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종북 논란은 시대착오적 '블랙 코미디'

문답으로 풀어본 종북 논란

검토 완료

김행수(hs1578)등록 2012.07.27 18:54
2012년 대한민국에는 아직도 빨갱이 사냥이, (요즘 말로 이름만 바꾸자면) 종북주의 논쟁이 한창이다. 이 종북주의 논란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짓인지 우리 지난 현대사의 간단한 문제 몇 개를 풀어보면서 답을 생각해보자.

김일성에게 선물 준 남로당원 박정희는 '원조 종북주의자'?

문제1. 다음 중 고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설명으로 잘못된 것은 어느 것인가?
⓵ 그의 형은 좌익 지도자로 '대구 10월 항쟁' 때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
⓶ 남조선노동당(조선공산당의 후신)에 가입하여 남로당 군사부장을 맡았다.
⓷ 여순사건 이후 좌익 군사반란 등의 혐의로 사형 구형,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선물까지 주고 받았다.
⓹ 답 없음.

정답은 "⓹ 답 없음."이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등을 통하여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좌익 전력은 사실로 확인된 바 있으며, 그가 군대 내에서 승진을 할 때, 심지어는 대통령 선거를 하는 과정에서도 이런 좌익 전력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좌익 지도자였던 형이 죽은 후 형의 친구들을 통해 남로당에 가입하였다가 군대 내 좌익 숙군 때 적발되어 사형을 당할 뻔하기도 했다는 사실은 판결문을 통해 역사적 사실로 굳어져 있다. 이 때 그는 군대 내 좌익 세력의 조직도를 실토해 형이 감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사일생으로 재판에서 살아남았지만 소령이던 그는 군대에서 쫓겨났다가 이후 문관으로 근무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해 일본군 장교 인맥 등의 도움으로 군대로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더 웃기는 것은 그가 생전에 북한의 김일성 주석과 선물을 주고받기도 했다는 것이다. 평안북도 묘향산 초입에는 국제친선전람관이라는 기념관이 있는데, 여기에는 세계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2005년 연합뉴스와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의하면, 여기에 전시된 선물들 중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에게 1972년 선물한 은(銀)으로 만든 담배함과 재떨이 세트, 은칠보꽃병 등도 있다.

박 대통령은 김일성에게 선물을 주었을 뿐 아니라 선물을 받기까지 했다. 2009년 1월 공개된 박 전대통령 유품 중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 주석 김일성'이라는 공식 명칭이 기록된 김일성 친필 명함과 더불어 선물로 받은 '금강산 선녀도'와 청자 항아리가 있었는데, 그는 이를 애장품의 하나로 소장하고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남로당에 가입하여 군사부장이라는 간부를 맡았고, 김일성 주석과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이니, 지난 6월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가 "종북의 원조는 박정희"라면서 박근혜 의원과 새누리당의 종북주의 색깔론을 비판한 것이 억지는 아닌 듯하다.

문제2. 다음 내용을 친서(親書)로 김일성 주석에게 보낸 대통령은 누구인가?

"주석께서 말씀하신 내용을 경청해보니 내용 하나 하나가 내 생각과 거의 동일합니다. 김 주석께서는 공개적으로 말씀이 계셨지만 40년 전에는 민족해방 투쟁으로, 그리고 평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해서 애써 오신 충정이 넘치는 그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주석께서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이 땅의 평화 정착을 애쓰신데 대해, 이념과 체제를 떠나 한민족의 동지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마지 않습니다"

⓵ 박정희 대통령 ⓶ 전두환 대통령 ⓷ 김대중 대통령 ⓸ 노무현 대통령 ⓹ 이명박 대통령

정답은 "⓶ 전두환 대통령"이다. 5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의 회고록(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에 나오는 내용이다.

1985년 9월 서울을 비밀리에 방문한 김일성의 특사였던 허담 대남전선비서 일행을 경기도 기흥의 한화 별장에서 만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전달한 친서 또는 발언 내용이다.

5공의 황태자라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의 회고록(바른역사를 위한 증언)과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 이 회고록에서 박철언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김일성의 밀사에게 서신을 통하여 '일제시대 민족해방투쟁, 광복후에는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충정을 바친 인물"로 칭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인터넷 캡쳐


전두환 전 대통령은 김일성 주석을 "일제시대에는 민족해방 투쟁으로, 광복 후 오늘날까지 40년에 걸쳐 조국과 민족의 통일을 위하여 모든 충정을 바쳐 평화 정착에 애쓴 인물"로 '고무찬양'하고 있다.

