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정치 빼닮은 호주 학생정치

민주절차 무시한 선거진행 반대하는 학생 시위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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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종(kumchonglee)등록 2012.08.2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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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민주화 요구하는 학생들 집권 학생회의 '부적절한' 선거 진행에 반대하는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며 행진하고 있다. ⓒ 이금종


호주 대학에서 공정한 총학생회 선거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29일 정오 브리즈번의 퀸즈랜드대학(University of Queensland) 본관 앞에 총학생회 선거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수 백 명의 학생들이 운집했다.

사건의 발단은 현 집권 학생회인 '프레쉬'(Fresh)가 금년도 선거에서 경쟁 세력인 '펄스'(Pulse)를 무력화 시키기 위해 사전에 동일한 정당 명칭을 등록했다는 의혹이다.

기존 선거에서는 과거에 사용된 정당 명칭을 보호하는 규정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집권 학생회가 소위 '날치기'로 관련 규정을 폐기한 것이다. 

펄스는 현 집권 세력인 '보수' 학생회에 대항해온 '좌파' 연대가 사용해 온 정당명이다. 펄스는 공식 선거 켐페인이 시작되기 이틀 전에야 자신들의 정당이 이미 등록되었기 때문에 사용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프레쉬 캠프 집권 학생회인 프레쉬는 학생들의 시위가 진행되는 가운데도 선거 유세를 진행하고 있다 ⓒ 이금종


좌파연대는 공식 선거 유세에 대비해 이미 펄스 명칭을 부착한 각종 선거 물품을 준비해 놓은 상태였다. 게다가 선거에서 정당의 명칭이 지니는 상징성을 감안하면 다른 이름으로 선거에 나서는 것은 어려운 셈이다. 결국, 이번 선거에 불참을 선언한 이들은 '학생회를위한 민주주의'(Democracy for UQU) 조직을 결성해 대대적인 선거 '보이콧'에 나섰다.

선거에 등록된 '가짜' 펄스의 후보자 명부에는 현 총학생회 회장인 콜린 핑크(Colin Finke)씨의 형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프레쉬측은 공식 성명을 통해"펄스 측의 비난은 근거가 없고, 선거는 민주적 절차를 준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관제야당? 펄스란 이름으로 이미 등록된 후보 명부에 현 회장인 콜린씨의 동생 이름도 보인다 ⓒ Democracy 4 UQU


프레쉬 측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지난 주 22일 열린 비공개 선거공판(Electoral Tribunal)에서 펄스 측의 주장이 기각되었기 때문이다. 선거규정 변경과 정당 등록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펄스 측은 공식 논평을 통해 "선거공판은 일반 법정과 달리 매우 제한적이며 규정 변경의 정당성 여부는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규정과 정관에 대한 해석을 내릴 수 있는 (헌법재판소에 해당하는) 기구는 현재 프레쉬 측이 장악한 상태"라고 밝혔다.

시위대는자유 발언을 끝내고 학생회 건물로 행진했다. 교내에는 프레쉬의 선거유세가 진행되고 있었지만 충돌은 없었다. 학생회 건물은 문이 닫혀있는가운데 경비원들만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었다.

굳게 닫힌 문 펄스 측 회장후보였던 오닐씨가 학생회 건물 앞에서 현 학생회장인 콜린씨와의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 이금종


대학 본부는아직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원만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직접 감사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펄스 회장 후보였던 아브라햄 오닐(Abraham O'Neil) 씨는 "대학 차원의 조사도 좋지만 독립적인 학생자치기구의 사안이기에  대화로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퀸즈랜드주에서 가장 큰 규모인 대학은 약 4만 4천 명의 학생으로 구성되며, 총학생회는 연간 15억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한다. 아나 블라이(Anna Bligh) 전 퀸즈랜드 주 수상도 이 대학의 학생회장 출신이다.

퀸즈랜드대학 100년 역사를 지닌 퀸즈랜드 최대의 공립대학이 학생회 선거와 관련해 술렁이고 있다 ⓒ 이금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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