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

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

검토 완료

안철환(independer)등록 2012.10.11 11:18
[소련은 과연 사회주의였는가-국가자본주의론의 분석]-토니 클리프

이 책은 1947년 토니 클리프에 의해 초판이 쓰여졌다. 토니 클리프는 당시 소련을 '타락한 노동자국가'로 규정하며, 소련을 타락하긴 했지만 자본주의가 아닌 노동자국가라고 주장하는 제4인터내셔널(트로츠키가 1938년 창건한 사회주의 그룹)과 결별하고 소련이 자본주의국가임을 입증하는 이 책을 썼다.

토니 클리프는 현재 영국 국제 사회주의 노동자당(Socialist Workers Party)으로 발전하게 되는 사회주의 평론(Socialist Review) 그룹을 이끌었다. 1991년 소련이 공식적으로 해체되자 그의 이론은 역사적 검증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초판이 출판되었다가 절판되었으나 2011년 [책갈피 출판사]에서 다시 재판이 나오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1987년 이후 부활되기 시작한 사회주의 사상은 1991년 소련의 몰락과 함께 동반 침몰하다시피 했고, 혼돈을 거듭하였는데, 토니 클리프의 '국가자본주의론'은 그러한 혼돈에 종지부를 찍고 세계를 변화시키는 실천을 해나가는데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말살된 노동자 사상의 부활과 침몰

1987년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낸 6월 항쟁에서 '군부독재 타도, 직선제 개헌 쟁취'구호가 주를 이루었지만, '민중정부 수립', '제헌의회 소집', '임시혁명정부 수립'등의 구호등도 있었다. 그러한 구호들은 새로운 사상을 반영하고 있었다.

현재도 회자되는 NL- PD(ND) 논쟁은 그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 편에 김영환(현재 북한 인권운동가이며 뉴라이트-신 우익이라 해야 하나?- 의 일원이다.)의 '강철서신'등을 필두로, '수령론'과 '품성론'을 근간으로 한 북한의 주체사상을 받아들인 세력이 있었고, 다른 한 편 CA(제헌의회)그룹을 필두로 한 '맑스-레닌주의'의 사적 유물론을 받아들인 세력들이 있었다. 1960년대 박정희 정권 수립 이후 반공주의 기치 아래 사실상 말살되었던, '사회주의'사상이 파쇼적 폭압정치를 자양분으로 자라났다. 여기에 1987년 7,8월의 노동자 대투쟁은, 자본주의 이후 사회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를 일깨워주며, 새롭게 퍼지기 시작한 사상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 1987년은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페레스트로이카-개혁'라는 책을 써 내며, 소련의 붕괴가 시작된 원년이기도 하다. 결국 소련은 1991년 말 공식적인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 중국도 껍질만 남은 사회주의를 폐기하고 자본주의로 전환한다. 소련과 중국을 현실 사회주의라고 믿고 있었던 사회주의자들에게 이것은 자신들이 믿고 있었던 사상이 현실에서 무너지는 충격적 경험이었다. 이들의 머리는 썩고 몸뚱이만 뒹굴었다.

현실 사회주의 실험은 실패했다. 맑스-레닌주의는 폐기되어야 할 쓰레기에 불과했다. 앞으로 영원할 자본주의를 조금씩 수정해 그 이상만이라도 품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유럽 사회민주주의가 가장 발달된 수정자본주의 형태가 아닐까? 아예 자본주의 자체를 좀 더 발달시키기 위해 애써야 하지 않을까? 신념과 이념의 혼돈은 사회주의자들의 이합집산을 낳았다. 아예 자본주의 체제에 무릎 꿇어버린 자들도 줄을 이었다.(이른바 CA-제헌의회그룹출신 김성식-전 한나라당 의원, 강철서신 저자인 김영환등을 보라!)

