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하라 범죄보도

범죄보도가 필요하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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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찬(woohahahakkk)등록 2012.10.05 14:44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 2부에서 주인공 뫼르소는 해변에서 저지른 살인죄의 피고로서 재판을 받는다. 그는 자신을 취재하러 온 수 많은 기자들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별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를 간과했다. 바로 언론의 범죄보도의 의무와 필요.
언론은 그의 사건을 보도해야 할 의무가 있다. 범죄를 보도하는 것은 사회가 안전해지는 데에 큰 기능을 수행한다. 사람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발생하는 범죄가 어떤 것이고 이에 대해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한다. 즉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또 범죄가 되는 행위를 강조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의 행위에 한계를 설정한다. 이는 반대로 가해를 줄이는 것이다. 이렇게 언론의 범죄보도는 소통 형태를 띠게 되고 위정자들은 형사사법정책에 이러한 여론을 반영하게 되고 이는 사회 안전망 구축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자들은 뫼르소를 찾아가야 했다. 햇빛이 너무 강해 사람을 죽였다는 이를 범죄를 알리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언론은 또한 범죄를 보도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언론사는 기사를 팔아 자기를 유지하는 회사다. 언론사를 유지할 만한 특정한 부대 수입이 없는 이상, 그들이 운영을 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읽을 만한 기사를 발굴하여 써야 한다. 그래서 범죄에 관한 기사를 쓴다. 범죄 기사는 다른 분야보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부분이 많기에, 독자를 쉽게 끌 수 있다. 지금처럼 인터넷 페이지뷰에 따라 광고 수입이 결정되는 구조 속에서는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햇빛이 너무 강해 사람을 죽였다는 이는 충분히 독자를 끌 만큼 흥미로운 사건이기에 기자들을 뫼르소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보도가 지나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보도가 과잉이 되면, 범죄보도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사회의 안전'이라는 종국의 목적을 파괴한다. 언론을 접하는 국민은 넘치는 범죄보도를 보며 세상에 대한 불안을 느끼고, 이는 구성원 간의 불화를 야기한다. 이는 다시 사회 불안이라는 악순환을 낳는다. 이와 더불어, 상세한 범죄보도는 모방범죄를 야기하기도 하니 범죄보도가 과잉이 될 경우에는 분명, 역기능이 순기능을 압도하게 된다.
뫼르소의 마지막 독백을 이루는 두 개의 키워드가 있다. '다정한 무관심' 그리고 '증오의 함성'이다. 언론의 범죄보도가 지향해야 할 바는 이 둘의 중간이 아닌가 싶다. 범죄보도가 다정함과 무관심의 수준에 머무르지 않을 정도고 경각심을 주면서도 '증오의 함성'으로 울려퍼지지 않도록 하는 것 말이다. 지금과 같이 상황에서는 적당한 절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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