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편의를 위해 시청권 침해?

TV 화면을 완전히 가리는 방송 중단 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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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jnk057)등록 2012.08.12 16:35
지상파 아날로그 텔레비전 방송이 올해 12월 31일로 중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 아날로그 방송으로 매일 연속극을 보고 계시는 시골 노부모님은 겨울부터 그 '중단 안내' 멘트가 화면의 반이나 혹은 전면을 한동안 가려버려 화면은 못보고 음성만 듣고 계신다며 불평을 하신다.

디지털로 전환하기 위하여 지금 아날로그에 멘트를 내보내는 것은 그 디지털 전환의 행정적 편의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멘트 속에는 언제 중단되는지 날짜를 알려주지도 않은 채 다짜고짜 중단이 되니 가까운 읍면동 사무소나 우체국으로 연락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시청권을 1년간 침해하면서, 그것도 부정확한 내용으로 행정목적으로 달성하려는 행위는 아직도 아날로그를 시청해야 하는 노년층, 극빈층, 시골마을 사람 등 소외계층에 대한 차별이다. 사정을 잘 아는 지식층, 경제 형편이 되는 사람은 일찌감치 디지털로 바꾸어서 불편이 없는데, 그런 소외계층만이 아직 디지털 시작되지도 않은 이 시점에서 매일 그 멘트 때문에 시청을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을 하든, 디지털 방송을 하든 시청자의 권리는 유지되고 보호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행정적 편의를 위해 현재의 시청권을 침해해도 되는 것인가? 시청권 보장을 위해 때로 광고처럼 몇 초간의 방송을 하든, 아니면 하단에 일렬의 자막으로 표시하는 것은 양해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면을 가려 시청권을 현저히 해치는 근거는 무엇인가?

시청권은 권리이지, 의무가 아니다. 의무도 아닌 일을 강요하기 위해 이런 불편을 줌으로써 행정목적을 달성하려는 발상은 일응 아무 것도 아니라며 지나치기 쉽다. 왜냐하면 그 불편은 대개 힘 없고 가난한 사람들만 당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청권의 침해뿐 아니라 다른 측면으로 보면 인권의 침해이기도 하다.

"아직도 아날로그를 보나? 유선이라도 들일 것이지."

이것은 곧 사회적 지위나 유선 방송볼 만한 형편도 안된다는 부끄러움이 된다. 그러나 디지털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런 시청권의 침해를 받으면서 곱지 않는 눈총까지 받아야 되겠는가?

몇달 전, 은행들이 IC칩으로 카드를 바꾸라면서 그 행정적 편의를 위해 각 지점의 자동입출금기의 사용을 불가능하게 했다. 그런 불편을 줌으로써 그 교체를 강요한 것이다. 결국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았으면서 많은 비난을 받고 취소한 적이 있다. 지금 방통위의 화면을 가리는 발상과 그 편의주의가 그들 은행과 다른 점이 무엇인가?

디지털로 전환된다는 사실은 시골이라도 들어서 대개 알고 있다. 혹시 전혀 모르는 노령자가 계시더라도 아마 소수에 지나지 않은 텐데, 다른 전달 방법을 강구해야지 이렇게 시청을 제한해서야 되겠는가? 말도 못하고 연속극 화면의 글시만 보고 계시는 시골 부모님을 생각하면 다시 한 번 행정 당국의 편의적 발상에 분노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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