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오는 게 무서워서.......

격려해주세요. 웃어주세요.

검토 완료

진미숙(lavigne)등록 2012.06.19 17:57
 이웃에서 빨래방을 하는 사장님이 카페에 들렀다. 카페의 단골 손님인 그 분은 치즈케익과 과일쥬스 한 잔을 시키고 동네 돌아가는 이야기를 브리핑해 주시다가 갑자기 중요한 이야기가 생각난 듯 눈을 빛냈다.

"여긴 그런 손님들 없어요? 저 위쪽에 있는 세탁소에 제가 세탁물 찾으러 갔다가 들었는데요."

무슨 손님들인지 알아야 그런 손님이 있는지 없는지 대답을 해 줄테지만 대답이 없다고 책망하는 법도 없이 말을 이었다.

"손님이 운동화를 맡겼나보더라고요. 근데 찾으러 와서 보니까 끈 묶는 부분이 터졌다는 거죠. 세탁소 사장님은 운동화를 받을 때부터 터진 부분이 있는 걸 보고 확인까지 했다는 거예요. '이 부분 터졌네요.'라고. 그때는 그 사람도 자기도 안다고 그랬데요. 그런데 운동화를 찾으러 와서는 자기가 찢어진 운동화나 신고 다니는 거지냐면서, 터진 운동화를 뭣하러 돈 주고 세탁소에 맡기겠냐면서 소리를 지르더니 운동화를 사장님 얼굴에 던지고 나가버렸데요."

"미리 사진이라도 찍어 두셨으면 좋았을 텐데. 충격이 컸겠네요."

"그러게요. 다른 때는 사진을 찍어두는데 그날은 손님도 순순히 인정을 하길래 넘어갔더니 나중에 와서 그러더라면서 얘기하시는 동안 손을 덜덜덜 떠시는데 안쓰러워서 못 보겠더라고요."

"얼마나 놀라셨겠어요."

"그 일 있고나서 그 세탁소 며칠동안 문도 못 열었잖아요?"

"왜요?"

"나중에 여쭤보니까 사람 얼굴 보는게 겁나서 문을 도저히 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러셨데요. 다른 데 갈 곳도 없어 가게 안에 계시면서 문은 잠그고 계셨다고 사장님이 그러시더라구요."

속상하고 안타까운 심정이야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세상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의구심도 든다. 그런데 그런 일이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누구의 기억이 맞는지 확인할 수 없는데도 일방적으로 상대방을 몰아세우다가 폭언을 퍼붓고 떠나는 손님들은 일일이 셀 수 없이 많다.

동네에 음식 맛 좋기로 소문이 난 식당이 있는데 그곳은 겨울철에 2, 3개월동안 문을 닫는다. 사장님의 우울증 때문이다. 원래는 활달한 성격이었는데 손님들을 상대하다가 받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해소하지 못해서 심각해진 것 같다고 하셨다.

"우리는 이게 밥줄인데 문 닫으면 돈이 어디에서 생겨? 그런데도 열지를 못하는 거지. 한 번씩 이러면 손님이 오는 게 무서워.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전에 당했던 일들이 기억이 나서 무서운 거지."

폭언과 폭행, 무례한 태도가 무서운 것은 그것이 피해자에게 두고두고 기억을 남기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경험은 긴장상태를 유지시킨다. 웃고 있다가 갑자기 두리번거리게 되고 개그 프로를 보다가 통곡을 하기도 한다. 자기가 왜 그러는지 모르는 체로 화를 내고 낭떠러지같은 슬픔을 느끼며 절망한다. 맛있게 드시라고 말하면서 그릇을 내려놓다가 눈물을 훔치려 급히 손을 들어야 할 때도 있다. 경우에 맞지 않게 나오는 눈물은,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웃도록 스스로를 강요해서 눈물샘이 오작동해서 나오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움직였다면 당신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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