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으로 바라보며 1 - 강연

검토 완료

김성아(closer22)등록 2012.09.10 10:48
 요즘 <강연 100°C>, <TED>와 같은 강연 문화가 삶과 꽤 맞닿아 있는 것 같습니다. TV를 거의 보지 않는 어머니로부터 <강연 100°C>를 보라는 추천을 받았으니 말이죠. 그런데 무심코 듣던 이 강연들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한 달 전, 문예제 출품을 준비하는 초등학생들의 모임에 인사말 요청을 받았습니다. 큰 강당에서 무려 15분이라는 시간동안의 인사. 주제, 글의 형식, 아이들을 집중시킬 수 있는 방법, 질문과 선물 등등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했습니다. 3~4권의 책을 미리 읽고서 원고를 작성할 때는 어려운 말은 아이들에 맞춰 고치고, 중간 중간 대답을 유도하는 질문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주제에 맞는 일화를 찾기 위해 '눈물의 룰라'라는 지식채널e 영상도 보았습니다. 주제를 '세상에서 가장 높고 크고 넓은 것은?'이라고 잡았기 때문입니다.
어제였습니다. 태풍 카눈이 부산에 다다를 때쯤, 예비군 훈련 정신 교육(안보 교육)시간에 한 예비역 장군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월남전에 참전하셨다던 강연자는 전쟁이 얼마나 살떨리는 것인지 '전시(戰時) 감성'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Freedom is not free." 자유는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며 열변을 토했습니다. 이후 강연은 북한의 기습남침인 6.25전쟁과 맥아더 동상 철폐를 주장하는 종북 세력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습니다. '안보가 중요하다'. '미래는 여러분이 만드는 것입니다.', '미래는 여러분의 몫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강연이었습니다.
저를 통해 보듯, 분명 최근의 강연 문화는 강연자의 기준을 무너뜨렸습니다. 이제 누구나 자신만의 사명과 삶의 지혜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위, 학력, 지식, 돈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에서 인간 그 자체로서의 가치를 평가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땅의 가치, 화폐의 흐름을 예측하는 학문만큼이나 인간의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인간학이 중요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우려스러운 것은 강연 내용, 즉 강연자의 철학에 대한 기준마저 모호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비역 장군의 미래는 어떤 미래일까요? 청년이 어떠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걸까요? 
저는 이 글에서 평화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케다 다이사쿠가 말하는 시심(詩心)의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 특징을 통해 강연자의 철학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기준을 제시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시인의 시선은 마음을 향한다. 시인은 달이나 꽃을 주시하면서, 인간과 세상의 측정할 수 없는 연대감을 직관적으로 인식한다."
시인은 보이지 않는 연대감, 즉 마음과 마음이 이어진 관계를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이 시심의 첫 번째 특징입니다. 지구인으로 이어진 우리는 모두 인간입니다. 인간은 모두가 존귀합니다.
"진정한 시인은 인생의 모순과 복잡함에 단호히 맞선다."
정의를 관철하는 힘. 이것이 시심의 두 번째 특징입니다. 자신만의 이기심을 넘어 타인과 사회 속에서 공명하는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시인은 두려워하지 않으며 사람들을 위해 용기와 희망의 목소리를 내며"
희망과 용기를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그렇기 위해서 실천이 따르는 말이어야 하겠지요. 행동만이 납득을 낳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시심의 세 번째 특징입니다. 
제가 그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답은 따뜻하고 강한 마음이었습니다. 초등학교를 나오지 못해서 글도 읽지 못하고, 영어도 못하는 한 선반공이 대통령이 되어 1000만명이 넘는 가난한 이들에게 생활보조금을 지급하는 법을 만들고 관철시켰다고. 그래서 수없이 많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고. 그러니 절대 어떤 환경에서도 지지 말라고, 인사말을 적었습니다. 아이들의 눈빛이, 공명하는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시인 오스월드 무샬리는 "시는 우리의 가장 깊은 부분에 있는 정신성이라는 진실된 강함을 일깨우고 공고히 한다. 시는 우리를 너그러운 사람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 괴로워하며 도움을 바라는 사람들이나 불의와 사회악으로 억압받은 사람들과 동고(同苦)하는 인간으로 만드는 힘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어느 순간 당연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느낍니다. 따듯하고 강한 마음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당신은 시인이신가요?

http://talk.openart.or.kr/gnu/bbs/board.php?bo_table=tcolumn&wr_id=269&page=2
<글빨>에서 원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부산 민예총 떠들썩 금요칼럼 <글빨>에서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부산 민예총 떠들썩 금요칼럼 <글빨>에서 함께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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