성이 바로 <아! 굴업도>의 피디였다. 고 간사에 따르면 이승기 실장은 토끼섬을 탐사 중이었고 영화팀은 300미터 떨어진 지점에서 촬영을 진행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해당 피디는 촬영팀이 아닌 이승기 감독의 뒤를 쫓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었다. 경찰 조사에서 이 피디는 이승기 실장에게 카메라를 받기 위해 따라갔다고 주장한 걸로 알려졌다. 이에 유족은 "카메라는 촬영팀에 있는데 탐사 중인 고인에게 받으러 온다는 건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또한 <아! 굴업도>의 공식 포스터에 담긴 인물이 바로 유가족들이 피의자로 의심하던 그 피디였다. 직함은 피디지만 그는 김중만 작가 스튜디오의 직원이기도 하다. 고인의 사인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 유족들이 의혹을 제기하는 인물이 버젓이 포스터에 담겼으니 영화 상영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제작자인데도 영화 완성본 아직 보지도 못해지난 9일에 있었던 제9회 환경영화제 개막식에 참여한 김중만 작가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상영되지 못한 데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당시 자리에서 김 작가는 "모 기업에서 그 땅을 사서 소나무를 짓든 콘도를 짓든 사실 상관이 없다. 옛날처럼 반대하고 그런 시기는 지났다"면서 "이 영화에 참여한 된 계기는 그런 기업과 시민단체와 환경 운동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고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는 대안을 담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이는 녹색연합회와 유가족이 생각했던 영화와는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애초부터 제작사와 연출·출연자의 생각이 달랐던 것. 게다가 이들은 영화의 완성본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고재일 간사는 "민병훈 감독도 나름 영화를 열심히 만들었는데 개봉이 안 된 상황에서 피해자긴 하다"면서도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우리 쪽에게 영화도 안보여주고. 통보 없이 기자회견도 진행했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영화와 상관없이 현재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는 여전히 개발 바람 앞에 놓여있다. 하반기 이후로 승인 평가가 밀리긴 했지만 CJ는 여전히 굴업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상황. CJ는 현재 굴업도 관광단지 신청을 위한 사전환경성검토를 보완하는 작업 중이다. 인천시는 오는 8월 도시계획위원회에 굴업도 안건을 올린다고 한다. #굴업도 #CJ #환경영화제 #녹색연합회 #삼성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