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평화생명의 순례인가
허상수
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요구하는 평화생명운동이 날이 갈수록 진화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종래 시민사회운동을 폄하하는 보수우익들은 입으로는 '선동과 기만의 정치를 중단하라'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기성세대들을 동원하여 사실상 완력과 강권, 폭력을 가감없이 쓰고 있다. 백주의 테러나 마찬가지이다. 일부 어르신단체원들이 대한문 분향소에 난입하여 제물을 부수는 등 난동을 일삼고 있는 게 대표사례이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은 헌법과 제도의 올바른 적용과 해석을 바탕으로 합법 활동을 펼쳐왔다. 그나마 그런 해결 가능성이 차단되었을 때 장외 투쟁을 해 오면서 바락바락 악을 쓰며 구호를 외쳐 온 게 사실이다.
강정마을 주민의 제주해군기지반대운동은 몇 가지 점에서 기성 사회운동과 결을 달리하고 있다. 이제 6년째 접어든 장기 사회갈등의 해결을 위해 '해군기지 결사반대'를 외치던 시대에서 나아가 차분한 호소와 토론을 통해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방식이 결합되고 있다.
첫째, 강정마을 평화 유지 활동은 문화운동의 성격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3월,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는 제주사름'은 행사 전체를 문화행사에 할애하는 '문화집회'를 개최하였다. 시낭송과 공연, 영상물 관람만으로 행사를 일관함으로써 평화활동가뿐만 아니라 참석 시민들을 감동의 바다로 초치하였다. 김선우 시인은 자신의 시집 발간기념의 주제를 '강정마을 해군기지 전면 재검토하라'는데 두었다. 독립영화 감독들은 1년 동안 오가며 취재한 강정마을주민의 삶과 꿈과 자연을 영상에 담은 다큐멘터리영화를 주민들과 활동가들에게 헌정하였다. 이런 문화공간에서는 누구도 구호한번 외치지 않았지만 진득한 분노와 슬픔을 마음으로 전하는 극적 순간을 만들어 주었다.
둘째, 시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직접행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엔 강정마을 주민들이 평화생명의 전령사가 되어 제주 세계평화의 섬을 자전거로 일주하였다. 나아가 오는 6월 30일부터 3주 동안 전국 24개 도시를 순회하는 1600km '생명평화 바람개비 자전거 국토순례'가 시작될 계획이다. '평화의 바람아~ 강정으로 불어라~'라는 깃발을 앞세운 이 평화순례단은 서울 조계사를 출발하여 대한문 쌍용자동차분향소, 용산철거민 참살현장, 부평 콜텍악기노조 농성장, 여주4대강 현장, 강원도골프장반대농성장, 전북버스파업, 부산한진중공업 영도공장앞 등 전국에 산재한 장기 갈등 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연대와 전진의 메시지를 공유하기로 결정하였다. 장기갈등의 비생산성과 사회적 분열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이다.
셋째, 이번 평화생명순례는 연대와 전진을 다짐하는 미래기획이기도 하다. 장기갈등 현장에서 자칫 일어날 수 있는 소모적 논쟁이나 분파적 언동보다는 내일의 희망과 승리를 위한 새로운 각오와 결단의 다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장기갈등의 공동대응은 분열극복에 있다.
넷째, 현실정치에 대한 새로운 입지 정비작업이기도 하다. 2013년 체제를 갈구하는 유권자들은 12월 대통령선거에 대한 전망에 대해 많은 점을 궁금해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장기갈등의 당사자들은 12월 대선의 결과에 따라 많은 것들이 좌우될 것이라는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이에 대해 마음속이 시원한 해답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당선된 국회의원들조차 별다른 해법을 손에 쥐어주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속 터지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처럼 지치고 힘이 빠진 지금의 상황을 일신함으로써 국가안보주의의 무망한 예산낭비와 튼실한 평화정책의 실현을 직접 촉구하기 위한 내셔널 튜어를 감행하게 된 것이다. 전국에 산재한 평화애호세력과 양심적 민주진보인사들의 관심과 참여를 간절하게 희구한다.
덧붙이는 글 | 강정을 사랑하는 육지사름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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