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부음과 태풍 관련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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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화진(hwajin88)등록 2012.08.29 17:17
친구들 결혼식에 몰려다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세월은 흘러 이제는 자녀들 결혼식에 오라는 청첩장을 받는 나이요 손주 본 얘기를 듣는 나이가 됐습니다. 며칠 전 송산면 Y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는 최 목사 여식이 결혼한다 하여 갔습니다. 교회도 크고 사회활동도 많이 하니까 손님들이 당연히 많을 거라 생각되어 나 하나쯤 안가도 되겠지만 그래도 다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겠기에 집사람하고 갔습니다.
교회에 도착하기 전부터 차량이 길가에 길게 주차된 걸 보고 이게 다 결혼식 손님 아냐 하면서 갔는데 진짜였습니다. 온 동네가 다 결혼식에 온 손님들 차량이었습니다. 이거 뭐 조폭 결혼식도 아닌데 웬 손님이 이렇게 많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교회를 한참 지나 동네 한 가운데다 주차를 해 놓고 들어가니 이미 예식은 한참 진행 중이었습니다. 그래서 접수만 하고 식당으로 내려와 밥을 먹었습니다. 몇몇 아는 목사님들 하고 인사도 나누고 열심히 밥을 먹고 있는데 누가 와서 인사를 합니다.
"아이구, 황 목사님 아냐? 오랜만입니다. 아니, 어떻게 잘 지내셨수?"
"야~ 오랜만이네. 지금 안산에서 목회한다고 했나? 어딨죠?"
"아, 나 의왕시로 왔어요. 그건 그렇구 오 목사님 소식 알우?"
"아니, 나 뭐. 통합측 목사들 소식 못 들었는데…"
"오 목사 세상 떴어요!"
"뭐이? 아니 그게 뭔 소리요?"
"암으로 세상 떴어요. 너무 안됐어요. 황 목사님 이렇게 건강한 모습 뵈니까 정말 감사하네. 우리 건강 합시다. 그래야 주의 일두 할 거 아니유?"
집에 와서 주일 보내고 하루 이틀 지나서 시간이 나기에 인터넷으로 오 목사가 시무하던 S교회를 들어가 봤더니 많은 추모 글이 올라 온 걸 보고서야 이 친구가 진짜 고인이 된 걸 알 수가 있었습니다. 이 친구 나이는 나하고 동갑인데 키가 크고 잘 생기고 건강하고 동안이어서 나보다 아래 같아 보이는 사람인데… 그리고 파주에다 교회도 아주 잘 짓고 성도들도 괘 많고 아주 잘나가던 친구인데 믿어지지 않는 사실이었습니다. 그 교회 홈피를 보다가 한참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아, 물론 천국 가서 좋지만 현실적으론 섭섭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많습니다. 교회 짓고 입당예배 때 나를 오게 하려고 수없이 전화하고 초청장 보내오고 그랬는데도 그 때 못 갔는데 그 후 지금까지 못 가본 것이 그렇게 또 마음에 걸리네요. 정말 사람 앞 일 모르는 겁니다. 건강하다고 오래 사는 것도 아니고 약하다고 일찍 죽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어쨌든 건강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은 우리의 몫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또 태풍 볼라벤이 얼마나 강풍을 몰고 왔는지 십자가 첨탑 때문에 하루 종일 불안하게 보냈습니다. 게다가 어느 모임의 회식 행사를 내가 주관했는데 비상상황에 윗분이 참석하느냐 못 하느냐 그리고 회원들 상당수가 태풍 땜에 변수가 생겨 불참하게 된다는 전화 등등 오늘 참 힘든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회식 모임은 그런대로 잘 치렀습니다. 근데 뉴스에 보니까 강풍에 교회 십자가 첨탑들이 넘어져 사망 사고를 낸 교회들이 여럿 보도되는 걸 보면서 나도 굉장히 불안하고 여러 가지로 심란한 하루였습니다.
우리교회 십자가 첨탑을 살펴보니 녹슬고 너덜너덜한 데가 생겨서 손을 봐야 하는데 아예 철거 할까 합니다. 우리교회는 지대가 낮아서 잘 보이지도 않고 누가 고개 쳐들고 그거 보고 오는 것도 아닌데 늘 위험요소가 되니 차라리 철거하는 것이 안전하리란 생각입니다. 교회 십자가에 깔려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도 보기 민망한 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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