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시장 조형물은 현대판 송덕비"

'김연아 조형물' 이어 '김윤주 조형물'도 불법... 선관위 '선거법 위반' 조사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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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mindle21)등록 2012.09.24 14:20

군포시청에 설치됐던 '김윤주 조형물'. 치적 홍보용이라 불리는 '김윤주 조형물'은 설치근거도 없이 시청 현관 입구에 100일 가량 설치됐다. ⓒ 조호진


군포시의 5억짜리 김연아 조형물이 혈세낭비 사업으로 드러난 가운데 군포시청에 설치된 김윤주(64) 시장의 조형물도 불법인 것으로 밝혀졌다. 군포시는 시의원과 시민들의 '김윤주 조형물' 철거 요구를 외면해오다 기자의 취재를 시작으로 선관위가 불법선전물이라며 조사에 착수하자 설치한 지 100일 가량 지난 20일 철거했다.

선관위는 '김윤주 조형물'이 선거법(제254조) 위반 혐의가 짙다면서 조사에 착수했다. 군포시는 선관위 관계자에게 자매도시에 사는 조각가로부터 조형물을 선물 받았고, 시장실에 두었다가 장소가 협소해서 시청 현관에 두었다고 해명했다. 

'김윤주 조형물', 시장실이 좁아서 시청 현관에 설치?

'김윤주 조형물'은 군포시청 현관 입구 '밥상머리 북카페' 앞에 설치돼 있었다. 일요일에 촬영해서 한산하다. 평일엔 하루에 200명 가량이 북카페를 이용한다. ⓒ 조호진


김윤주 시장의 조형물은 시민들의 출입이 가장 많은 군포시청 현관 입구 북 카페 앞에 설치돼 있었다. 이 조형물은 '책' 형태로 가로 60cm, 세로 40cm, 두께 7cm 크기이다. 군포시 관계자는 오석(烏石)이라 불리는 화산암(火山巖)으로 만들어졌다고 밝혔는데 1m 가량 높이의 좌탁 위에 올려놓은 '김윤주 조형물'은 고가로 보인다.

김 시장의 책 읽는 조형물 오른쪽 페이지 상단엔 영국의 역사가이자 수필가인 '토마스 칼라일'의 독서예찬론이 새겨져 있다. 하단엔 김윤주 시장의 역점시책 슬로건인 "책의 도시, 철쭉의 도시, 가족이 행복한 도시, 군포가 사람 냄새나는 문화로시로 성장합니다" 등의 글이 새겨져 있다.

왼쪽 페이지엔 김윤주 시장의 실물 사진과 김 시장의 친필 서명이 새겨져 있다. 김 시장은 조형물 실물사진에서 북카페를 배경으로 노타이에 하얀색 와이셔츠 차림을 하고 있다. 두 손으로는 '지역관광'이란 제목의 책을 들고, 45도 각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포즈를 취했는데, 선거 홍보사진을 촬영할 때 주로 취하는 자세다.

이상철(77)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은 21일 "군포시청 북 카페를 이용하는 시민이 하루에 200명가량 되는데 그 시민들이 100일 동안 '김윤주 조형물'을 봤다면 그 인원만 해도 2만 명 정도가 된다"면서 "시청 출입 민원인까지 합치면 훨씬 많은 시민이 이 조형물을 봤을 것이다. 김 시장은 자신의 치적을 선전하고 홍보하는 데 성공을 거둔 것"이라고 말했다.

조각가인 김동우(63) 세종대 회화과 교수는 "순수한 예술작품인 조형물이 지방권력자의 치적을 선전 홍보하는 수단으로 종종 전락한다"면서 "지방권력자들이 조형물을 정치적 선전도구로 선택해 시민혈세를 낭비하면서 피해를 보는 것은 무관심한 시민들"이라며 김연아 조형물과 김윤주 조형물에 무관심한 군포시민들을 꼬집었다.

