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론의 과학성을 위한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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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오(kierkeka)등록 2012.09.18 11:42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과 관련된 갈릴레이의 종교 재판 사건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신앙과 과학의 싸움이라기보다는 기존 과학 이론과 새 과학 이론의 싸움이라는 측면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톨레미)의 경험적 과학(기존 과학 패러다임)과 코페르니쿠스의 수학적 과학(새 과학 패러다임)과의 갈등이다. 실제 속내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 우주론의 권위와의 싸움이었지, 성경의 관점(성경은 지구가 도는지, 태양이 도는지에 관한 책이 아니기에)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

기존의 이론과에 다르게 코페르니쿠스는 태양이 천체 운동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이미 수학적으로 결론을 내렸고, 신이 그런 방식으로 설계했다고 믿었다. 당시의 교회는 수백 년 동안 정설로 통하고 있던 기존의 태양 중심 우주론을 별생각 없이 수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학문을 한다는 학자들은 대부분 교회의 영향 하에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득권 과학이 자신의 이론을 지키기 위해 교회라는 당시의 권력을 이용했던 것이다. 그래서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지지한 갈릴레이는 불신앙으로 정죄되었다. 당시 신앙은 권력이요 무기였다. 천동설이 자기 패러다임을 유지하기 위해 지동설이라는 새 패러다임을 종교(교회)라는 권력을 이용해 진압한 것이다.

요즘 진화론자들은 자신의 기본 패러다임과 충돌하는 주장들을 대할 때면 비과학(종교)이라고 정죄한다. 오늘날은 과학의 시대이다. 학계에서는 과학이 권력이요 무기이다. 그래서 경험적 근거를 제시하며 진화론의 과학성을 따져보자는 상대의 주장을 향해 비과학(종교)라고 이단시하며 몰아세울 수 있는 것이다.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을 불신앙으로 정죄한 것과 똑같이, 우연적 진화론의 전제와 충돌하는 연구 결과들을 비과학(종교)이라고 정죄함으로써 학술지에 실리지도 못하도록 조직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니까 논쟁해 볼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마치 갈릴레이를 이단으로 정죄하고 9년간 가택연금 시켰던 것을 연상케 한다.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제도권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설명하였다. '정상과학' 이라고 불리는 제도권 과학은 일정 기간 동안 가장 성공적이라 여겨지기에 대부분이 동의할 수 있는 이론을 가지고 작동한다. 그러나 기존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 현상들이 관찰되고, 그 관찰 사례가 점점 늘어나면 제도권 과학은 점차 방어적으로 변한다. 새로운 이론으로 무장한 과학계의 아웃사이더들은 과학이 새로운 체계로 바뀌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기존의 체제가 무너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기존 이론에 충돌하는 연구 결과들은 무시당하고 왕따 당하는 수난을 겪다가, 때가 이르면 마침내 혁명이 일어나고 과학의 체계가 근본적으로 뒤바뀐다. 소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토마스 쿤이 말하는 과학의 발전사이다.

진화라는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현상들의 발견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방어하기 위한 시도는 두 가지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 하나는 권력을 동원하는 것이다. 중세의 갈릴레이 재판과 같은 방식이다. 과학(학회/학술지/대학)이라는 권력을 동원해 새 이론에 동조하는 자들을 왕따 내지는 정죄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적당히 손질하는 것이다. 새로이 밝혀진 현상들을 일부 수용하기 위해 기존의 이론을 변형함으로써 탈출구를 찾아가는 방식이다. 

전자의 경우를 대표하는 이가 바로 도킨스이다. 그는 진화론의 전제와 충돌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 하려는 순간, 거의 광적으로 비난하며 종교(비과학)라고 정죄하기를 즐겨한다. 과학적인(경험적 증거로) 반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과학이고 너는 종교(비과학)' 라는 독단적(종교적) 선언을 통해 자기 입장을 정당화 하면서, 기존 이론과 충돌하는 연구 결과를 내놓는 연구자를 이단(비과학/종교)으로 몰아가며 왕따 시키기를 선동하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 해당하는 이가 굴드이다. 그는 새롭게 제시된 연구 결과에 대해 과학적 반성을 하는 편이다. 그래서 이제까지 밝혀진 화석의 기록(종에서 종으로의 변이를 보여주는 중간 단계의 화석이 너무나 없다)이 점진적 진화라는 기존의 전제와 부합하지 않음을 인정한다. 그 결과 그는 기존의 이론에 변형을 시도한다. 화석에 대한 과학적 연구 결과는, 진화가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오랜 잠복기를 보내고 어느 순간 갑작스럽고 충격적으로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고 보고 '단속 평형이론'을 제안한다. 진화가 오랜 기간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종에서 종으로 비약하는 방식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과 종 사이의 진화를 보여주는 중간단계의 화석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굴드 이전에 골드 슈미트가 '희망의 괴물 이론' 이란 제목으로 제시했다가 완전히 무시당했던 옛 이론의 회생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진화는 점진적이 아니라 극적이고 엄청난 돌연변이를 요구한다. 마치 어느 날 파충류의 알에서 갑자기 조류가 태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굴드의 대처로 진화론은 화석 기록의 배반 내지는 쿠데타(다윈은 자신의 이론을 입증하기 위해 땅을 파보라고 했으며, 발굴된 화석을 통해 자기 이론이 입증되리가 기대했기에)를 간신히 모면하였다. 하지만 아직 힘겨운 약점이 하나 더 남아 있다. 수십억 년 전에 딱 한번 우연에 의해 세포(자기 복제 기능을 가진 생명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세포를 그저 단백질 덩어리 정도로 여겼던 당시의 무지한 수준의 지식에서나 가능했던 상상이다. 세포 안에 숨겨진 복잡한 구조와 기능을 알았더라면 감히 그렇게 단언하지는 못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자동차 안에 담겨 있는 복잡한 기능과 구조를 아는 현대인이 철광석 광산에서 우연히 자동차가 만들어졌다고 말하지는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자동차를 그저 쇠덩어리 정도로 알고 있다면 철광석 광산에서 자동차 모양의 철 덩어리가 만들어 질 수도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적절한 대응 방안도 이미 나와 있다. 1908년 스웨덴의 저명한 화학자인 아레니우스는 별들로부터 나오는 빛의 압력으로 생명 포자가 우주 공간을 이동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극한 상황에서 생존하는 생명체에 대한 연구결과들도 나와 있다. 미국 핵 반응로 안에서 생존하는 박테리아라든가, 섭씨 영하 100도의 온도에서도 살아 남는 박테리아에 대한 기록들 말이다. 또한 한스 플푸크는 1969년에 호주에 떨어졌던 운석 안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주장하였다. 화성에서 날아 온 것으로 보여지는 운석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NASA 의 발표도 있었다.

생명은 우주에서 왔다. 이름하여 '우주씨앗론' 이다. 이 가설은 진화론자들에게 유용한 탈출구를 제공해 준다. 외계의 어느 행성은 지구의 환경 조건과는 전혀 달라서 생명의 탄생에 좀 더 유리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 행성은 지구상에서 가능하지 않았던 생명 탄생의 조건들과 이에 필요한 오랜 시간을 이미 갖추고 있었다고 가정할 수도 있으며 과학적 검증이라는 공격으로부터 안전할 수가 있다. 그 행성이 발견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더욱 다행스러운 것은 그런 행성이 발견될 날이 아주 요원해 보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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