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은 조폭동원 강제철거VS시장, 불법 시설물은 보호

[주장] 선관위의 군포시장 선거법 위반 '주의' 처분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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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호진(mindle21)등록 2012.10.04 13:52

군포시청 현관 앞에 100일가량 설치됐다 철거된 '김윤주 군포시장의 책 읽은 조형물' ⓒ 조호진


군포시가 '조형물' 때문에 발칵 뒤집혔다. SBS 등 4대 방송과 조중동 등의 일간지를 비롯한 20여 개의 언론사들이 군포시가 추진한 5억짜리 김연아 동상의 불법성을 보도했다. 이와 함께 김윤주 군포시장의 책 읽는 조형물(이하 '김윤주 조형물')이 선거법 위반 문제로 도마에 올랐다.

'책' 형태인 김윤주 조형물은 가로 60cm, 세로 40cm 크기의 오석(烏石)으로 만들어졌다. 오른쪽 페이지엔 김윤주 시장의 역점시책 슬로건인 "책의 도시, 철쭉의 도시, 가족이 행복한 도시, 군포가 사람 냄새나는 문화도시"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왼쪽 페이지엔 책을 든 김 시장이 북 카페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실물 사진이 인쇄됐는데 전형적인 선거 홍보사진이다.

김윤주 조형물은 군포시청 현관 입구 오른쪽 북 카페 앞에 설치됐다. 군포시는 설치 시점을 밝히지 않은 채 지난 6~7월경에 설치됐다고 밝힐 뿐이다. 북 카페는 하루 평균 200명가량 이용한다. 여기에다 민원인 100명가량을 포함하면 하루에 300명은 김윤주 조형물을 구경했거나 봤을 것이다. 설치 기간을 100일로 본다면 3만 명 정도가 구경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개인 조형물이 왜 시청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군포시청 현관 입구에는 '시민이 주인입니다'라는 구호가 부착돼 있다. ⓒ 조호진


김윤주 조형물은 불법 시설물로 밝혀졌다. 시장의 치적을 선전 홍보하는 조형물이 설치 근거도 없이 청사에서 목이 가장 좋은 곳을 100일가량 불법 점유한 것이다. 반면, 군포시는 최근 조폭과 공무원 등을 동원해 노점을 강제 철거했다. 방송 등의 언론보도로 이 사실이 드러나면서 군포시민은 물론 국민들의 원성을 샀다.

살길이 막막해 거리에 나온 노점상들의 시설물은 폭력과 협박을 사용해서라도 강제 철거하면서 시장의 불법 시설물은 공무원들이 각별하게 관리한 것이다. 설치나 관리 근거도 없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관리한 공무원은 그 책임을 지고 상응한 징계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무원이 인사권자인 시장의 뜻을 거스르고 '조형물은 불법 시설물'이라며 철거에 나설 수 있을까. 지방자치제의 폐단이고 지방 공직사회의 슬픔이다.

'시민이 주인입니다'

군포시청 현관 입구에는 이런 구호성 표어가 붙어 있다. 과연 군포시의 주인은 시민일까. 그런 것 같지 않다. 일부 시의원과 시민들은 김윤주 조형물 설치를 항의하며 철거를 요구했다. 시민의 정당한 요구였고 합리적인 목소리였다. 하지만 군포시는 외면했다. 시민이 진정 주인이고 군포시가 시민을 섬기는 공복이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군포시가 주종(主從)이 뒤바뀐 것을 가리기 위해 부착한 낡은 구호인 것이다.

"왜 시청 안에서 시장 우상화를 하느냐!"

김윤주 조형물에 대한 시민들의 목소리이다. 조선시대 고을의 수령도 감히 저지를 수 없는 일을 지방자치단체장이 감행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김윤주 조형물을 현대판 송덕비라고 지칭했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발생한 것일까. 그것은 지방권력의 오만이 하늘을 찔렀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목적 달성에 급급한 혈안의 상태에서 불법과 시민의 반발마저 무릅쓴 것이다.

선관위의 솜방망이 처분... 편파 판정은 불신과 불법 조장

지난달 16일 군포시 비리진상규명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군포선관위 앞에서 항의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했다. ⓒ 이태우

지난달 20일 중앙선관위에 김윤주 조형물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질의했다. 그랬더니 공직선거법 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 위반 혐의가 크다며 지역 선관위에 조사를 지시했다.

군포선관위는 조형물을 불법 선전물로 판단했다. 그리고는 군포시에 조형물 철거를 안내하고 선거법 준수를 촉구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에 군포 시민단체는 지난달 26일 군포선관위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가진 뒤에 철저한 재조사와 엄한 처벌을 촉구했다.

선거법은 준수의 대상이 아니게 됐다. 선관위가 '처벌 불이익보다 위반 이익이 훨씬 크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했기 때문이다. 군포시장의 역점 시책은 '책 읽는 군포'다. '김윤주 조형물'을 '책 읽는 군포' 이미지와 연결해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고 설치했을 것이란 해석은 합리적이다.

김윤주 군포시장은 선관위의 솜방망이 '처벌 불이익'을 받으면서 그에 비해 훨씬 큰 '위반 이익'을 거두었다. 불법 선거운동이 갈수록 교활해지고 선관위는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에서 나타난 현상이다. 심판에게 걸리지 않도록 반칙하고 설령 걸려도 봐주기 처분을 받는 기술을 가진 선수의 승리다. 올해로 10년째 자치단체장을 수행 중인 군포시장은 건너뛰어 3선(민선 2~3기, 5기 시장)으로 다음 정치 일정을 향해 야심차게 뛰고 있는 지방 정치인이다.

군포선관위는 선거법 위반을 조사하면서 김윤주 조형물의 ▲의도성 ▲목적성 ▲효과성을 간과했다. 김윤주 조형물은 '정치적 슬로건'과 '선전홍보용 사진', '설치 장소' 등을 통해 그 의도를 드러냈다. 김윤주 조형물의 목적은 정치적 이익이다. 유권자들에게 책 읽는 시장, 문화 시장이란 긍정적 이미지를 각인시키려는 그 목적을 달성했다. 3만 명가량의 시민들이 김윤주 조형물을 구경함으로 그 어떤 선거운동 방식보다 훨씬 큰 효과성을 거두었다.

선거법은 공정한 정치경쟁을 보장하기 위한 법률이다. 그런데 선관위는 불공정한 집행으로 반발과 불신을 자초했다. 국민들은 런던올림픽의 편파 판정을 보면서 분노했다. 선거와 스포츠의 생명은 공정한 심판과 룰 위반자에 대한 엄벌이다. 선관위가 불공정한 편파 판정으로 '처벌 불이익보다 훨씬 큰 위반 이익'을 보장한다면 선거법에 대한 불신과 불법선거를 조장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엄정한 재조사와 법 집행을 선관위에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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