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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7, 막차에 몸을 싣기 위한 사법시험 2차생들의 몸부림
이제는 패자부활전도 없다. 패자는 그냥 패자로 남게될 뿐.
6월 27일부터 30일까지 사법시험 제2차시험이 실시된다. 최종합격자 500명 안에 들기 위해 2263명이 같이 달리고 있다. 시간을 쪼개서 계획을 세우고 계획에 무리하게 몸을 맞춰가다보니 스트레스와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지만 고지를 눈앞에 두었으니 숨을 고를 여유조차 없다. 4일에 걸쳐 보는 시험이라 체력안배와 컨디션 조절에 각별한 주의를 해야한다. 첫날 시험을 망친 것 같더라도 빨리 털어버리지 않으면 다음 시험도 영향을 받아 줄줄이 망치게 된다. 극한의 싸움이 지속되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생각할 것이 많은데 54회 사법시험 2차 응시자들에게는 '막차는 이미 한참전에 떠나 버린 것인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더불어 도사리고 있다.
기존 천명 수준이던 사법시험 선발인원이 2010년 800명, 2011년 700명, 2012년 500명, 2013년 300명으로 단계적으로 감축되다가 2017년에는 사법시험이 폐지된다. 최종합격자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에 수험장에서 나와 불합격을 예상하는 수험생들은 일찌감치 로스쿨로의 전향을 알아보기도 한다. 고시낭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법시험을 폐지한다는 주장은 결국 허울좋은 구실이었을 뿐 로스쿨 등록금과 생활비를 합쳐 1억을 준비할 수 있는 수험생들은 로스쿨로 방향을 튼다.
로스쿨의 문제점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현대판 음서제도라는 비판이 있지만 그마저도 황송하다. 음서제도라고 하려면 뭔가 확실한 수혜라도 있어야 할 텐데 로스쿨을 나와서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없다. 3년동안 1억을 넣어놓기만 하면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이 있다고 하면 1억을 만드는 것이 대수겠는가? 친척 돈, 지인 돈, 훔치거나 사기쳐서 얻는 돈만 아니면 무엇이라도 끌어다가 댈 수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로펌에 들어가서도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변호사가 나오는 판에 로스쿨을 나와서 로펌에 들어가기도 어렵다. 대충 훑어봐도 사회적인 낭비가 심하다.
사법시험 제도 하에서는 법조인이 되기 위해서 개인이 투자하는 것이 단순하고 합리적이었다. 시간과 돈.(당연히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도 돈이 든다. 하지만 학원 강의 듣고 교재사고 원룸이나 고시원 얻어서 밥먹고 살고 시험에 임박해서 기운 떨어질 때 보약좀 지어먹을 정도면 된다.) 거기에 청춘과 끈기, 그리고 시험운. 그렇게해서 연수원에 들어가고 법조인이 되어서 사회에 진출해 의뢰인을 만난다. 시험에서 실패했을 때 그려지는 그림은 조금 더 우울해지기는 하지만 제도로 인해 기회를 원천봉쇄당해서 마주하게 되는 상실감이나 설움과는 비교할 것이 아니다.
사법시험 제도 아래서는 부활하는 패자가 있었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높은 로스쿨 앞에서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로스쿨의 패자들에게는 부활을 위해 다시 마지막 싸움을 싸울 기력조차 남지 않아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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