만약, 이 말을 노무현 대통령이나 김대중 대통령이 했다면, 유시민이나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들이 했다면 당장 "반국가 단체의 수괴를 칭송한 종북주의자'라면서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문제3. 북한이 일제 강점기 김일성 주석의 대표적인 무장독립운동 업적으로 내세우는 '보천보 전투'를 다룬 1937년 6월 5일자 호외판 기사를 동판에 금을 입혀 특별제작해 직접 선물한 언론사와 인물은?

⓵ 동아일보 김병관 ⓶ 중앙일보 홍석현 ⓷ 조선일보 방상훈 ⓸ 한겨레신문 정연주 ⓹ 오마이뉴스 오연호

정답은 "⓵ 동아일보 김병관"이다. 동아일보는 남한 내 대표적 보수언론사다. 동아일보는 종북논란에서 보듯 남북문제에 다른 보수언론들과 함께 색깔론을 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98년 동아일보 취재진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순금으로 제작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선물로 바친 1937년 6월5일자 동아일보 '보천보 전투' 호외. 기사 왼쪽에 '김일성(金一成)'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 2005 오마이뉴스 노순택



그런 동아일보가 김일성 정권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항일무장독립 투쟁의 대표적 사례인 보천보 전투 관련 보도 기사를 순금으로 만들어 선물한 것이다.

알려진 것처럼 이 보천보 전투는 '가짜 김일성' 주장을 반박하는 가장 유력한 증거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었다. 그런데 다른 신문도 아닌 동아일보가 이런 선물을 한 것이다.

만약, 한겨레신문이나 오마이뉴스와 같은 진보적 언론사가 이런 선물을 했다면 친북언론, 종북언론 어쩌고 하며 '노동신문 서울지국'이냐는 비아냥과 함께 난리가 났을 것이다.

더 웃기는 것은 김일성 주석에게 이런 선물을 한 것이 박정희와 동아일보뿐이 아니라는 것이다. 2005년 당시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 의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금수저와 금송아지, 다기 세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은주전자 세트와 청자, 쟁반 등,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은 다이너스티 리무진 등 최고급 현대차와 금학(金鶴), 문선명 통일교 교주는 유조선, 김우중 전 대우회장은 수예 장식 농장 등을 보냈다고 한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보낸 선물도 있다고 한다. 더 놀라운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도 2002년 5월 방북하여 IT에 관심이 많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최첨단 비디오 기기를 선물했다고 밝혔다는 점이다.

국민에게는 '빨갱이를 때려잡자'며 죄 없는 사람에게 빨갱이 누명을 씌우던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와 색깔론에 앞장서던 보수언론들 그리고 박근혜 의원마저 뒤로는 김일성 부자에게 선물을 보냈다는 사실이 보여주는 우리 사회 코미디 같은 단면이다.

그럼 박근혜의원도 종북주의자냐?

문제4. 다음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 중 한 명이 한 방북 발언이다. 누구일까?

"대화하기 편했다. 왜냐하면 모든 문제에 대해 또 제가 제의한 문제에 대해서 시원시원하게 터놓고 솔직하게 대화하는 스타일이었다. 되는 건 되고 문제가 있는 건 이런 게 문제라며 조목조목 들었다.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인 것 같다. 내게 한 약속 거의 다 지켰다. 외부의 합리적 제안을 수용할 수 있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지난번 김 대통령 방북 때 알려진 것처럼 수준 높은 유머를 구사하였다."

⓵ 새누리당 박근혜 ⓶ 민주통합당 문재인 ⓷ 통합진보당 유시민 ⓸ 통합진보당 이정희 ⓹ 무소속 안철수

정답은 "⓵ 새누리당 박근혜"이다. 2002년 5월 박근혜 의원은 북경에서 김정일이 보낸 전용 비행기를 타고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독대했다. 방북 후 이례적으로 판문점으로 돌아온 박근혜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약속을 잘 지키며, 합리적이고, 유머 감각이 있는 지도자'라는 식으로 칭송하는 듯한 발언을 기자들 앞에서 한 바 있다.

만약 이 말을 문재인 등 야당 인사나 안철수가 했다면 당장 국가보안법의 고무찬양죄로 감옥에 잡아넣어야 한다고 난리가 났을 것이다.

박근혜 의원의 2002년 방북 사진들. 이 때 박근혜 의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보낸 전용기를 타고 방북하여 그를 독대했으며, 방북후 김위원장에 대해서 약속을 잘 지키는 합리적인 지도자라는 식으로 칭찬했다. 만경대와 주체사상탑에도 갔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고도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우습게도 이 사진을 근거로 중국의 어느 언론에서는 박근혜 의원을 김정일 위원장의 부인으로 소개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박근혜 의원은 자신이 직접 썼다는 방북기를 통하여 김일성 생가가 있는 만경대 관광과 주체사상탑에 대해 언급했다.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지난 6월 "만경대에 왜 갔으며, 주체사상탑에서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밝히라. 만경대와 주체사상탑을 다녀온 정치인이 국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의원의 생각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박근혜 의원은 종북주의자 어쩌고 하는 논란을 겪은 적이 없다.똑같이 만경대를 방문하고 돌아온 강정구 교수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유죄 선고를 받는데, 박근혜 의원은 아무 일이 없는걸까.

