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판매인에 과중하게 전가되는 법수호 의무

정교하게 위조된 신분증 판별도 판매인의 몫으로 전가

검토 완료

진미숙(lavigne)등록 2012.07.17 17:28
  청소년을 대상으로 담배를 판매한 경우 청소년보호법에 위배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관련법규인 청소년보호법은 청소년에게 유해한 매체물과 약물 등이 청소년에게 유통되는 것과 청소년이 유해한 업소에 출입하는 것 등을 규제하고, 청소년을 청소년폭력·학대 등 청소년유해행위를 포함한 각종 유해한 환경으로부터 보호·구제함으로써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놓은 법률이다. 법률의 취지는 아무리 뜯어 보아도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단속이 이루어지는 실무를 깊이 들여다 보았을 때는 고개가 갸웃거려질 정도의 심각한 불균형이 발견된다.

부산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담배를 판매하는 M씨는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서 청소년을 가려내는 일에 열중했다. 포토샵으로 주민등록증의 사진을 바꿔온 여학생에게 기습적으로 무슨 띠인지를 묻는가 하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가 언제인지를 묻기도 했다. 주민등록증의 4자를 긁어서 1자로 만들어 오는 학생도 있었지만 주의깊게 들여다보고 알아챘다. 자기가 필 것이 아니라 손님 심부름으로 담배를 사러 왔다면서 막무가내로 담배를 내놓으라는 학생도 있고 짙은 화장과 염색머리를 하고 아예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가지고 와서 제시하며 성형을 해서 얼굴이 다르다고 주장하는 여자도 있다. 주민등록증이 위조되었다고 생각되거나 본인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경우에는 1382로 전화를 걸어서 주민등록번호의 진위여부를 확인한다.
위반시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등 처벌이 강력한 편이어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던 차에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았다는 신고를 받았다는 경찰의 방문을 받았다. 제시한 신분증에 문제가 없어서 적절한 확인절차를 거친 후에 담배를 판매한 것으로 기억했지만 제시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없었다.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경찰이 목격하고 어디에서 담배를 구입했는지 묻자 M씨의 편의점을 지적했다는 것인데 확인절차를 거쳤다는 M씨의 소명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M씨는 과징금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위조한 주민등록증으로 담배 구매를 시도하다가 적발된 청소년은 형법상 공문서위조죄로 처벌할 수 있으나 청소년의 신분을 감안하여 실제로 처벌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영업정지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보전하기 위해 부모를 상대로 미성년자의 법정관리자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주의를 기울였음에도 어이없이 속았다는 생각에 무기력감에 빠진 M씨는 병원에서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더이상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청소년인줄 알면서 담배를 팔았다면 내가 나쁜 놈이지만 거짓말하고 속이고 정작 나쁜 놈은 그 놈인데 왜 엄한 판매인만 처벌하는지."

담배 구매를 시도하는 청소년들의 수법은 점점 더 치밀해져간다. 경험과 학습에 의해 훈련되니 당연한 결과이다. 교묘한 수법으로 성년자의 신분을 가장한 청소년에게 담배를 팔았다는 이유로 판매인만 심적 피해와 재산상 손해를 고스란히 감수하게 하고 위법한 방법까지 동원해서 담배를 구입하는 청소년들은 관대하게 다스리는 실무가 과연 형평성에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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