책 읽는 군포? 사회복지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 하위권

김윤주 군포시장(오른 쪽에서 여섯 번째)이 제1회 군포 북페스티벌 개막식(2011년 10월) 테이프 커팅을 하고 있다. ⓒ 군포시청


김윤주 군포시장의 야심찬 시정 목표는 '책 읽는 도시 군포' 만들기다. 3선 시장이자 민선5기 시장에 취임하면서 조직개편을 단행한 김 시장은 시정 목표 달성을 위한 '정책비전실'을 만들고 산하에 '책 읽는 군포'라는 부서에 팀장(6급) 1명을 포함해 3명의 전담 공무원을 배치했다.

군포시는 책 읽기 열풍에 휩싸였다. 전 공무원은 매일 오전 11시40분부터 12시까지 책읽기 운동에 참여해야 한다. 독서 토론반을 운영하고, 직원 서평대회도 연다. 책 읽기 운동을 소홀히 하면 안 되는 분위기이다. 김 시장은 주요업무계획 보고회 등의 자리에서 "전 직원들은 '책 읽는 군포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군포시 산하 전 공무원에게 수시로 주문했다.

김 시장은 군포를 책 읽는 도시로 만들기 위해 ▲범시민 책 읽는 군포 추진위원회 발족 ▲시청 로비 등 5곳에 북카페, 중앙공원 등 6곳에 야외 북카페, 작은 문고 32곳 설치 운영 ▲북 콘서트와 북 페스티벌 등 행사 개최 ▲군포 어르신과 공익요원을 대상으로 독서 골든벨 개최 ▲다문화가정을 위한 다문화 도서관 설치 등의 사업에 매진해왔다.

하지만 군포 시민단체들은 '책 읽는 군포'를 시장의 정치목표 달성을 위한 세련된 아이템으로 전시성 이벤트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군포시가 소외된 시민들을 소홀히 한 채 시장의 역점 시책에 매진하는 동안 군포시의 사회복지예산 규모가 전국에서 최하위로 추락한 사실도 지적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8월말 발간한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지출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군포시가 2011년 사회복지대상자 1인에게 지급한 예산은 250만원으로 안양시 등과 함께 하위권 16개 지자체에 포함됐다. 이 연구원은 전국 지자체의 장애인, 국가보훈대상자, 65세 이상 노인, 아동(0~4세) 등 사회복지대상자에게 2011년 지급한 사회복지예산규모를 조사했다. 상위권 지방자치단체인 과천시 등은 사회복지대상자 1인에게 437만원의 사회복지예산을 지급했다.

정인환(51·협성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군포시민의모임' 운영위원장은 23일 "3선 시장인 김 시장은 저소득 가정과 장애인 등 소외계층이 군포에 많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시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편파적인 예산 집행을 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군포시는 저소득층의 기회비용을 박탈하는 편파적 예산 집행을 중단하고 소외계층을 위한 균형적 예산 집행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윤주 조형물, 정치적 이득 얻으려고 설치했을 것"

'김윤주 조형물' 왼쪽엔 김윤주 시장의 실물사진이 있다. 김 시장은 이 사진에서 선거홍보 사진 자세를 취하고 있다. ⓒ 조호진


"군포시가 정말 왜 이러나. 시민혈세 5억을 넘게 들여서 살아 있는 김연아 선수의 조형물을 세우질 않나, 시장 개인의 조형물을 시장 안방도 아닌 시청 현관에 세우질 않나…. 김 시장 조형물은 현대판 송덕비라고 할 수 있다. 송덕비는 선정을 베풀고 물러난 퇴직 관료를 기리기 위해 백성들이 세우는 경우가 있고, 백성을 위협하거나 자신의 돈을 들여서 억지로 송덕비를 세우는 경우도 있다."

대학에서 중국 역사를 강의하는 이진복(57) '군포열린사회연구소' 소장은 21일 조형물로 연속해서 물의를 일으키는 군포시를 이렇게 질타했다. 이 소장은 '김윤주 조형물'을 '현대판 송덕비'라고 지칭하면서 시청 현관 입구에 조형물을 설치한 것에 대해 "치적을 홍보하려는 불순한 의도"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특히 "김 시장의 역점시책인 '책 읽는 군포'는 인문학 발전을 위해서는 좋은 아이템인데 이것을 정치적인 이벤트로 악용하는 게 문제"라면서 "김윤주 시장의 책 읽는 조형물은 '책 읽는 군포'라는 긍정적 이미지와 연결, 유권자인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면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고 설치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자에게 '김윤주 조형물'을 제보했던 성복임(44) 군포환경자치시민회 대표는 20일 "김윤주 조형물에 새겨진 김 시장의 사진 포즈만 봐도 선전홍보용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다"라며 "지방권력자에 의해 지방자치가 지방정치로 변질되다보니 '김윤주 조형물'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물건이 만들어졌고, 사유물인 조형물이 시청 안에 설치되는 코메디 같은 사건이 발생했"고 지적했다.

