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할머니들을 폭력과 욕설로 대하는 국가가 있을까?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쓰는 전기 때문에 바로 우리의 할머니들이 모욕을 당하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 용역들에 의해 밀려나는 청도군 각북면 할머니들 청도군 각북면 송전탑 건설현장에서 항의하던 중에 한 사람의 할머니가 넘어지는 등 할머니들이 용역업체 직원들에 의해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70대 농민의 자살, 할머니들의 절망
지난 1월 경남 밀양에서는 초고압 송전탑(765KV) 건설에 반대하는 70대 농민(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90대 노모를 모시고 평화롭게 살던 농민에게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은 부산과 울산의 경계지역에 건설추진중인 신고리 핵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를 끌어가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이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논과 마을, 뒷산위로 높이 100미터가 넘는 초고압 송전탑이 지나간다는데 누가 반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반대를 했지만, 주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한전과 공사업체가 고용한 젊은 용역들의 욕설과 폭력이었다. 그 모욕이 얼마나 극심했으면, 90대 노모를 모시고 살던 농민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을까?
그러나 이런 비극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한전은 반성을 하지 않고 있다. 지금 밀양에서는 농번기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이 한전의 공사강행을 막기 위해 밤낮을 지키고 있다. 70이 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이렇게 대하는 사회가 있을까?
송전선로는 밀양만 지나가는 것이 아니다. 경북 청도에서도 송전탑이 마을위로 지나가게 되면서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경북 청도군에만 41개의 송전탑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7월 3일부터 청도군 각북면에서는 밀양과 같은 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송전탑 건설을 강행하는 공사업체 용역들을 할머니들이 몸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한전과 공사업체 쪽은 젊은 용역업체 직원들을 동원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쓰러지고 다치고 있다.
갑작스런 선로변경, 마른 하늘에 날벼락
어떻게 상황이 이렇게 되었을까?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청도면 각북면의 송전선로 건설은 아주 졸속으로 진행되었다. 주민설명회는 형식적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주민들도 모르는 사이에 주민의견서가 작성되어 제출되기까지 했다.
애초에 얘기된 노선이 어느 날 갑자기 변경되었다. 당초에는 마을을 우회하기로 되어 있던 송전선로가 어느 날 갑자기 마을 위를 지나가도록 변경되었다. 변경된 이유도 모르고 농민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일을 당했다.
▲ 변경되기 전의 송전선로 마을(삼평리)를 우회하는 것으로 선로가 계획되어 있다 ⓒ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그러나 이런 문제에 대해 아무런 설명없이 공사는 강행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하루하루가 힘든 상황이다. 할머니들이 20대 젊은 용역들과 맞서야 하는 비극이 매일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할머니들과 함께 하고 있는 대구 환경운동연합의 정수근 국장은 "주민들에게 노선변경이유에 대해 설명도 제대로 하지 않고, 송전탑 건설만 강행하는 정부와 한전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더이상의 주민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일단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핵발전에 의존하는 시스템이 문제
한편 밀양과 청도의 송전탑은 핵발전소에 의존하는 전력생산시스템이 낳은 것이다. 바닷가에 지은 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전기를 대도시로 끌고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초고압 송전탑이다. 이렇게 중앙집중적인 전력공급시스템은 송전탑 건설로 전국 곳곳의 환경을 파괴하고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위협한다.
그래서 '탈핵(탈원전)'이 논의되고 있다. 야당 대선후보들도 신규핵발전소 건설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만약 새로운 핵발전소를 짓지 않는다면 밀양과 청도의 할머니들을 모욕해가면서 건설하고 있는 송전탑도 필요없다. 밀양이든 청도든 공사를 중단하고 핵발전소 건설 문제부터 진지하게 재검토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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