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고 나니 들녘이 더욱 분주합니다.낙화 이후 농부의 부지런함으로 대지에 씨가 뿌려지고 생명이 움트고 하는자연의 이치에 따라 온통 연초록으로 변한 산과 들이 아름답습니다. 김포 고촌의 아파트촌을 지나 야트막한 야산이 있는데 그 산 이름이 보름산입니다.정겹고 포근하며 시골 아낙네의 순박한 얼굴이 떠오를 듯합니다.지금 그 산자락에는 소담스럽게 핀 후박 꽃과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하여 마음껏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만 더욱 마음이 가는 곳은 그 산 아래 포근히 안긴 보름 산 미술관이 눈에 띕니다.민둥산에 반쯤 걸린 보름달을 연상시키는 반원 형태로 지어졌습니다.보름산 미술관은 상업적으로 지어진 시내의 미술관과 다른 특색이 있습니다.특히 보름산 미술관은 자연과 함께 어우러져 있어 지역민과 지속 가능한 미술관입니다.도심의 미술관들이 판매를 위해 그림을 걸어놓고입장료를 받는 시스템과는 차이가 납니다. 미술관 관람은 무료이고망와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석물, 목공예, 도자기가 전시되어 있습니다.그야말로 커뮤니티 갤러리입니다.미국이나 외국에는 이런 미술관이 많다고 들었습니다.지역사회에 있는 하나의 문화시설로 주민하고 호흡하고 공유하는 살아있는 문화현장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마치 들녘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풀같이 말입니다.보름산 미술관이 왜 지속가능한 미술관일까요?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의 모습에 맞추어 미술관을 지었고 뜰에도 들꽃은 사계절을 따라 피고 집니다.나무들이 미술관 건물 안에 그대로 서 있는데한 그루도 베어내지 않고 살려 건축을 했기 때문에 자연과 친화적 건물이 된 것입니다.지역민에게 공개된 전시회와 공간이 있습니다.망와전시는 보름산의 특색있는 자랑입니다.망와는 전통 기와집 용마루 끝을 장식하고 막음 짓는 기와의 한 종류로 망새 또는 바래기라고 불립니다.서양에서는 가문이나 단체의 계보, 권위 등을 상징하는 장식으로 문장이라는 것을 사용합니다. 어쩌면 우리에겐 망와가 서양의 문장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같은 한옥이지만 그 집이 궁궐이냐, 사찰이냐, 서원이냐 등 망와는 그 집의 용도와 지위 그리고 집 주인의 가치관에 따라 문양을 달리합니다.조선 중기 망와 전시회 망와를 보면서 조선 시대 서민들의 염원을 읽을 수 있는데 그 염원이 오늘날에도 다르지 않겠지요.망와의 형상이 미술관 건물 곳곳의 처마 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름 하여 숨은 망와찾기죠. 참 재미있고 유익한 보물찾기 놀이입니다.별도로 지역 작가들을 위한 전시실이 마련되어 있는데신작로를 주제로 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습니다.또한, 각종 문화행사나 전시를 위한 작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갖가지 모임이나 행사를 열 수 있습니다.이날도 교회 가족들이 모여 간증집회, 예배, 아이들의 작은 음악연주회 등 다양한 행사가열렸는데 이국적 분위기여서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지역 주민의 소박한 바람이나 희망을 그대로 담을 수 있는 공간이고또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휴식의 장소이기도 합니다.미술관을 짓는다고 자연을 훼손하고 다시 정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자연을 정원 삼아 그대로 자연 속에 머문 미술관이 보름산 미술관입니다.문화는 크고 화려하고 거대한 것이 지속 가능한 게 아닙니다. 상업적이지 않고 우리 모두와 함께할 때 지속 가능하지요그런 점에 보름산미술관은 지역문화의 보배이고이러한 미술관이 곳곳에 많이 생겨날 때 우리의 정신적 삶도 풍요로워지고 지속 가능한힘을 얻을 수 있겠지요.그들만의 시설이 아닌 우리 모두의 시설 그리고누구나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바로 소중한 우리문화가 되는 것입니다.장사꾼 문화가 아닌더불어 지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문화로서 보름산미술관은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잠시 영혼의 안식을 얻어가는 향기나는 문화의 장소로주민들에게 풍요로움을 안겨줍니다. #보름산미술관 #망와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