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등록금 정책의 허상

검토 완료

김선태(vestiges)등록 2012.07.19 10:37
한국에 대학은 존재하는가?
- 고등교육정책의 현실

대학은 사치스러워야 한다. 사치는 육체적 본능과 욕망만을 지칭하는 단어가 아니다. 마음과 정신의 요구이자 인간이 목적을 추구하게 하는 기제이다. 과거부터 대학기관은 예술과 산업에 영향을 주었으며 수많은 위인을 배출해냈다. 과거의 대학생들은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대신에 자기를 개발하는데 힘쓸 수 있었다. 현재의 각박한 시선은 그러한 학생들을 끌어내리지만, 그들이 청춘을 토해내며 배출한 지식들은 현존하는 학문들의 기초가 됐다. 영국의 옥스퍼드학파의 노력은 이후 영국이 복지운동을 선점했고, 세계대전 이후에 세계 유수대학들은 제국과 기업의 경쟁력에 도움을 주는 연구를 발표해냈다. 신자유시대가 도래한 이후 대학의 역할은 축소되었다지만, 사회적 장악력은 오히려 커졌다. 그 이유는 대학이 지식의 전람이 아닌 하나의 사회적 관문이 되어버렸으며, 대학의 역할이 경제발전의 도구로 전락해버렸기 때문이다. 한국의 대학입학률은 84%로 세계 최고 수준을 육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학을 졸업하지 않는 것은 직업선택과 계층이동의 가능성에서 한발 멀어지는 것과 같다. 졸업장은 학문습득의 증거가 아닌 사회가 요(要)하는 인증서로 도구화되었고, 일종의 사회보험증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다고 대학졸업장이 경제활동의 보증수표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학졸업장을 위해 일반대학생이 지불해야하는 돈은 연간 천만 원을 웃돈다. 취업을 통해서도 회복하기도 어려운 액수다. 졸업생들을 위해서 직업교육기관인 전문대학이 존재하고 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대학생 8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1.5%가 취업 사교육을 받고 있고, 여기에 드는 비용은 평균 265만원일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취업을 목적으로 생각했다면 애초에 전문대학기관을 입학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문대와 4년제 대학의 차별이 존재한다. 핀란드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실업계와 같은 직업학교와 전문대학이 구별되어 있으나 취업률은 우리보다 높으며 사회적인 편견도 없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핀란드의 정책만 부러운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학업에 대한 순수성을 유지하고 노동의 가치를 존귀하게 대접하는 의식수준을 높게 평가하는 것이다.   
핀란드의 대학은 취업과 학업의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은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다. 교과부는 지난 한해의 대학졸업생의 취업률을 평균 55.0%로 발표했다. 이들 중 취업을 포기하는 비율도 많아지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작년 통계는 취업자의 비중이 최근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20대 후반의 인구가 과거보다 줄어든 탓이다.

2010DB건강보험료통계 건강보험료 취업률 ⓒ 통계청


<표-1>2010년 건강보험DB연계 유지취업률 현황. 교과부. 2010

즉, 취업자의 증가라기보다 인구수가 급격히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감소하는 기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또한, 대다수가 취업을 보류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러한 통계는 학부생을 경직되게 만든다. 이는 결국 학부의 성격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대학은 존립을 위해서 기존의 학부를 폐지하거나 새로운 교과목을 신설하는 등의 변화를 단행한다. 국가가 실업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 시점에서, 대학이 학부생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인 것이다. 대학은 자신의 보험성을 지키기 위해서 불안요소를 지속해서 환기시킨다. 그것이 바로 등록금정책이다.
한국의 대학은 대학교육의 질과 등록금의 수준을 등가관계에 놓고 있다. 즉,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학의 현실은 그러한 계획에 걸맞은 옷을 입지 못하고 있다. D공대의 경우 실습실 명목으로 거액의 동록금을 책정하고도 몇 백원하는 리트머스 종이도 구비하지 않고, 500여만원을 호가하는 등록금을 지불하는 조형대학의 경우 이젤의 받침대가 없어서 그림을 그리는데 애를 먹는다고 한다. S대학은 600주년 기념관을 짓기 위해서 300억이 넘는 지원금을 사용했다. 어느 학교의 교직원은 법인카드를 이용해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유명백과 바비인형을 구입했다.
위와 같은 사례들은, 한국의 대학기관들이 어떠한 착각에 빠져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들은 학생이 낸 등록금을 교육비가 아닌 용도로 사용한 것이다. 한국의 대학도서관의 장서수는 미국대학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은 '2010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서 서울대와 경북대 등 상위 20위권 대학 도서관의 평균 도서 수가 191만4천여권으로 '북미연구 도서관협회(ARL)'의 최근 통계(2008년)와 비교해 최하위 수준이라고 8일 밝혔다. 학문의 기초체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열세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환경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말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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