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3주기 헌정칼럼] 두 명의 노무현

'운동가' 노무현과 '경세가' 노무현,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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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기(bkman96)등록 2012.05.23 10:37
[BK칼럼] 두 명의 노무현

(노무현 대통령 3주기 헌정 칼럼)

중앙일보 기자 박신홍의 책 "안희정과 이광재"는 사실 노무현에 대한 이야기다. 안희정과 이광재라는 대조적인 두 참모의 정치 역정을 풀어내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노무현이 있었다.

책 <안희정과 이광재> 박신홍 저, "안희정과 이광재" ⓒ 윤범기


안희정은 전형적인 386 투사이자 진정성의 화신이었다. 항상 원칙과 사람을 중시했고 자기 희생도 기꺼이 감수했다. 그 결과 노무현 임기 중 그 흔한 감투 한번 써보지 못하고, 감옥에 다녀왔다는 이유로 공천도 탈락했다.

이광재는 '사업의 귀재'였다. 한때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을 보좌했을 정도로 진영에 얽매이기 보다 '실용'을 중시했다. 때문에 노무현과 삼성을 이어준 원흉(?)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노무현은 그의 경세가적 자질을 끝까지 아꼈다.

노무현은 안희정과 이광재의 종합 그 자체였다. '반칙과 특권 없는, 사람 사는 세상'을 추구했지만, 정몽준과의 단일화처럼 때로는 '악마'와 손 잡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집권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일부 친노 인사들은 조중동과 싸우고 국가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려했던 노무현만 기억한다. 하지만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를 추진하고 '대연정'을 통해 선거제도를 개혁하려 한 노무현은 자주 잊어버린다.

2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도 노무현의 경세가적 측면이 잘 드러난다. 김대중의 6.15 공동선언이 원대한 통일 구상과 남북관계의 전환을 상징한다면 노무현의 10.4 선언은 시시콜콜할 정도로 실용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가득찼다.

2차 남북정상회담 2차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은 1차와 달리 실용적인 사업 아이템으로 가득했다. ⓒ 윤범기


박정희, 노태우 이후 가장 강력한 국방개혁을 추진하고,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세워 대양해군의 기초를 만들려 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행정수도 이전도 사실 노무현이 아니었다면 대선 정국에서 던지기 힘든 창의적 발상이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이런 노무현의 경세가적 면모를 배신이자 '좌파 신자유주의'의 증거 쯤으로 치부했고, 진영논리에 빠진 보수 진영은 이런 발상을 뜬금없는 음모라고 경계했다.

그의 서거 3주기를 맞은 지금도 진보와 보수는 자기 마음 속의 노무현만을 기억하는 듯 하다. 광화문에 전시된 노무현의 추모관에는 '비극의 주인공'만이 있을 뿐 정치가, 경세가로서 그가 가진 실력을 평가하려는 노력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는 그렇게 역사의 영역으로 넘어가고 있다.

문제는 '노무현 이후'다. '운동가' 노무현과 '경세가' 노무현 중 무엇을 계승할 것인가?

역사는 신화와 전설로 이루어질 수 있지만, 정치는 여전히 경세가적 자질을 요구한다. 자칭 노무현을 계승한다는 야권 후보들은 과연 어떤 자질을 갖고 있나? 노무현의 행정수도 이전 처럼 그들이 던질 '킹핀' 정책은 무엇인가?

노무현에 대한 추모 열기는 오로지 노무현의 것일 뿐이다. 그를 통해 권력을 얻고자 한다면 그를 넘어설 비전과 정책을 보여달라. 지난 총선에서 국민은 이미 한번 경고를 보내지 않았는가?
덧붙이는 글 제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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