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젊은이가 자신만 살겠다고 나라를 떠나면 누가 남겠는가?

[새로운 나라 네팔, 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 6] - 꿈을 찾는 네팔 청년들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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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효(tiger3029)등록 2012.06.30 14:49
핸섬(66세), 마지막 왕의 직전 왕인 비렌드라 왕의 친구

네팔 비렌드라 국왕의 친구 핸섬(66세) 모든 젊은이가 자신만 살겠다고 나라를 떠나면 누가 남겠는가?라고 말하던 핸섬, 마지막 왕의 직전 왕인 비렌드라 왕의 친구 ⓒ 김형효


네팔 비렌드라 국왕의 친구 핸섬(66세)의 집 마지막 왕의 직전 왕인 비렌드라 국왕의 친구인 핸섬(66세)이라는 사람의 집에 초대를 받아 함께 술잔을 기울였다. 앞에 정성을 기울이며 음식을 내오는 사람이 핸섬의 부인 ⓒ 김형효


살기 위해 낯선 곳을 찾는 것은 용기 있는 사람들의 일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한 용기로 칭찬받아야 할 것은 살기 위해 척박한 땅에서 굳건히 새 길을 내기 위해 자리를 지켜내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낯선 나라를 향해 가는 때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길을 내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오랜 네팔왕조가 끝났다. 난 왕정이 한창일 때 브라만인 한 사람의 작가를 알게 되었다. 그는 비운에 죽어간 왕 비렌드라의 친구였다. 핸섬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의 나이도 이제 60대 중반을 넘겼다. 과거 비렌드라 왕과 동문수학을 한 친구로 한때 미국의 나사(NASA)의 초청을 받기도 했으나 그는 그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이후 왕이 외국대사를 제안해왔을 때도 이를 거절했다고 한다. 참 고집스럽고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의아한 표정으로 질문을 던진 내게 그는 매우 간단한 답을 건넸다.

네팔 청년들의 활기찬 모습 네팔 안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가는 네팔 청년들이 늘고 있다. ⓒ 김형효


모두가 새 삶을 추구한다는 이유로 조건 좋은 삶만을 쫓아 나라를 떠난다면 네팔은 누가 지키겠는가? 내가 보는 그의 태도는 나 아니면 안된다는 청년의 객기, 혈기가 넘칠 때 가질 수 있는 잘난 맛도 있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너무나 이색적인 이력의 소유자다. 그래서 그를 이해하기는 참 어렵다. 지금 그는 청년 시절의 네팔 전역을 돌며 여행한 이야기들을 책으로 쓰며 네팔 청년의 의식을 깨우는 글쓰기에 열중하고 있다. 술 좋아하는 그를 만나면 여지없이 술 못하는 나도 한잔은 기본으로 마셔야하는 것이 예의가 되어버렸다.

지금 그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네팔에 그런 청년들의 기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어서다. 세계 각국을 향해 밥벌이와 가족의 희망을 만들기 위해 몸을 던L는 사람들이 네팔 청년들이다.  그들은 그 누가 뭐라해도 자신의 몸을 무기로 살아가는 네팔의 희망이다. 그렇지만 그들보다 더한 격려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사람들 또한 또 다른 네팔 청년들이다. 그들은 네팔 사회의 공백을 메우는 네팔의 또 다른 청년들이다.

집회 현장의 네팔청년들 자신들에 삶의 토대인 네팔의 변화를 촉구하는 집회 현장의 네팔 청년들 ⓒ 김형효


험한 생활기반을 갖고 살아야하는 청년들,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더욱 열렬히 현실을 떠나려는 욕망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렇기에 더욱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하는 네팔 청년들,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들의 대표적인 집단이 군인과 경찰이다. 물론 네팔에서 군인과 경찰은 비교적 안정적 조건에 퇴직 후 생활이 보장된다. 그러나 외국에 가서 일하는 이주노동자와 비교해서 매우 빈약한 조건이다. 또 다른 청년들이 관광 네팔을 살리는 가이드와 포터들이다.

강한 정신력과 끈기로 뭉쳐진 그들이 확고한 신념만으로 현실을 지키는 것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그들이 하는 역할은 네팔을 살리는 역할로 인정받기 충분하다. 버거운 조건에서 충분히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고 네팔의 미래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네팔 청년들의 모임도 많다. 지금 네팔에서는 언론, 지역발전, 정치, 사회 등 사회 각 분야의 청년모임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늦기는 했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네팔의 인터넷망과 정보통신기능의 충족이 가져온 새로운 풍속일 수도 있다.

핸섬 가족(66세) 앞줄은 핸섬과 그의 부인이고 뒷줄은 그의 아들 디펜드라와 그의 부인이다. 핸섬은 아들이 미국을 갈 기회가 있지만, 네팔에서 정착하라는 충고를 했고 그의 아들도 네팔에서 자리를 잡았다. ⓒ 김형효


혹시라도 네팔청년들이 가난하다고해서 모두 이주노동의 길만을 떠나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오해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도 미흡한 기술 개발 등 다양한 분야의 축적된 자산이 없는 것은 네팔인들이 시급하게 풀어가야할 과제이지만 네팔인들 스스로 의식 속에서 이미 활기차게 깨어났음을 한국인들은 이해했으면 한다. 그래서 그들을 일깨우는 일에 좀 더 적극적인 지원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한국인들이 무엇을 많이 주었다는 물적인 것보다 많은 것을 깨우쳐주었다는 정신적인 희망의 소리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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