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잊어 버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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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우(fabiuse)등록 2012.06.23 11:11
주민 의사를 묵살한 채 밀어붙이다가 분신사망자까지 발생한 밀양 평밭마을 송전탑 건설 공사가 재개된다는 소식이다. 주민들의 억울한 사연을 담아보겠다며 카메라를 들고 밀양에 다녀온 지도 벌써 3개월. 취재를 하면서 "다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지만, 단 한 번도 찾아가지 못했다.

오랜만에 검색해 본 밀양의 모습은 폭풍 전야였다. 지난 7일, 낫을 들거나 사나운 개를 데리고 한국전력 하청업체 직원들이 마을로 들어왔다. 그들과 마주친 마을인근 사찰의 한 비구니 스님은 사지 마비와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이미 그들로부터 수차례 '성폭행'과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아 온 터인데 그들이 직접 낫을 들고 찾아왔으니 어땠겠나. 주민들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한전은 지난 1월 분신 사망한 이치우 씨의 90일 애도 기간이 끝난 6일, 송전탑 공사 재개를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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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전원개발촉진법'에 있다. 박정희 개발독재체제 때 만들어졌다는 이 법은 국가가 시행하는 중대한 사업을 위해서라면 주민설명회만 거치고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게 해놓았다. 보상가격 역시 시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주민들로서는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사람의 생명과 행복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정부가 좋은 정부다." 이런 생각을 했던 미국 3대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은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 중 한 명이 되었다. 그러나 2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한국에서는 '국가를 위해' 주민들의 생명과 행복은 무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계삼씨 같은 분들이 1차, 2차 밀양 탈핵 희망버스 행사를 기획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을 세상 사람들에게 고발하기 위한 것이다. 평밭마을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사람들의 '관심'이다. 주민들은 힘겹게 외치고 있는데, 나조차 그 아우성을 잊어버리고 있었다니! 그들의 현실이 나의 현실임을 오늘 다시 깨닫는다. 미안한 마음과 함께.
덧붙이는 글 지난 3월, 밀양에 다녀와 썼던 기사들.

- "느그는 애미, 애비도 없나... 여러분들 도와주이소"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10996
- "내가 죽어야 문제가 해결되겠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1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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