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간 외국 석학의 눈에 비친 한국

기 소르망의 한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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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리(leejulie)등록 2012.10.15 11:52
27년간 1년에 한두 번씩 꼭꼭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프랑스 석학이 있다. 올 9월에도 어김없이 한국은 찾은 이 사람은 바로 기 소르망이다. 경제학자, 문명비평가, 교수 등 그를 지칭하는 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에는 우리에게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라는 책을 가지고 찾아 왔다. 프랑스에서는 금년 3월에 출판된 기 소르망의 이번 책은 이번 달에 한국어판이 출반되었다.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는 기 소르망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 각국을 다니며 그 당시 생각을 적은 글을 엮은 책이다. 이 책에서는 한국에 대한 그의 각별한 관심을 고스란히 보여주듯 아시아와 한국에 대한 꼭지도 여럿 찾을 수 있다. 

. 27년간 1년에 한두 번씩 꼭꼭 한국을 찾은 세계적인 프랑스 석학, 기 소르망 ⓒ 이주리


한 사회의 진보 기준은 여성의 지위

그는 85년에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경제학자로서 찾은 한국은 그때만 해도 세계에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굉장히 변화가 빠른 나라였다. 이런 한국을 알고 싶은 마음과, 세계에 한국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1년이 한두 번은 정기적으로 한국을 찾기로 마음먹었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과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졌고 김대중 대통령 때부터 현재까지 국제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소르망은 한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볼 때 가장 좋은 지표는 그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라고 말하며 한국사회는 27년 전과 비교할 때 여성의 사회활동이 굉장히 활발해졌다고 한다. 이러한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이 서로를 보강해주면서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을 찾은 지 27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한국을 찾는 이유는 한국의 이러한 진화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도 지대한 관심이 있는 기소르망은 세계화가 한국문화를 위협하기보다 오히려 전 세계에 우리문화를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이번 발간한 책의 제목대로 기소르망은 자신을 '낙관론자'라고 말한다. 세대 간 비교를 해보면 우리는 '진보'하기에 항상 다음세대가 그 전세대보다 낫다. 물론 그가 말하는 진보는 정치경제뿐만 아닌 문화적 진보도 포함한다. 기소르망은 개개인으로서의 우리는 변하지 않지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우리는 항상 지금도 진보중이라고 믿는다. 인생에서 '죽음'이라는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회의론자가 되기 쉽다. 하지만 그럼에도 낙관론자라는 현실적인 선택이 아닌 철학적 선택을 한 기소르망을 통해 우리는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본다.

.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에 서명을 하고 있는 기 소르망 ⓒ 이주리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서

9월 14일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열렸던 '한국영화의 세계화 전략'이라는 강연에 이어 9월 14일,'파주 북소리' 축제에서 또한 기 소르망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 '북'소리 축제인 만큼 문학에 조금 더 집중한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 '낙관론자의 일기'와 한국문학의 세계진출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강연은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 이야기로 시작했다. '강남스타일'이라는 노래가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날 밤 뮤직비디오를 보았다는 것이다. 이런 싸이의 성공은 세계화와 한국적인 문화가 합쳐졌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고 했다. 또한 그의 책이 지금 쓰여졌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폭발적적인 인기에 관해도 꼭 언급했을 것이라고.

한 꼭지 더 추가하고 싶은 주제는 새 서울시청에 관한 것 이라고 했다. 이번 방한동안 새 시청 내부를 방문하여 새 건축물에 굉장히 감동받았다는 것이다. 새 시청건물이 서울의 랜드 마크가 될 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30년 가까이 한국을 방문하였으면서도 계속 한국을 방문하는 건 한국이 아직도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문화제작과 문화 창작은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소르망 교수는 한국의 순수문학이 세 가지 조건에서 한 가지라도 충족시키는 것일 때 세계에서 성공을 거 둘 수 있다고 하였다. 첫 번째로는 작가가 천재인 경우. 이런 경우에는 작가의 나라를 막론하고 세계의 독자가 주목하고 읽을 수 있다. 두 번째 로는 번역의 질이 굉장히 높은 경우이다. 프랑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한국작가로 이문열을 꼽을 수 있다. 그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작품들이 프랑스어로 번역이 굉장히 잘 되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다. 반대로 아무리 좋은 작품이어도 그 나라 언어로 번역이 잘 되어 있지 않으면 그 나라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란 힘들다. 마지막으로는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지게 하는 것도 세계가 한국의 순수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중요한 방법이다. 국가 브랜드가 플러스가 되는 경우인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오래된 전통과 역사, 다시 말해 '한국 문명'을 세계에 알리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기 소르망과 함께한 기자 ⓒ 이주리


그는 아직 세계에 한국의 음식과 역사, 문화를 포함한 한국문명이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고 그런 면에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그는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된 한국 작품들을 보고 굉장히 감동을 받았고, 왜 외국에는 이러한 아름다운 한국의 작품들이 소개되지 않느냐며 우리에게 되물었다. 또한 오래되어야만 '문명'이 될 수 있느냐는 나의 질문에 문명은 끝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국립중앙박물관에 19세기 이후에 작품이 전시되어 있지 않은 걸 아쉬워하였다.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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