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킨스의 논법으로 진화론에 대해 말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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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오(kierkeka)등록 2012.09.14 14:24
- 과학은 기적을 확률과 우연으로 설명한다. (도킨스가 이렇게 말했던가?)
정말 과학은 모든 현상을 우연으로 설명하는가. 그렇다면 과학 법칙은 왜 필요하지 라는 의문을 갖게 되지 않는가.

진화론이라는 유명한 기적이야기를 해보자. 수십억년 전 물속에서 우연히 여러 물질 요소가 뭉쳐서 아미노산, 단백질로 진화했고, 그 단백질들이 우연히 조립되어 자기 복제가 가능한 고도의 유전자 염색체를 지닌 세포로 진화했다. 이 이야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가장 가능성 있는 설명을 적어 볼 수 있다.
(설명1) 정말로 벌어졌던 일이다. 물질 요소가 아미노산, 단백질로 변했고, 단백질 쪼가리들이 다시 복잡한 자기 복제 유전자로 변했다.
(설명2) 교묘한 마술적 속임수였다.
(설명3) 그런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다. 혹은 실제 사건은 그보다 훨씬 놀랍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부풀렸다.
이 세 가지 설명을 읽는 순간, 누구나 별다른 의문 없이 가능성 높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순서대로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각 주장을 살펴보자.
(설명1) 이 옳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기본 과학 법칙들의 일부를 위반하는 일이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물질 요소가 수십억 년 전 물속에 있었다는 증거가 없고, 설령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물질 요소들이 여러 물질 요소로 구성된 단백질을 구성하는 분자들로 뭔지도 모르는 이유에 의해 우연히 바뀌었다고 우겨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단백질 분자들이 우연히 조립되어서 복잡한 질서를 갖추고 있는 완성체인 세포로 변해간다는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법칙 즉, 열역학 제2법칙과 모순된다. 다른 대안 설명들을 제쳐두고 이 설명을 선호하려면, 다른 대안 설명들이 정말이지 굉장히 가능성 낮은 사건들이어야만 한다.
(설명2) 의 속임수 마술도 가능한 설명이지만(무대나 텔레비전에서 흔히 선보이는 마술보다 훨씬 교묘해야 할 것이다), (설명3)보다는 덜 그럴듯하다. 사실 이것이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는 증거가 없는 마당이니, 구태여 속임수 마술을 제안할 이유조차 없다. (설명3)이라는 훨씬 그럴싸한 해설이 있으니까.
(설명3) 누군가 이야기를 지어냈다. 사람들은 늘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것이 픽션이다. 이 이야기가 픽션이라는 설명은 무척 그럴싸하므로, 우리는 구태여 속임수 마술을 떠올릴 필요가 없거니와 하물며 과학 법칙과 어긋나는데도 무조건 과학이라고 우기기만 하면 되는 전능한 진화를 떠올릴 필요는 더더욱 없다.
광산에 널부러진 철광석이 수십억 년 지나면서 용암에 녹고 벼락에 맞아가며 서서히 최신형 자동차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웃어넘기는 사람들이, 벽돌 무더기가 끝없이 되풀이되는 지진으로 인한 진동에 의해 뛰어올라 차곡차곡 쌓여져서 호텔로 변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진화론자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단백질 쪼가리들이 어쩌다 보니 최첨단 기능을 지닌 세포로 조립되었다거나, 세포 하나가 스스로 보다 복잡한 구조인 심장, 눈, 뼈 등을 만들어 내어가면서 인간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선포하면 기꺼이 믿는다. 그저 '아주아주 오랜 시간, 적자가 생존하려다 보니' 라는 과학적(?) 교리만 갖다 붙이면 만사형통이다.
도대체 단백질 쪼가리로부터 인간의 세포가 어쩌다 보니 만들어질 확률과 광물질 쪼가리로부터 컴퓨터 마이크로칲이 어쩌다 보니 만들어질 확률 중 어느 게 더 기적적일까.
그런 확률이란 게 가능하다면 호박이 마차로 변하는 것도 가능한 확률이다. 호박이 우연히 물질 요소로 분해되었다가 다시 우연에 의해 재결합되어 마차를 구성하는 물질로 진화하게 되고, 우연과 확률에 의해 마차가 만들어지기 위해 수십억년의 시간의 변화를 거친다면 호박이 자연선택에 의해 마차로 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현실로서 마차가 있고 더구나 호박도 있지 않은가. 모든 물질을 구성하고 있는 기본 요소들은 같으며, 결합 방식과 결합하는 요소의 양적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게 우리가 현재 믿고 있는 과학이기 때문이다. 결합하다 적절치 못한 것은 사라지고, 또 다시 결합하고를 되풀이 하다보면, 언젠가는 제대로 된 결합이 가능해지는 자연선택의 놀라운 기적을 무시하면 곤란하다.
진화의 결과인 마차가 있을 뿐만 아니라, 진화의 출발점이 된 호박도 있고, 그 둘의 물질적 요소를 분해해 보면, 공통된 요소들도 발견됨을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진화의 출발점(원시세포)도 없고, 그냥 진화의 결과(현존 생명체들)만 가지고 진화를 주장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과학적이지 않은가. 수십억년 전에는 호박이 없었다고? 출발점이 된 원시세포는 수십억년 전에 있었나? 지금 있는 호박은 지금 있기에 수십억년 전에는 없었다고 보는 게 옳고, 지금 없는 원시세포는 지금 없으니까 수십억년 전에는 있었다고 보는 게 옳다고 주장할 것인가? 수십억년 전에 있었다는 과학적 증거를 찾지 못하기는 호박이나 원시세포나 마찬가지이다.
모든 생명의 시작이 된 세포(질서)를 만들어 내는 우연이 있을 거라는 신앙에 근거해 진화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이 모든 질서를 만든 신이 있을 거라는 신앙에 근거해 신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논법임에도 불구하고 굳이 자기 주장은 과학이라고 우기는 이유에 대해 뭐라 말해야 할까. 진화론도 신화이고, 창조론도 신화이다. 진화론이 과학적이 되어보려고 노력했지만 화석 증거도 거의 없고, 이론 적용에도 모순되는 게 많아서 참으로 난감하다고 그냥 솔직히 얘기하는 게 더 과학적이지 않을까.

