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먹는 하마? 그 물건들을 우리가 샀습니까?

대기전력 소모 1위 셋톱박스, 소비자에게 선택권이 있는 물품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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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종(diffscale)등록 2012.06.22 20:41
 요즘 전기대란이네, 블랙아웃이네, 하면서 전기를 절약해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난리들입니다. 전기 대란이 올 때 까지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 책임을 질 기관들이 무엇을 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다만, 한국전기연구원이 14일 발표한 '2011년 전국 대기전력 실측' 결과를 놓고 국민들 탓으로 돌리는 듯한 기사들을 마구 쏟아내는 이상한 행태에 대해 얘기 해 보려 합니다.

발표에 따르면 대기전력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전기제품은 1위가 셋톱박스(12.3W), 뒤를 이어 인터넷 모뎀(6W), 스탠드형 에어컨(5.8W), 보일러(5.8W) 등이라고 합니다. 그럼 그 중 대장인 셋톱박스에 대해 이야기 해 봅시다.

첫 번째, 셋톱박스를 선택할 기회가 있었습니까? 셋톱박스는 보통 인터넷 또는 위성 신호 등을 TV로 출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치를 말합니다. PC를 작게 만들어 셋톱박스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발표에 나온 셋톱박스는 가정에 많이 설치되어 있는 IPTV, 위성TV, 디지털TV의 셋톱박스를 지칭합니다. 이런 셋톱박스를 소비자가 사는 선택하여 사는 경우는 없습니다. 모두 인터넷 3사 혹은 유선방송사업자 등에 의해 임대 되고 있지요. 그런데 이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이 높으니, 쓰지 않을 때는 플러그를 뽑으라고 합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에는 플러그를 뽑던, 멀티탭을 활용하여 대기전력을 차단하던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전기제품들이 고효율, 저전력, 대기전력 최소화를 이룰 때, 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은 거대 기업들 탓은 왜 하지 않을까요? 셋톱박스는 특성상 해당 기업에 2,3개 업체가 독점 공급하여, 경쟁이 제한적입니다.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 그냥 해당 인터넷업체 등에서 가져다 주는 셋톱박스를 사용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내 특정 기업에만 납품되는 셋톱박스는 어떨까요? 그 동안 책임져야 할 기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대기전력 높으니 플러그를 뽑으란 말을 쏟아냅니까?

두 번째, 셋톱박스의 플러그를 뽑을 둘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요즘은 대부분 IPTV를 사용합니다. 스카이라이프도 IPTV와 통합되어 서비스 되는 상품이 있지요. 인터넷 회선을 이용하는 셋톱박스의 특성상 IPTV를 제공하는 업체들은 자사의 인터넷 회선이 아니면 가입이 힘들고, 통합상품 할인 혜택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은 인터넷통신사와 동일한 업체의 셋톱박스를 쓰고 있습니다. 유선방송 사업자도 인터넷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유선방송사업자가 공급하는 디지털TV의 셋톱박스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잠깐 인터넷 회선의 구성을 살펴봅시다.

     인터넷모뎀 ------ IPTV 셋톱박스------ 인터넷전화 ------ 유무선공유기 또는 PC

보시다시피 셋톱박스의 플러그를 뽑으면 인터넷전화와 유무선 공유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물론, 모뎀에서 공유기를 먼저 통하여 IPTV나 인터넷전화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IPTV제공업체에 확인 해 보니, 그런 구성은 실시간방송을 제공하지 않았던 구형 셋톱박스에서만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결론은 인터넷과 인터넷전화 그리고 IPTV까지 모두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만 플러그를 뽑을 수 있습니다. 여러 가족이 사는 집에서 이런 시간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제가 생각할 때, 결론은 한 가지 입니다. 해당 업체에서 대기전력소모를 줄인 제품을 공급하는 것이지요. 물론, 에너지절약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고, 국민적인 운동을 추진하여 의식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책임회피에 책임전가까지 하고, '일은 내가 쳤는데 수습은 네가 해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것은 곤란합니다.
유럽 등에서 에너지 고효율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대기전력에 대한 규제를 하며 1W가 넘는 제품을 퇴출 하고, 경고 하면서 기업들에 기술개발을 요구하는 등, 세계적으로 에너지 고효율화 움직임을 보여왔습니다. 그럴 때 우리 기관들은 무엇을 했습니까? 원자력으로 공급하는 싼 전기라고 광고하지 않았습니까? 성장기의 기업밀어주기 식의 전기요금체계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더 부담하라고 떠미는 것은 또 뭡니까? 그렇게 떠밀어 요금을 올리려면, 기업들의 전기요금을 먼저 현실화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22조가 넘는 돈을 강바닥에 쳐 박지 말고, 그 돈으로 전국의 조명등들을 모두 LED등으로 바꿨다면 지금처럼 심각한 전기대란이 왔을까요?

우리는 유신독재시절의 한정된 정보만을 접하는 국민들이 아닙니다. 손에는 세계의 모든 뉴스를 실시간으로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들려 있고, 세계최고의 교육수준을 자랑하는 머리를 달고 다니는 국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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