함정

하지만 이들이 받아들인 맑스-레닌주의에는 애초에 함정이 있었다. 소련의 스탈린은 맑스-레닌주의에 온갖 욕망으로 가득찬 자본주의적 쓰레기들을 버무려 놓았는데, 그것이 그대로 수입되어(김일성의 주체사상이나, 모택동 사상도 스탈린주의 일파이다.), 소련과 중국과 북한이 이상적인 사회인 것처럼 미화되었다. 그것은 아편이었다. 크리스 하먼은 이 책 1988년 판 후기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탈린 시대 모스크바는 세계의 3분의 1에 달하는 지역을 지배했고, 그 밖의 곳에서도 대다수 전투적 노동자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중심지였다.[P.311] '스탈린주의는.. 국제 노동운동의 아편 노릇을 했다.'[p.312]

스탈린주의는 당을 계급 위에 올려 놓았다.(사회주의는 일당독재와는 관련이 없다.) 스탈린주의는 계획을 통한 관료 지령 경제를 노동자 민주주의 경제 위에 올려놓았다.(사회주의는 관료가 지령하는 계획경제와 관련이 없다.) 사회주의는 관료 계획경제와 같은 말이 되었고, 일당독재가 되었고,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되었다.

소련은 성공한 노동자 혁명에 대한 반혁명의 산물이다!

토니 클리프는 소련이 '사회주의'가면을 쓴 관료적 국가자본주의였던 이유를 역사적, 객관적, 구체적인 사적 유물론적 방식으로 논증한다. 1917년 10월 혁명 이후 성립된 세계 최초의 노동자국가는 1928년 스탈린의 제1차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변질되었다.

혁명 직후 '모든 공장의 경영권을 노동조합 수중으로 옮긴다'-1919년 3월[p.11]는 결정은 1928년 제1차 5개년계획이 시작되면서 '모든 수단을 다해 1인 경영을 보장'해 '경영자가 공장의 완전하고 유일한 책임자'[p.13]로 바뀌며 '사장'들이 부활한다. '5개년계획과 더불어 볼셰비키의 평등주의 전통이 모두 무너졌다.'[p.77] '고위 관리나 기업장(들은)... 여름 별장, 자가용 한두 대, 하인 몇 명등을 거느리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p.82]

1917년 노동자 혁명을 일으켰던 볼셰비키 당원들은 무참히 '숙청'당했다. '최초로 조직된 볼셰비키 정부(1917년 10월의 인민위원회)의 구성원 15인 가운데 단 한 사람 스탈린만이 대숙청(1937-1938) 이후까지 생존했다.'[p.131]

진정한 사회주의 노동자국가, 프롤레타리아 독재란 무엇인가?

토니 클리프는 진정한 사회주의 노동자 국가란 무엇인가를 스탈린의 소련체제와 비교하며 서술해 나간다. 이를 통해 진정한 노동자국가의 구체적인 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 실제 형태는 1871년 파리코뮌에서 최초로 나타났다.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는 매우 완전한 민주주의 형태로 이해된다... 당과 노동계급은 오직 민주공화제 형태에서만 권력을 장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민주적형태에 관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생각은 1871년 파리코뮌에서 현실이 됐다... 코뮌의 첫 포고령은 상비군을 폐지하고 그것을 무장한 인민으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코뮌은 시의회 의원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들은 도시의 각 구에서 보통선거로 선출됐고 언제든지 해임될 수 있었다. 그들의 대다수는 당연히 노동자이거나 노동계급의 공인된 대표자였다.. 코민의원 이하 모든 공무원들은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했다... 언제든지 소환될 수 있었다... 마르크스는 파리코뮌이 보통선거권, 모든 공무원에 대한 소환권과 노동자 임금 지급, 최대한의 지방자치, 인민 위에 군림해 인민을 억압하는 무장력 폐지 등으로 완전한 민주주의를 구현했다고 선언했다... 이것이 바로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노동자 국가관, 즉 일관된 최대한의 민주주의다.[104-105]

스탈린의 '일국 사회주의론'이 '국가자본주의 건설의 토대'였다.

이러한 사회주의는 한 나라에서는 완성될 수 없고 연속 혁명을 통해서만, 즉 국제적 수준에서만 완성될 수 있었다. 하지만 스탈린은 연속혁명을 주장하는 트로츠키 등 고참 볼셰비키 당원들을 제거하고 '일국 사회주의'론을 내세우며 권력을 장악했다.

레닌의 국제주의 '사회주의 혁명 같은 과업을 한 나라에서는 완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는 항상 강조했다.-이 구절이 스탈린체제에서 제작된 제4판에서는 빠져있었다.[p.158]

'당에서 '고참 지도부의 말살' '소련 국가의 강화, 전체주의의 심화는 사회주의의 승리가 아니라 심각한 계급 적대의 결과 이외의 것일 수 없다.'[p.134]

'모순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변증법적 역사 발전은 관료층이 '일국사회주의'건설을 빨리 완수하겠다는 주관적 의도를 가지고 내디딘 첫걸음이 국가자본주의 건설의 토대가 되는 역설적 현상을 가져왔다.[p.169]

관료는 자본가 계급의 가장 순수한 인격화

이렇게 권력을 장악한 소련의 스탈린 관료집단은 자본가계급으로 전화해 관료적 국가자본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자를 계획의 대상으로 전락시킨다.

