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방송된 MBC '신비한TV 서프라이즈'(이하 '서프라이즈')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있었던 "장사상륙작전"에 관해 다뤘다. 곧이어 "장사상륙작전"은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트위터에서도 장사상륙작전으로 희생된 학도병들을 애도하고 그들에게 감사하는 트윗이 줄을 이었다.그러나 인터넷과 방송을 통해 '감동적인 전쟁실화'로 포장되고 있는 장사상륙작전의 이면에는 전쟁의 잔인한 진실들이 담겨 있었다.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던 계획… 미국이 한국에 떠넘겼다 1950년, 한국전쟁에서 수세에 몰리고 있던 UN연합군 사령관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한다. 그리고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한 양동작전으로서 또 하나의 작전을 비밀리에 계획하는데, 이것이 바로 작전명 174호, '장사상륙작전'이었다. 경상북도 영덕군 장사리에 일부 병력을 투입하여 인민군의 시선을 교란시키고 그 틈을 타 인천상륙을 시도하는 계획이었다. 미8군은 이것이 얼마나 무모한 계획인지를 알고 있었다.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다 해도 장사상륙작전에 투입된 병사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했다. 그런데 인천상륙작전조차 성공확률이 1/5000 정도로 점쳐지던 상황이었다. 장사상륙작전의 성공확률은 몇 만분의 일이라고 봐야 했다. 한 마디로 목숨을 내 놓고 전쟁터 한복판으로 뛰어 들어가라는 것이었다. 군사편찬위원회에서 편찬한 <한국전쟁의 유격전사> 자료에 따르면, 장사상륙작전은 애초에 미8군 특공대에게 주어진 임무였다. 그런데 미군은 핑계를 대며 이를 한국군에 떠넘겼다. 한국군 역시 인천상륙작전에 전 병력을 집중하고 있던 상황이라 장사상륙작전에 투입할 여력은 없었고, 결국 학도병을 편성하기로 한다.결국 772명의 학도병들이 훈련을 받아 LST문산호를 타고 장사상률작전에 투입됐다. 그러나 장사리에 도착하기 직전 태풍 케이지의 영향으로 암초에 좌초되고 만다. 가까스로 살아남은 대원들도 쏟아지는 총알들 속에서 19일까지 배고픔과 죽음의 위기 속에서 하나 둘 목숨을 잃어갔다. 19일 새벽에 조치원호가 도착해 가까스로 구조되었으나 처음 772명 중에서 139명 사망, 92명 부상, 행방불명 다수로 살아남은 자는 400명이 채 안 되었다고 한다.10대 피난민·전쟁고아로 이루어진 학도병에 일반 화물선 투입… 살아 돌아오리란 기대 없었다772명의 학도병은 전쟁고아, 피난민 등으로 이루어진 10대 초중반의 어린 학생들이었다. 이들이 어린 나이에 얼마나 투철한 애국심으로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뛰어들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가족이 없는 10대 학도병들은 한국군 입장에서는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추후에 문제될 염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대상이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한국군이 이 작전에 거는 기대는 크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장사상륙작전참전유격동지회 김영재 회장은 구사일생으로 부산항에 돌아왔을 때 당시 신성모 국방장관이 건넨 첫마디가 "너희들 어떻게 살아왔니?"였다고 말했다. 이는 엉겁결에 몇 명이라도 살아서 돌아온 것을 반기며 기특해 한 말이지만 그 이면에는 '다 죽을 줄 알았는데 너희들은 용케도 살아왔구나!' 하는 의미가 포함되었음을 직감했다고 한다. 류병추 감사 역시도 "상륙작전에 학도병과 일반 화물선을 투입한 점을 보면 희생돼도 그만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들이 타고 간 LST문산호는 군함이 아닌 일반 화물선이었다. 이렇듯 어린 나이의 학도병들을 사지로 몰아넣었음에도 군 당국은 오랜 기간 동안 장사상륙작전에 희생된 학도병들의 존재를 부인해 왔다. 그러나 1997년에 들어서 좌초됐던 LST문산호의 선체가 발견되자 비로소 이들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름다운 희생'이 아닌 '안타까운 죽음'한국군은 학도병들의 목숨을 전쟁도구로 이용했다.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작전에 투입된 어린 학도병들은 이를테면 자살특공대와 다를 바 없었다. 전쟁이 끝나자 군 당국이 이들의 죽음을 없던 일로 덮어버리려 했던 것은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한 역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에는 장사상륙작전이 어린 소년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넘어서 일종의 영웅담처럼 미화되고 있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조국의 부름에 목숨 바쳐 싸운 772명의 어린 학도병을 기억하시나요?" "내 나이랑 맞먹는 학도병들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는데 이를 모르거나 무시하는 사람들. 조금이라도 우리나라를 지킨 군인 및 학도병들을 생각 좀 하세요." "장사상륙작전에서 열심히 싸워준 학도병들 정말 감사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등 학도병들의 희생을 감사하고 칭찬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분명 어린 소년들이 전쟁 속에서 목숨을 잃어야 했던 역사는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지만, 이 사건이 그들의 '본받아야 할 애국심'에만 초점이 맞춰진다면 어린 학도병들의 죽음에 책임질 이는 아무도 없게 된다. 장사상륙작전을 어린 소년들의 목숨을 전쟁도구로 희생시켰던 비극적인 사건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이들의 죽음에 대한 적절한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영덕군에는 2013년까지 장사상륙작전 기념공원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위령탑에는 772명의 학도병 중 살아남은 38명의 이름만이 적혀있을 뿐, 나머지는 이름조차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장사상륙작전 #학도병 #서프라이즈 이 기사는 생나무글입니다 생나무글이란 시민기자가 송고한 글 중에서 정식기사로 채택되지 않은 글입니다. 생나무글에 대한 모든 책임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