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역 동경이 경주역에서 촬영한 동경이의 모습 ⓒ 송은정
아름다운 천년 고도이자 신라의 도시 경주. 언제 가도 자연의 푸르름과 함께 신라의 역사유적과 한가한 정취가 맞물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손색이 없는 그런 도시가 아닌가 합니다. 이번 여행에서 경주국립박물관도 가보고 안압지와 경주의 토종 음식들도 맛보았지만, 그 중 가장 감동적이고 기억에 남는 순간이 바로 경주역에서 한국 토종개 4호 동경이를 본 것이었습니다.
▲ Ktx 서울에서 경주까지 쉽고 빠르게 가는 한국의 열차 ⓒ 송은정
오후 KTX를 타고 경주역에 도착해서 이리저리 돌아보던 중 동경이에 대한 설명이 붙은 판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동경이라는 특이한 이름은 경주의 옛 이름인 동경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합니다. 동경이의 생김새는 귀는 쫑긋하고 꼬리는 선천적으로 짧습니다. 원래 꼬리 없는 개로 유명한데 신라 시대 때부터 동경이에 관한 기록이 있어, 한국 토종개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합니다. 뛰어난 민첩성과 충성심을 자랑하는 동경이는 일본이 상서로운 짐승으로 여기는 '고마이누'와 닮았다는 이유로 1932년부터 학살됩니다. 조선총독부 산하 조선원피주식회사는 1년에 50만장에 달하는 견피를 수거하게 되는데 이 때 진돗개, 삽살개, 동경이까지 그 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는군요.
▲ 경주역 동경이 경주역의 마스코트 ⓒ 송은정
하지만 다행히 지금은 동경이 보전 연구소가 설립되면서 동경개의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마침내 2010년에는 진돗개, 삽살개, 풍산개에 이어 한국 토종견 4호로 공인 받아 사냥견, 화재경보견으로 역할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네요. 경주시는 동경이의 천연기념물 지정을 위해 절차를 밟으면서 또 하나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이름 높은 양동마을을 '동경이 사육마을'로 지정해서 기르고 있다고 합니다.
▲ 경주역 동경이 풀밭을 뛰다. ⓒ 송은정
판넬을 읽으면서 처음 본 동경이에 대한 지식과 유래에 고개를 끄덕끄덕하던 공기를 쐬러 경주역 기찻길 플랫폼 옆 정원으로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발랄하게 정원을 오가던 강아지 두 마리를 만났는데,'어? 설명에 있는 강아지랑 비슷하게 꼬리가 짧은 녀석들이 있네?'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 강아지들이 동경이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알고보니 경주역의 역장님이 경주개인 동경이 강아지 두 마리를 직접 키우고 있다고 하는군요.
▲ 경주역 역장님과 동경이 동경이, 역장님을 무시하다. ⓒ 송은정
▲ 경주역에서 경주역 앞에 선 동경이의 모습 ⓒ 송은정
왠지 오랜만에 바깥 구경을 나왔는지 세상만사에 호기심을 보이며 신나게 뛰어다니는 강아지들을 제대로 사진 찍기란 참으로 어려웠습니다. 아직 어린 강아지들이고 짧은 꼬리를 연속으로 흔들며 주황색 목걸이를 하고 뛰어다니는 녀석들의 모습은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어찌나 장난이 심한지 주인인 역장님이 불러도 무시하고 계속 뛰어다니는 모습에 살짝 섭섭함을 보이기도 하시던 역장님.
하지만 한국의 토종개이며 일제의 탄압으로 사라질뻔한 동경이를 직접 경주역에서 키우는 모습을 보며 저는 왠지 한쪽 마음이 뭉클해지기도 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에서 경주로 들어오는 관문인 경주역에서 많은 관광객이나 외국인들이 동경이가 뛰어 노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좋아라 할까요? 부디 경주역의 동경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서 경주역의 화재도 진압하고 경주를 방문하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마스코트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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