'김윤주 조형물'을 직접 봤다는 군포시민 A(43)씨는 21일 "책처럼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유심히 봤다"면서 "시장님은 책 읽는 시장님, 문화와 교양을 아는 시장님!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님 개인 소유물 같은데 왜 시청에 두었을까 하는 의아심은 들었다"고 의문을 남겼다.

군포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21일 기자가 '김윤주 조형물' 설치 시점을 묻자 정확한 일자를 밝히지 않은 채 "6~7월경 인 것 같다"고 애매하게 답변했다. 또한 '김윤주 조형물'에 대한 선전홍보 의도에 대해 묻자 "색안경을 끼고 그렇게(김윤주 조형물을 치적홍보용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서 설치한 게 아니다"면서 "그냥 시장실이 좁아서 거기다 두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기자의 취재 결과 '김윤주 조형물'은 불법 설치물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포시장 비서실 관계자는 기자가 "(김윤주 조형물) 설치 근거가 있느냐"고 묻자 "설치 근거는 없다"고 밝혔고 "관리 규정은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거듭 밝혔다. 시장 사유물인 '김윤주 조형물'은 설치 근거와 관리규정도 없이 시청 현관 입구를 3개월가량 불법 점거하고 있었다.

선관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선물인지 뇌물인지 불분명

이마트 산본점 건물 외벽에 설치된 ‘책 읽는 군포’대형 걸개그림. 군포지역의 기업 및 기관 등이 김윤주 시장의 역점시책에 동참하고 있다. ⓒ 조호진


기자가 중앙선관위에 20일 "김윤주 조형물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물었다. 이에 선관위 관계자는 "(기자가 선관위에 제공한 김윤주 조형물) 사진을 놓고 검토를 해보니 공직선거법 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 "군포선관위원회에서 조사하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공직선거법 제254조는 "선거운동기간 전에 선전시설물과 용구 등의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4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군포선관위 관계자는 21일 "(김윤주 조형물이) 선거법 254조 위반 소지가 있어서 군포시에 철거하라고 조치했다"면서 "조형물은 군포시 자매도시인 충남 청양군의 돌 조각가 선물로 주었고, 시장실에 두었다가 장소가 협소해 시청 현관에 지난 6~7월에 두었다고 진술해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윤주 조형물'이 선물인지, 뇌물인지는 불분명한 상태다. 청양의 조각가가 선물했다는 군포시의 진술과 달리 민주당 군포지역 관계자는 21일 "지난 7월 초순에 군포시 관계자로부터 '보령에 사는 지인이 김윤주 시장에게 선물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고향 예천의 지인이 보내주었다', '북 카페 공사를 한 인테리어 업자가 주었다' 등의 또 다른 설이 제기되면서 의혹이 커지고 있다.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 한 관계자는 21일 "군포시청 북카페 공사를 한 인테리어 업자가 주었다, 고향 예천 친구가 주었다, 보령의 지인이 주었다는 제보를 받았다"면서 "김 시장의 선거홍보 사진이 새겨지고, 시장의 역점시책 슬로건이 들어간 조형물이 순수한 선물이겠느냐"고 뇌물 의혹을 제기하면서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20일 "공무원은 3만 원 이상의 선물을 받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공무원행동강령을 위반한 공무원을 적발하면 해당 시군에 통보해서 조치하도록 한다"면서 "선출직인 자치단체장이 과도한 선물을 받은 경우에는 뇌물일 수도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취급 한다"고 설명했다.

기자가 군포시장 비서실 관계자에게 21일 "(김윤주 조형물을 선물한) 작가가 누구냐"고 묻자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공식적인 경로로 받았나, 사적인 경로로 받았나!"라고 거듭 묻자 연거푸 "모른다"고 구체적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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