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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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규(hanbong)등록 2012.10.24 21:01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인사는 제 말을 제 글로 쓴다. 제 글이 바로 한글이다. 한자는 중국글자다. 한글이 나오기 전에는 한자가 나라글자 노릇을 해 왔다. 그러나 세종대왕이 훈민정음(한글)을 창제하였다. 이후 우리 민족 대다수가 한글을 국문으로 사용하자, 19세기말 고종 임금도 한글을 국문으로 인정하는 법령을 공포하기에 이르렀다. 한글은 대한민국의 국어를 표기하는 공용문자다.
자기나라의 말을 제 글로 쓰도록 제정한 국어기본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니, 기가 막힐 일이다. 1948년에 제정된 한글전용법은 1895년에 반포된 고종 칙령 1호(공문서는 국문을 주로 하여 쓴다)를 계승한 법률이다. 그 뒤 한글 전용법을 진전시킨 법률이 2005년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이다. 국어기본법 제3조 제1호의 규정("국어"란 대한민국의 공용어로서 한국어를 말한다.)과 제2호의 규정("한글"이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과 제14조 제1항의 규정(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은 독립국가의 면모를 잘 드러내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멀쩡한 법률이다.

1946년 덕수궁에서 열린 한글날 기념식을 마치고 1945년 8월 17일 함흥감옥에서 풀려난 최현배와 이극로가 주도하여 한글날 행사를 거행하였는데, 2만여 명에 달하는 많은 시민이 참여하여 국경일을 빛냈다. ⓒ 한글학회


이번에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라는 단체가 국어기본법을 폐기하고자 10월 22일에 헌법소원을 제출하였다. 그런데 이 단체에 들어간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전통문화연구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은 국어학술단체가 아니다. 한자교육홍보단체에 불과하다. (사)한국어문회도 1990년에 등장하여 한글전용법을 폐기하고, 지금까지도 국한혼용체의 문자생활만을 하도록 국민에게 강요하여 온 단체이다.
이들 단체와 감지연 외 332명의 청구인들은 현행 국어기본법 조항 때문에 초·중·고등학교의 국어 교과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하고 있기에, 위헌이라고 주장하였다. 이들의 주장은 다음과 같이 문제가 있기에, 이를 낱낱이 반박한다.
첫째, 현재 학교교육에서 한자교육을 배제하였기 때문에 학생의 인격을 침해하고 있고 학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나, 전혀 근거가 없다. 현재 초중고 국어교과에서 한국말의 어휘 속에 들어 있는 한자어에 대해 충분히 교육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초등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인 재량활동, 특별활동을 통해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아울러 한자교육은 중고등학교에서 한문교과에서 가르치고 있다. 한자 교육과 한문 교육은 현재 중고등학교의 정규 교육에서 충분히 받고 있다. 현재 초등학생들은 많은 교과목으로 힘들어 하고 있고, 얼마 전에는 영어 과목까지 신설되었다. 학습 부담이 많은 초등학생들에게 정규교과로 '한자'교과목을 신설하여 가르칠 필요가 있겠는가?
둘째, 국어기본법이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헌법 제9조의 '국가목표규정'을 위반하고, '문화국가의 원리'를 어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국어기본법은 제 말을 제 글로 적게 하여 '전통문화의 계승 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이라는 헌법 제9조의 '국가목표규정'을 준수하고 있고, 한글전용으로 대한민국 국민 5천만이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주었기에 '문화국가의 원리'도 지키고 있다. 따라서 국어기본법은 헌법의 가치를 잘 준수하고 있는 법률이다.
현재 남과 북의 모든 책은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로 편집되어 있다. 그러나 20세기는 그렇지 못하였다. 한자가 섞인 국한문혼용체의 문장과 세로짜기로 된 책이 상당하였다.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로 문자생활을 하게 된 과정은 참으로 지난한 것이었다. 한글 전용과 가로쓰기를 주장한 국어학자 주시경의 노선을 조선어학회의 선열들이 일제시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각고의 노력을 통해 연구 정리하여 보급해온 덕분이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일제의 탄압을 받은 인사들의 모습 우리말과 우리글(한글)을 수호하는 언어독립투쟁을 전개한 최현배, 이병기, 정인승, 김윤경 선생 등의 모습이 보인다. ⓒ 한글학회


셋째, 이들은 한글과 한자가 대한민국의 국자라고 주장하며, 이 규범이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강변하였다. 공문서 작성에도 한자를 자유롭게 혼용하여 사용하고, 심지어 한자를 쓰고 괄호 안에 한글로 그 음을 표기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은 궤변에 불과하다. 한자는 중국글자여서 국자가 아니기에 틀린 주장이다. 우리말 가운데 한자어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는 주장도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 한자어가 70%라는 주장은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어사전>(1920)에 뿌리를 둔 것이다. 침략자의 주장을 신뢰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한자어를 국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해서, 문자 생활을 한자로 할 필요가 없다. 한자를 섞어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한자를 모르는 국민이 문자생활에서 소외되고 차별받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가 읽고 쓰는데 차별받지 않아야 민주국가이기에 그렇다.
아울러 관습헌법이 성문헌법에 우선한다고 볼 수 없다. 성문헌법에 의해 전 세계의 역사는 진전해 왔다. 우리역사도 마찬가지다. 느닷없이 21세기에 관습헌법을 들먹여야 하겠는가? 역사의 후퇴를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국민 누구나가 아는 제 글자인 한글이 있는데, 중국글자인 한자를 자유롭게 혼용하자는 주장을 민주공화국 시민이 내세울 일인가? 더구나 문자생활에서 한자를 내세우고 괄호 안에 한글로 표기하자는 주장이 독립국가의 국민이 내세울 주장인지,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들 단체와 청구인들의 한자교육 강조와 국한문혼용체의 문자 생활 주장은 너무도 시대착오적이며 시대역행적 주장이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현재의 국어기본법을 훼손하려는 저들의 시도에 대해 우리는 가칭 '국어기본법 전국수호모임'을 결성하여 강력히 반대투쟁을 전개할 것이다. 시민 여러분께서도, 현재 일어나고 있는 국어기본법 훼손 기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편리한 한글전용의 문자생활을 훼손하는 수구세력의 작태에 대해 많은 국민이 관심을 가져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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