문제5. 다음 발언을 한 기업인은 누구인가?

"내가 세계를 다니며 장군이란 장군은 다 만나봤어도 진짜 장군다운 장군은 김정일 장군님이 처음이다.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장군이라고 부르는 그분에 대해 장군이라는 호칭 말고 어떻게 부르라는가?"

⓵ 현대 정주영 회장 ⓶ 개성공단 중소기업 김사장 ⓷ 금강산 호텔 사장 ⓸ 태광 박연차 회장 ⓹ 안랩 안철수

이 문제의 정답은 "⓵ 현대 정주영 회장"이다. 알려진 것처럼 현대의 고 정주영 회장은 여러 차례 방북한 바 있으며 금강산 관광 등 초기 남북 교류를 가능하게 했던 인물이다. 정 회장의 이 발언은 북한에서 한 것이 아니라 남한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 공개적으로 한 발언이다.

이렇게 대놓고 김정일 위원장을 찬양하는 발언을 하고도 그는 국가보안법 등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 발언을 안철수 교수가 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또는 개성공단 입주 중소기업 사장이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최근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하지 않았다고 통합진보당에서 제명을 당한 황선 후보는 "내가 이 정도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화형'을 당했을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죽은 박정희 대통령도 불러낸 종북주의 논란, 이제는 끝나야

아직도 철 지난 빨갱이 타령이 끝나지 않고 종북논란으로 부활하여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3일 국회 사회교육문화 분야 대정부 질의에서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은 김황식 국무총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질의를 했다.

"'마쯔모도', '다카키 마사오', '오카모토 미노루'... 누구의 일본 이름인 줄 아느냐? ... (일본 육사와) 만주군관학교를 나왔고 남로당 활동을 하다 여순반란 사건과 관련해서 체포됐다. 만약 이렇다면 이 분이 친일인가, 아닌가? 종북인가? 아니면 원조 빨갱이인가? 그분 딸이 국가기관을 운운하면서 종북 논쟁을 벌인다. 블랙코미디인가? 희극인가?"

김황식 총리는 처음에는 누구에 대한 이야기인지 모르는 듯 하다가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 이야기인 것을 뒤늦게 눈치 채고는 "박정희 대통령이 사상적으로 어떤 입장인 것과 박근혜 의원이 어떤 사상적 스탠스를 취하냐는 별개의 문제"라면서 답변을 피했다. 21세기에 아직도 떠도는 종북논쟁이 죽은 박정희 대통령까지 국회로 불러오고 있다.

더 웃긴 것은 국무총리실 등 정부 부처가 "자료가 종북주의 의원들에게 들어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국회의원들에게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행정부에서 국민의 대표인 입법부 국회의원들의 성향을 종북주의자냐 아니냐로 구분하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최근 통합진보당 사태와 민주통합당 임수경 발언 파동 등을 두고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등은 종북주의 여론몰이를 계속하고 있고 급기야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비례대표 부정 경선 논란을 빚고 있는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자격 심사까지 합의한 상태다.

박정희 자신이 남로당 당원이며 좌익 군사반란 혐의로 사형이 구형된 바 있고, 그의 딸인 박근혜 의원도 김정일 전용기를 타고 방북하여 만경대와 주체사상탑까지 다녀와 김정일을 칭찬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세상이 다 아는 진실인데 새누리당과 대통령까지 나서서 '종북타령'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대중, 노무현 등 역대 대통령과 박근혜 의원까지 김일성 부자에게 선물을 준 것이 객관적 사실인데, 어느 재벌회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장군 중의 장군'이라고 칭송하고 있는데 종북주의 어쩌고 하면서 논란을 벌이는 것은 참 우스운 일이다. 이러니 국회에서조차 죽은 박정희를 불러내 '블랙 코미디'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이다.

이제 이런 철 지난 빨갱이 타령, 색깔론, 종북주의 논란은 끝날 때도 되지 않았나? 아니 늦어도 너무 늦은 것 아닌가?

덧붙이는 글 | 지난 "빨갱이가 위헌세력? 진짜는 따로 있다. 사상의 자유 없는 자유민주주의는 세상에 없다." 기사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덧붙이는 글 지난 "빨갱이가 위헌세력? 진짜는 따로 있다. 사상의 자유 없는 자유민주주의는 세상에 없다." 기사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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