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안양은 축구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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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헌(ya500won)등록 2012.09.13 10:31
2004년 안양 LG가 갑작스럽게 안양을 떠나 서울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하자 안양 시민들 및 축구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정말 뜨거웠던 안양의 축구 열기는 불 꺼지듯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곽균열 변호사를 필두로 한 안양 FC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가 발족되었고, 시민연대와 A.S.U RED(안양 LG 서포터즈)가 교류와 협력 가운데 안양시 프로축구단 창단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여론 조성에 들어갔다.

시민연대와 서포터즈 RED는 지난 6월과 7월, 시민 공청회와 게릴라콘서트를 성공리에 개최하며 안양의 프로축구단 부활을 위한 여론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안양 시민 및 축구팬들에게 안양시민구단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 6월 안양대강당에서 열린 공청회 모습. 9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석해 안양 시민구단 창단에 큰 지지를 보냈다. ⓒ 안양FC 시민연대


약속 지키려는 시장, 반대하는 시의회

"제가 당선이 되면 안양시민구단을 창단해 잊혀진 안양 축구의 봄을 되찾아 오겠습니다."

2010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제 7대 안양 시장으로 당선된 최대호 시장이 후보이던 시절 내건 공약이다. 당선 이후 최대호 시장은 시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양시민구단 창단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을 보였고, 안양시민구단의 창단은 차근차근 밑그림을 그리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이러한 최대호 시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임시회에서 안양시민구단 창단에 필요한 프로연맹 가입금 3억원이 포함된 경정안을 통과시키려던 안양시의 노력은 시의회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제 2차 경정안 역시 지난 7월 2일부터 보름간 열린 임시회에서도 통과하지 못한 채 계류 안건으로 남고 말았다.

안양 시의회에는 총 22명의 시의원이 활동하고 있다.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과반수 이상(최소 12명)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올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최대호 시장이 속한 민주통합당은 안양 시의회의 다수당(총 22석 중 12명)이었지만, 그 중 2명이 탈당하는 바람에 상황이 역전되고 만 것이다. 결국 임시회에서의 상정안은 11명만이 찬성하며 부결되었고, 안양시민구단 창단의 꿈에는 어두운 구름이 비췄다.

3억 아끼려다 40억 손해 본 안양

안양시의회에서 논의되는 1년 예산의 액수는 총 8천 8백억원이다. 그리고 그 어마어마한 액수 중 그들이 요구한 것은 3억이었다. 물론 3억이 결코 작은 돈은 아니다. 그러나 1조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초호화 안양시청사를 포함한 100층 복합 건물 건설을 추진했던 시의회의 씀씀이와 배짱을 볼 때, 이는 예산 논의를 조금만 더 신중하게 해준다면 이 안건은 충분히 통과할 수 있었다.

또한 프로축구연맹은 내년 시즌 2부리그에 참가하는 구단에게 7억원의 스포츠토토 수익과 경기장 개보수 비용 30% 지원, 신인선수 선발시 15명 우선 지명, 자유계약선수 5명 선발 권한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었다. 연맹에서 제시한 가시적인 액수를 제쳐놓고 선수 확보에 따른 가치만 하더라도 이는 분명 10억원 이상의 이득이 있는 조건이었다.

더불어 2014년 시즌부터 신생팀은 2부리그가 아닌 3부리그(현 내셔널 리그)에 참가해야만 한다. 올해에 창단해서 내년에 리그를 참가하는 것이 최고의 시나리오였지만 시의회 의원들은 이러한 사실에 관심조차 갖지 않았다.

안양FC시민연대와 서포터즈 RED는 지난 8월 15일 열린 국가대표 평가전 잠비아전을 기점으로 안양시 시민구단 창단 기원 10만인 서명운동을 개시했다. ⓒ 안양FC 시민연대


그러나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

시민연대와 서포터즈 RED는 지난 8월 15일 안양종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초청 국가대표 평가전인 잠비아전을 기점으로 10만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경기 전 경기장으로 입장하는 팬들을 상대로 서명을 받기 시작한 것이 그 시작이다.

