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군은 왜 자살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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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parksoyeon7)등록 2012.06.11 11:05

 "엄마는 제 통장을, 아빠는 제 방을 가지세요. 10년이든 100년이든 1000년이든 기다리면서 언제나 지켜볼게요."

 지난 2일 아파트에서 투신 자살로 사망한 고교생 김모군이 지난 1월 자필 일기 말미에 남긴 말이다. 100년이든 1000년이든 지켜볼 만큼 기다리며 지켜볼 만큼 가족을 사랑하는 김군은 왜 자살을 선택했을까.

 최근 들어 청소년 자살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직 6월 초. 일년이 반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올해 들어 대구에서만 벌써 8명의 청소년이 자살로 목숨을 잃었다. 위의 김군을 비롯해 이들 청소년의 자살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어김없이 학교 폭력과 학업에 대한 부담감. 말해봐야 입만 아플 만큼 문제덩어리인 한국의 교육과 학교가 한창 때의 아이들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이들에게 죽음을 강요한 것이 교육의 산실인 학교에 있다면 왜 이들은 학교가 아닌 세상에 안녕을 고한 것일까. 왜 김군은 따귀를 때리고 온갖 심부름을 시키는 직접적인 가해자로부터 손쉽게 벗어날 수 있는 전학이나 자퇴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무엇이 김군으로 하여금 자살이 자퇴보다 더 쉽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하게 한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최근의 줄 이은 청소년 자살의 근본적인 이유이자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서로를 향한 폭력이다.

 김군이 자퇴했을 경우를 상상해보자. 김군은 검정고시를 치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능시험을 봐 대학에 갈 것이다. 최소 2년 이상의 대학 생활 중에 군입대를 하고 대학 졸업 후에는 대학원에 진학하거나 취직을 할 것이다. 취직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를 자퇴했다는 이유로 조직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할 것 같다는 평가를 받고 평범한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할 수도 있다.

 바로 이 짧은 상상에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거대한 문제가 숨어있다. 우리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보통의 삶'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인생의 승리자와 패배자가 너무나도 확실한 선으로 구분 지어져 있다. 학생들은 '사'자 돌림 직업이나 공무원, 대기업 취직 등을 꿈꾸고 부모들은 당연히 자기 자녀가 그런 길을 갈 것이라 믿는다. 흔히들 바라는 안정적이고 돈 많이 버는 직업 외에 농부, 만화가, 미화원과 같이 꿈일 수 없는 꿈들이 우리 사회에는 너무도 당연하게 존재하고 있다.

 대체 언제부터 무슨 이유로 우리는 사회에는 당연하게 주류인 인생과 그렇지 않은 인생이 있고 그들 사이에는 상하 관계가 성립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김군은, 그리고 김군과 함께 자살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이는 수 많은 우리 사회의 희생양들은 왜 과감하게 '비주류'의 인생으로 뛰어들지 못한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직업에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불평등. 잘 살고 싶은 우리 모두로 하여금 내가 될까 두렵고 그렇기에 배척하게 만드는 불안정과 가난함과 같은 온갖 경제적인 이유들이 그것이다.

 자퇴를 해도, 취직을 못해도, 한번쯤 실패하거나 방황해도 그대로의 인생을 즐기거나 다시 새로운 도전을 시도할 수 있게 하는 튼튼한 사회적, 제도적 뒷받침이 존재한다면 김군은 다른 선택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우리의 천편일률적이었던 장래희망 작성지가 좀 더 다채로울 수 있지 않았을까.

 어느 날 SKY 대학교에 진학한 '나'가 자장면을 배달시켰더니 학창 시절 나를 괴롭히던 '일진'이 배달을 왔고, 그 '짱개 배달부'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는 '통쾌'한 이야기와 그에 동조하는 수많은 댓글들을 인터넷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일진'이 저질렀을 학교 폭력을 미화하거나 '나'가 겪었을 아픔을 축소할 생각을 없다. 하지만 SKY 대학교에 진학한 내가 자장면 배달부가 된 동창을 보며 느낀 통쾌감의 근거가 지금 이 순간 나도 모르게 나에게 들이밀어지고 있는 나에 대한 판단의 잣대이자 폭력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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