'관료가 자본가 계급의 과제를 완수하며, 그렇게 해서 스스로 계급으로 전화한다는 사실 때문에 관료는 자본가 계급의 가장 순수한 인격화가 될 수 있다.[p.186] 소련 사회의 가장 정확한 명칭은 관료적 국가자본주의이다.[p.187]

'노동계급이 생산을 전혀 통제하지 못하는 한, 노동자는 계획의 주체가 아니라 계획의 대상일 뿐이다.'[p.206-207]

소련은 자본주의적 경제법칙(가치법칙)이 실제로 지배하는 자본가 국가였다. 토니 클리프는 소련이 사회주의라고 주장하는 당시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을 구체적인 사실을 통해 반박한다. 자본주의적 가치법칙이 소련경제를 지배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1917년 타도된 과거 '차르체제'까지 이상화시키기에 이르렀고, 제국주의 정책으로 민족투쟁을 불러 일으켰다. 소련은 야만적 공포정치를 통해 농민들을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자본주의적 '시초축적'을 이루는데 성공했고, 관료들은 노동자 위에서 노동자를 지배하는 자본가 계급이 되었다.

'가치법칙이 소련 경제구조의 조정자'[p.234]이고, '제국주의적 소련의 점령지구 착취'[p.266]가 이루어지며, '차르제국의 이상화'[p.270]가 이루어지고, '민족적 자유를 위한 투쟁-티토주의'[p.272]가 발생했다. 이것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몇 몇 공화국이 아무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p.277]
노동자들은 지독한 탄압을 받았다. '소련에서 경찰 기구가 독립적 노동자 조직의 등장을 막기 위해 벌이는 탄압활동은 과장이 불가능할 만큼 지독하다.'[p.283]

본문만큼 중요한 부록 내용

이 글 뒷 부분에는 5편의 글이 더 실려있다. [1988년 판 크리스 하먼의 후기-'스탈린에서 고르바초프까]지에서는 스탈린 시대 이후 소련의 몰락 직전까지 다루어 토니 클리프의 글을 보완하며, '소련은 새로운 사회혁명의 시대를 맞이했다'고 단언했고 실제 그렇게 되었다.

[부록1 소련을 '변질된 노동자 국가'로 본 트로츠키의 정의에 대한 비판적 검토-토니 클리프]에서는 제목 그대로 트로츠키가 소련을 자본주의가 아닌 '변질된 노동자 국가'라는 정의를 내린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트로츠기 자신이 쓴 언어로 반박했다. 트로츠키는 사회주의를 '생산수단의 국유화' 여부를 가지고 판단했는데 토니 클리프는 '소련의 계급적 성격을 규정할 때 근거로 제시한 생산수단의 국가 소유는 적절한 준거가 되지 못한다.'[p.351] 트로츠키는 '형식을 내용에 종속시키는 마르크스주의와 근본적으로 모순되는 형식주의에 대한 보수적 집착'[p.357]을 했다고 비판한다.

[부록2 관료 집산주의 이론 비판-알렉스 캘리니코스]에서는 제4인터의 지도자들 중 일부가 소련을 '관료 집산주의'라고 주장하며 '자본주의'가 아닌 그 무엇인 것처럼 설명하는 방식들에 대해 '스탈린 체제라는 사회체제의 동역학을 분명히 설명해 주시 못한다.'[p.370]고 비판한다. [부록3 임금노종과 국가자본주의-빈즈와 헤인스에 대한 응답 -알렉스 캘리니코스] 역시 [부록2] 내용에 이어지는 논쟁적 글로 소련이 '자본주의'인 필연성을 더욱 분명히 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부록4 가치법칙과 소련-데렉 하울]부분을 가장 추천하고 싶다. 본문 내용을 맑스-레닌주의에 입각해 명료하게 이해하고 정리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다. 데렉 하울은 이렇게 말한다. '국가자본주의 이론은 모든 종류의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대한 시험을 통과한 셈이다. 즉, 그것은 우리가 세계를 분석할 뿐 아니라 변화시키는 데도 도움을 준다.[p.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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