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걱거리는 삶, 당신의 책임이 아니다

[서평] 우석훈의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검토 완료

박서영(yeong0512)등록 2012.05.21 10:08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 겉표지 ⓒ 레디앙


2011년을 뒤흔들었던 베스트셀러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88만원 세대'라 불리는 20대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5년 전에는 20대가 힘들어진 요인으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던 <88만원 세대>가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어느새 구조적인 모순에 대한 20대 담론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문제는 개인에게 있다고 말하는 자기계발 서적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이것은 각박한 사회에서 강요된 외로움을 떠안은 대학생들의 주머니를 타깃으로 삼고 달콤한 위로의 말을 건네 돈을 버는 '청춘 마케팅'이다. 청춘 마케팅으로 만들어진 자기계발 서적들을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그동안 아파했던 이유가 나의 잘못된 생각 때문이었다고 깨닫고 반성하게 된다. 하지만 문제는 개인이 아닌 사회에게 있다.

<혁명을 이렇게 조용히>는 이 사회가 88만원 세대를 만들어 냈다고 말한다. 저자 우석훈은 신자유주의의 자식인 대한민국의 청춘들에게 모순투성이 사회를 향해 짱돌을 던지라고 외친다. 잠시의 위안을 주는 위로를 넘어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저자는 10대와 20대들이 직접 나서는 '당사자 운동'을 제안하며 시민운동, 정치운동, 편의점 아르바이트 노조 만들기 등 구체적인 혁명 방법을 알려준다. 이러한 혁명들은 함께 연대하여 '진'을 짜야지만 가능하다. 확산된 개인주의와 지나친 경쟁의 내면화로 몸도 마음도 뿔뿔이 흩어져 있는 지금의 20대들에게 협동이라느니 연대라느니 하는 말들은 생각보다 어렵다.

작년 봄, 드디어 대학생들이 연대하여 짱돌 대신 촛불을 들고 반값등록금 집회를 열었다. 그들의 억눌렀던 분노가 등록금이라는 당장의 문제로 인해 표출된 것이다. 반값등록금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그들의 촛불은 등록금 문제를 국민 전체의 관심사로 환기시켜 주었고 거의 모든 대학에서 미미하게나마 등록금을 인하하게끔 만들었다. 만약 더 많은 대학생들이 연대하여 목소리를 냈다면 더 좋은 성과를 이루었을 것이다. 바로 자신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대학생들은 당사자로 직접 나서지 않고 방관하기만 했다. 등록금이 인하하기는 바라면서도 직접 나서기는 찝찝해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협동보다는 경쟁을 진실로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20대. 책에서는 먼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대한 신뢰는 물론이고 나 자신에 대한 신뢰 역시 회복하자. 일단 각성, 즉 자기혁명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무언가 삶이 삐걱되는 거 같다면, 사회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조용히 혁명을 준비하자. 이 책은 당신의 혁명에 길잡이로서 수많은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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