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안종삼 구례경찰서장 추모 동상건립 논란

구례군, 지역민 의견수렴 없이 5천만 원 지원

검토 완료

정종신(jjsin1117)등록 2012.08.08 14:23
제15대 고 안종삼 구례경찰서장 동상이 건립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가운데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구례군이 지원한 민간자본보조사업비 5천만 원에 대한 적절성 여부를 두고, 지역민 의견이 분분하다.

민간보조사업에 대해 자부담 없이 100%를 군 예산으로 지원한 것이 관례가 없다는 것이다. 특혜성 지원 의혹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구례군의 사려 깊지 못한 행정 때문에 자칫 군민 간 갈등을 부추길 우려를 낳고 있다.

7일 구례군에 따르면, 1950년 7월 24일 좌익운동 혐의로 구례경찰서에 구금 중이던 국민보도연맹원 480명을 석방한 안 서장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동상 제막식이 지난달 24일 경찰서 앞마당에서 열렸다고 답했다.

동상은 좌대 2.4m를 포함 5.9m 높이의 청동재질로 제작됐으며, 좌대 옆면에 안 서장의 연보와 업적을 소개하는 글을 새겼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동상 건립에 대한 명분과 예산 집행, 시기·크기 등이 부적절하다는 시비가 일고 있다. 

좌대 2.4m를 포함 5.9m 높이의 청동재질로 제작돼 구례경찰서 앞 마당에 설치된 고 안종삼 구례경찰서장의 동상. ⓒ 정종신


동상 건립에 대한 명분은 명확한가

구례재향경우회는 지난해 6월 9일 문화원·재향군인회·향교·민주평통협의회 등 5개 단체의 뜻을 모아 구례군에 안 서장에 대한 추모사업 추진을 건의했다. 앞서, 지난 2009년 12월 7일 김종영 군의원은 제179회 예산결산특위에서 안 서장에 대한 공적비 건립 등에 관한 대책을 세우라고 구례군에 제안했다.

이후 구례경찰서는 지난 2월 곽순기 서장을 단장으로 기념사업추진단을 구성, 추모사업을 진행했다. 추진단은 지난 2009년 9월 과거사정리위원회의 결정서를 사업추진의 명분으로 들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단 한 차례의 공청회도 열리지 않아 지역민의 의견이 반영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구례군과 의회, 민간추진단, 일부 민간단체 등이 일사천리로 추모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군민 김모(77·남)씨는 "동상건립은 어떻게 보면 보도연맹가족이나 유족들이 예산을 들여 세우는 것이 옳은 방식인데, 수천만 원의 군 예산을 들여 거대한 전신상의 동상을 세웠어야 하는지는 되짚어볼 만한 대목이다"고 말했다.

구례군이 안 서장의 후손과 민간 추진단의 사업제안만으로 충분한 사전 검토 없이 수천만 원의 예산을 지원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구례군은 민간자본보조금 명분으로 2012년 본예산에 사업비 5천만 원을 편성, 지원했다. 그러나 민간자본보조금이 자부담 없이 100% 지원된 관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군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군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못한 아쉬움은 있지만, 그 분의 공적이 뚜렷하고, 과 보다는 공적인 사실이 더 크기 때문에 예산을 지원하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동상건립 시기·크기·장소 등 '눈총'

박경현 선행의 실물크기 동상. ⓒ 정종신


동상건립 시기도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안 서장의 후손인 며느리가 현재 구례군 의장의 소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동상 건립은 시급한 현안이 아니라는 것. 군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후손이 공직을 떠난 후 동상을 건립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 적절치 못한 시기 선택으로 그분의 훌륭한 공적에 누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공감을 얻고 있다.동상의 크기도 논란거리다.

안 서장의 동상으로부터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는 1919년 구례장터에서 기미독립만세를 부르다가 왜병에게 끌려가면서 '때려도 좋다 만만세, 죽어도 좋다 만만세'를 부르다 옥고를 치른 박경현 선생의 뜻을 기른 동상이 세워졌다.

지난 2001년 구례군민의 뜻을 모아 세운 박경현 선생 동상은 실물크기의 규모로 안 서장의 동상에 비해 초라함 마저 느껴질 정도다. 구례군의 사려 깊은 행정이 필요했다는 지적이다. 구례경찰서 앞마당에 동상이 건립된 것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안 서장의 뜻을 기리기 위한 동상이라면 군민 누구나 부담 없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없는 장소를 선택했어야 했다는 것. 경찰서는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할 뿐더러, 동상의 크기도 경찰서 건물 높이의 대형으로 친숙함보다는 위압감마저 줄 수 있다는 것.

군민 최모(65)씨는 "대형동상을 건립하면서 수천만 원의 예산을 낭비하기보다는 흉상 건립만으도 그분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데는 충분했을 것이다"며 "이번 추모사업을 추진한 주체들이 '과유불급'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았을 것이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호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호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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