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책 너머 다른 책이 있어요. 사람-책, 영화-책, 음악-책."
"라면 극장을 해요. 팝콘 대신 라면 먹으면서 영화 보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죠. 돈도 없잖아요. 그래서 라면 공장에 공문을 보냈어요. 첫 회에 지원 받았죠. 곧 또 할 건데 '어느 동네, 아줌마가 쏜 라면 극장' 이런 거예요. 하는 사람도 좋고 먹는 사람도 좋고 연결해 주는 사람도 좋고. 지하주차장에서 라면 먹으면서 보는 거예요."
화창한 토요일, 버스를 타고 덜컹덜컹, 가로수 나무가 쭉 늘어선 도로를 지나 맨발동무도서관을 찾아갔습니다. 도서관 옆에는 꼭 타보고 싶은 기~인 미끄럼틀이 쌈지공원으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대천천 환경문화센터 3층. 맨발동무도서관에 들어서며 처음 느꼈던 것은 낮다는 것입니다. 다락방, 평상 등에 누워 책을 보는 아이들, 구석 책상에서 아들과 앉아 만화책을 보는 어머니, 어디든 앉아 책을 찾고, 책을 볼 수 있었습니다.
"지자체의 지원으로 설립된 것도 아니고 어떤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도 않아요. 처음 시작은 공동육아하는 사람들이 아이도 성장하고 자기도 성장하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부지기 커피 마시다가 '그럼 우리도 해보지, 뭐.' 그래서 시작한 거예요. 어떤 도서관을 만들 거야, 마을의 어떤 사랑방으로 만들 거야, 이런 생각보다는 그냥 우리끼리 너무 재밌는 거예요."
2005년 7월 17일. 시부지기 커피 마시다가 한 대화가 모여 맨발동무도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공공성을 실현하지 않고 개인의 사업장 역할을 하는 도서관을 보며 마을 사람들 누구에게나 개방할 수 있는, 돈을 내서 오는 곳이 아니라 마음만 있으면 어떤 프로그램도 즐길 수 있는 도서관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사람이 있는 도서관을 만들자."던 맨발동무도서관은 "아이들이 또 다른 친구들을 데려오고, 아줌마들이 또 다른 아줌마들을 데려오며 퍼져"나가게 되었습니다.
"공공도서관과 마을도서관의 서비스 영역이 구별된다는 걸, 하면서 확실하게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주민과 밀착되는, 사람과 사람과의 밀도가 좁혀지는 서비스를 해야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마을 도서관은 이야기를 하러 오거든요."
맨발동무도서관은 처음 3년간 자원활동가들로 운영되었습니다. 책과 사람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죠.
"'오늘 비온다! 그럼 뭐해야 되는 거 아냐?' 그럼 하는 거예요. 우리끼리. 그럼 소문 듣고 누가 오는 거죠. 그 때 저 사람 누구지가 아니라 도서관 문턱을 넘어오는 어떤 사람이라도 환대해주는 곳이어야죠. 마을 도서관은. 그렇게 이야기하러 와서 책을 보게 되는 거예요."
이후 <희망도서관 프로젝트>로 기자재 구입을 하고, <한국여성재단 만분클럽>의 인건비 지원을 계기로 실무자체제로 변화를 했습니다.
"유독 도서관만은 많은 사람들이 자원활동가만으로 된다라고 생각해요. 자원활동가가 더욱더 행복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실무자의 역할이죠. 2011년까지 지원을 받았죠. 올해 지원이 끊겨서 못살겠다 그랬는데 살아지더라구요. 마을의 후원이 많아지고 모금회라든지 공익사업 프로젝트도 하게 되고."
"한 달에 1번 느티나무도서관 장서개발위원회를 통해 사서들이 공부를 해요. 그리고 마을에 수서위원회를 꾸렸어요. 마을 서점을 운영하시는 분, 학교 교사중 책을 좋아하시는 분, 여러 사람이 모여 한 달에 1번 수서를 해요. 각자 나름대로 책을 찾아서 공론의 장에서 논의를 하는 거죠. 실패하는 수서도 많아요. 계속해서 책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는 거죠."
옳고 그르다보다는 공감하고 인정하는 수다같은 회의를 한다는 맨발동무도서관은 그렇게 나름대로 자기답게 쑥쑥 7년을 자라온 것 같았습니다.
"한데 어울려 잘 놀면서 자라는 거죠. 특정한 연령의 집이 아닌 것 같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의 집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는 아이대로 어른은 어른대로 성장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책을 통해서든 사람을 통해서든. 이 문턱을 넘어오는 사람들 누구나가 환대받는 집이면 좋겠어요. 지금은 살림방과 모심방이 있는데 환대의 방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책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져 있는 이야기가 있는 집이면 좋지 않을까요."
'부지지 연기만 내고 잘 타지 않으면서 불완전연소를 하는 게 아니야. 아주 짧은 순간일지라도 눈부실 만큼 새빨갛게 타올라야지. 그리고 나중에 새하얀 재만이 남는다…….'
<내일의 조>라는 만화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맨발동무도서관은 공간-책이자 사람-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빨갛게 타오르는 오늘을 살아가는 아주 멋진 책.
오늘은 우리도 누군가에게 책이 되어보면 어떨까요?
http://talk.openart.or.kr/gnu/bbs/board.php?bo_table=tcolumn&wr_id=318 target=_blank
<글빨>에서 원문 및 시심으로 바라보며 1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부산 민예총 떠들썩 금요칼럼 <글빨>에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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