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일기2 - 유럽인의 여유, 느려도 괜찮아. 난 안괜찮아(2012. 8/19)

파리에서 생샹가는 길 - 떼제베 타기: 난 바빠죽겠는데, 이사람들은 참 여유롭다. 남의 속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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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영(soopool21)등록 2012.10.20 14:00
- 떼제배 타기
아침 일찍  출발해서 바욘을 거쳐서 생샹으로 간다. 황샘이 먼저 아침을 깨운다. 알람시간은 제때 맞췄지만 예상대로 조금씩 늦어져서 몽빠르나스역(우리나라 서울역에 해당)에 빠듯하게 도착했다. 초행길이라서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는 것도 시간을 끌었지만, 무엇보다 예인이의 표를 한정더 끊는 거였다.
이것도 사실 어렵지는 않았다.
인포메이션데스크에서 표 끊는 곳 물어보고 같은 표 한장더를 쉽게 요구할 수 있었다.
거긴 영어를 쓰는 차표원이 있었으니깐.
의외의 복병은 500유로짜리 지폐였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 알았다만 그냥 110유로를 맞춰서 줬을 텐데, 괜찮다기에 줬더니, 위조여부를 확인하다고 한참을 더듬는다.
잘 안되니깐, 상사를 불러서 확인해보고 그후에야 잔돈을 준다.
지폐도 한장씩 한장씩 세고, 동전도 하나씩 꼼꼼히(?) 세는 동안 내 속은 타들어간다.
결국 표와 잔돈을 받자마자, 뛰었다. 일제히
왜 그리 먼지, 왜 그리 연무원과 승무원들은 보이질 않는지. 물어볼 데도 없고 맞는지 틀린지 확인도 못 한 채  느낌으로 뛰었다. 기차에 타서 우리끼리 헤매다가 자리에 앉을 때까지 승무원은 한명도 보이질 않는다.

-  욕, OO과의 마찰
어렵사리 기차에 타서 열차 칸과 칸 사이 복도에서 좌석확인을 하기위해 잠시 전달사항을 얘기하는데, OO이 " 왜 안앉아 좆같네." 라고 한다.
OO은 샘한테 욕한 게 아니라고 했다.
맞다. 배낭메고 힘들게 뛰고 자리찾는다고 헤메고는 이제 자리에 앉고 싶은데, 앉지 않고 주의사항 전달하는 지금의 상황을 보고 욕한것이다.
하지만 그 상황속에는 항상 사람이 있고 그 욕은 상황이라는 놈이 듣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듣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 프랑스 들판과 기차역 스케치
떼제배에 앉아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없는 너른 들과 해바라기밭, 포도밭, 밀밭, 그 사이이로 드문드문 집이 있는 풍광이다.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창밖의 이런 평화로운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내머리속은 OO의 욕때문에 머리가 복잡하다.)
보드로(이름보면 알겠지만 포도주로 유명한 곳이다)역에 도착했다.
기차역 주변의 모습이 재밌다. 다들 짐이 엄청 많고, 개와 가족과 이별한다고 끌어안고 난리다. 고속철도인 떼제배가 드나드는 역에서도 이렇게 자연스런 행동들을 볼 수 있다니.
우리나라 KTX역에 개들 끌고 들어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인데, 거기서 끌어안고 뽀뽀를 해대는 모습이라니.

프라스 여자 2명이 탔다. 언듯 봐도 10킬로그램은 넘어보이는 무거운 짐을 번쩍번쩍 들어서 올린다. 남자들이 도와 줘야 되는 것 아닌가하며 내가 도와 줄까 생각도 해보았는데, 여기 남자들은 신경도 안쓴다. 서구의 여성이 독립적인 것은 바로 저 힘에서부터 나오는 것은 아닐지....

3시간을 달린 것 같은데, 여전히 들판이고 산 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다. 프랑스는 전형적인 평야지대라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4시간 30분여를 달려서 다시 자그만 지방도시에 도착했다. 엄마와 아들이 재회, 아빠와 딸의 재회, 연인의 이별, 다양한 만남과 이별을 본다. 흥겹다. 저들은 내가 이렇게 지켜보고 있다 줄 모르겠지, 기록까지 해가며 보고 있는데.
아빠가 딸을 만나서 꼭 껴앉는 모습에서 여울이와 무아가 생각났고 불현듯 보고 싶어졌다. 이제 겨우 며칠 지났는데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바욘에서 열차를 갈아타고 생샹으로 생샹이 가까워지면서 산이 나타난다. 피레네 산맥이 가까워지는 걸 알려준다.
여긴 산들도 우리나라 산과 느낌이 참 다르다. 다름에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다른 것이 좋은 거이여~!

- 생샹피드폴에서 동네구경
생샹의 숙소에서 정문으로 나가면 관광객들로 붐비는 번화가이지만, 숙소의 뒤문으로 나갔다.
개울을 따라서 동네 사람들과 캠핑족들이 놀고 있다. 산책을 하며 걷다가 다이빙을 하는 다리를 발견했다.
동네 아이들과 함께 다이빙을 했다.  쌍용계곡의 우리 아이들이 다이빙 하는 곳보다 높았지만 덜 무서운 곳이었다.
초딩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다이빙 하는데 내가 안할 수 없지.
다시 숙소(알베르게)로 돌아가서 아이들을 이끌고 와서 다이빙을 즐겼다.
모두들 겁먹고 다이빙할 엄두를 내지 않는데, 단한명 망설임없이 뛰어내린 친구가 있었으니.....
박나영이었다.
한무리의 동네 아이들이 가고 다른 무리의 아이들이 와서 다이빙을 한다.
역시 동네 아이들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지중해 부근의 아이들이 여기로 여름 휴가를 온 것이었다.
그들의 아빠들이 아이들을 찾으로 왔다가 우리와 인사를 했다.
집으로 초대받았다.  냅다 갔다.
우리 아이들보고 가자니깐, 다들 발뺌을 하고 박나영과 방푸른만이 함께 갔다.
이런 기회를 거절하다니.....
그 아빠들 중에 한분의 할아버지가 바로 생샹이 고향이었고, 그 집이 아직도 남아 있단다.
그들은 지중해 바로 옆에서 살고 있어서 바다는 너무 질려서 여름이면 여기 산으로 휴가를 온단다.
그집은 200년도 더 된 고택이었지만 그대로 쓸 수있는 집이었다.
나도 알베르게 같은 숙소가 아니라 일반 가정집의 안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집안 여기저기를 샅샅히 구경하고, 그들 세가정의 모든 가족들과도 인사를 나눴다.
정말 정겨운 경험이었다.
그들의 주소와 연락처를 챙기고, 담배 한보루를 보내주마고 약속하며 언제라도 놀러가면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흔쾌히 예스라는 답변을 듣고 헤어졌다.
이제 지중해에 놀러갈 수 있는 친구도 세명이나 만들었다.
마음만 조금 열면, 여행에서의 만남은 이렇게 새끼를 치며 나의 인간관계를 넓혀준다.
지중해라~!

덧붙이는 글 산티아고가는길중에서 가장 대중적인 프랑스길의 출발지인 생샹피드폴(생장피포르)에 가는 길에서 프랑스인들과 프랑스풍경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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