그들의 '슈퍼파워' 정신은 안양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시민연대는 안양역과 범계역, 대학가를 비롯해 안양시민구단 창단을 홍보할 수 있는 곳은 어디든지 누비며 서명운동과 홍보활동을 펼쳤다. 그들은 서명운동 시작 3주만에 만 명이 넘는 시민들의 지지를 얻어냈고, 서명부는 11일 시의회에 제출됐다.

안양 FC 시민연대는 지난 11일 임시회 이전 열린 전달식에서 안양 시민 만명의 서명서와 창단기원 티셔츠를 의회에 전달했다. ⓒ 안양FC 시민연대


끊이지 않는 정치싸움, 해답은 어디에?

지난 11일, 시민연대는 안양시의회를 방문해 시민들의 간절한 염원이 담긴 서명서를 의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전달식을 진행하는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당초 박현대 의장과 민주통합당, 새누리당 교섭단체 대표가 이날 개회될 임시회에 앞서 일정 논의와 간담회를 나누기로 되어있었지만, 간담회와 서명서 전달식의 시간이 겹치자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간담회와 서명서 전달식의 시간이 겹치자 박현대 의장이 양당 대표에게 서명서 전달식에 함께 참여할 것을 요청했지만, 전달식이 진행되기 몇 분전 새누리당 권용호 위원이 "전달식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박정례 새누리당 교섭단체를 제지했다.

전달식에 참여한 시민연대 허익한 총무는 "우리는 그저 안양에 프로축구단을 만들고 싶을 뿐인데, 당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반대하시는게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한편 안양시는 시의회 임시회를 앞두고 '안양 FC 창단 지원 조례안'을 제출했다. 의회로부터 창단에 필요한 준비자금 3억원을 승인 받은 후 천천히 창단 작업에 돌입한다는 애초의 계획을 무너뜨렸다. 대신 향후 5년간 안양시가 구단에 매년 15억을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안양시의 시장규모가 작고 관중참여가 적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창단을 보류했던 이필운 前 시장의 페이스북에 한 시민이 비판글을 올리자 새누리당 심재민 의원이 조롱 섞인 댓글을 올리며 논란을 야기했다. 현재 이 게시글은 삭제된 상태이다. ⓒ 이필운 前 시장 페이스북


응답하라, 안양은 축구에 목마르다

안양 시의회 임시회가 열리던 지난 11일 오전 10시, 경북의 구미시는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방문해 한국프로축구연맹에 정식 창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구미는 시민단체가 프로축구단 창단은 아직 시기상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구미경실련, 구미 YMCA, 구미 참여연대는 "구미 연고 프로축구팀의 창단을 두고 절차와 예산의 논란이 있다"며 장기간 지속되는 불경기에 추진하는 프로축구팀의 창단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을 고려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나 안양은 반대다. 안양의 프로축구단 창단은 그 누구보다 안양시민들이 간절히 원하고 있다. 인구 42만, 연 예산 1000억 수준의 작은 도시인 구미에서도 프로축구단을 만들수 있다는데 인구 67만, 연 예산 9000억 수준의 도시 안양에서 못할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K리그의 흥행에는 분명 스토리가 필요하다.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음에도 환호와 갈채를 받을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가진 스토리 덕분일 것이다. 스포츠는 분명 스토리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1998년 FA컵 우승, 2000년대 K-리그를 우승하며 K리그의 '슈퍼 파워' 였던 안양의 스토리는 K리그 흥행 요소로 손색이 없다.

지지대 국도를 사이에 두고 펼쳤던 수원과의 '지지대 더비'가 다시 실현된다면? 안양을 버리고 떠난 서울과의 더비에는 어떤 이름이 붙게 될까? 안양과 같은 처지였던 부천과의 경기는 또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낼까?

다시 K리그에 복귀해 수원과의 '지지대 더비'를 치르길 원하는 안양의 꿈이 머지 않았다. 이번 임시회에서 다시 부결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안양의 꿈은 언젠가 분명히 이루어질 것이다. 슈퍼파워 안양. 응답하라, 안양은 축구에 목마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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