첨부 : 이 글을 쓰는데 인용하고 참고한 도킨스의 논증과 출처는 아래와 같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김명남 옮김, 김영사 펴냄) 중에서(프레시안)

"또 다른 유명한 기적 이야기를 살펴보자. 예수라는 유대 설교자가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는 이야기다. 이번에도 세 가지 가장 가능성 있는 설명을 적어 볼 수 있다.
(1) 정말로 벌어졌던 일이다. 물이 정말 포도주로 변했다.
(2) 교묘한 마술적 속임수였다.
(3) 그런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다. 누군가 지어낸 허구의 이야기다. 혹은 실제 사건은 그보다 훨씬 놀랍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부풀렸다.
누구나 별다른 의문 없이 가능성 높은 순서대로 나열할 수 있을 것이다. (1)이 옳다면, 그것은 우리가 아는 기본 과학 법칙들의 일부를 위반하는 일이다. 그 이유는 1장에서 호박과 마차, 개구리 왕자에 대해 이야기한 것과 같다. 순수한 물 분자들이 알코올, 타닌, 다양한 당, 그 밖의 여러 물질로 구성된 복잡한 혼합물로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른 대안들을 제쳐두고 이 설명을 선호하려면, 대안들이 정말이지 굉장히 가능성 낮은 사건들이어야만 한다.
(2)의 속임수 마술도 가능한 설명이지만(무대나 텔레비전에서 흔히 선보이는 마술보다 훨씬 교묘해야 할 것이다), (3)보다는 덜 그럴듯하다. 사실 이것이 실제로 벌어졌던 일이라는 증거가 없는 마당이니, 구태여 속임수 마술을 제안할 이유조차 없다. (3)이라는 훨씬 그럴싸한 해설이 있으니까.
누군가 이야기를 지어냈다. 사람들은 늘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것이 픽션이다. 이 이야기가 픽션이라는 설명은 무척 그럴싸하므로, 우리는 구태여 속임수 마술을 떠올릴 필요가 없거니와 하물며 과학 법칙을 위반하고 우주의 작동 방식에 대한 모든 지식과 이해를 전복하는 진정한 기적을 떠올릴 필요는 더더욱 없다."
과학은 기적을 확률과 우연으로 설명한다. 그 결과는 우리 눈앞에 실현된 현실이고 그 자체가 마법이다. 도킨스는 말한다.
"기적, 마법, 신화, 모두 재미있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 책에서도 그 재미를 한껏 누렸다. 이 책의 장들은 대부분 신화로 시작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즐거웠기를 바란다. 그러나 나는 각 장에서 신화 다음에 온 과학적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더 즐거웠기를 바란다. 진실에는 고유의 마법이 있다는 생각에 여러분이 동의하기를 바란다. 진실은 어떤 신화보다, 허구의 미스터리보다, 기적보다 더 마법적이다. 마법이라는 단어가 지닐 수 있는 가장 훌륭하고 흥미로운 의미에서 그렇다. 과학에는 고유의 마법이 있다. 현실의 마법."
도킨스는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화의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섞어서 한마디 덧붙였다.
"호박이 마차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웃어넘기는 사람들이, 실크손수건이 정말 토끼로 변한 것은 아니라고 완벽하게 이해하는 사람들이, 예언자가 물을 포도주로 바꿨다거나, 또 다른 종교의 신자들 말마따나 예언자가 날개 달린 말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이야기는 기꺼이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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