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가 미워도 너~무 미워

주어가 없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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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식(choyong1)등록 2012.11.07 15:52
모 방송국에서 하는 힐링캠프 타블로편을 보았다. 충격이었다. 잘못된 확신에 사로잡힌 대중이 한 개인을 어떻게 파멸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설사 그 대중이 진실에 근거한 문제 제기를 했다고 해도 그 끔찍함은 달라지지 않는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학벌 문제가 얼마나 중요하게 다루어지는지 또 그런 학력을 위조하는 일이 얼마나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인지 모르는 바 아니다. 필자의 견해와 관계없이.

미국의 명문대를 나오고 힙합 가수를 한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대중'에 의해 그에 대한 신상 털기가 이루어졌고 졸업생 명단에 이름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20만 명이 넘는 대중이 그에게 '너를 증명하라'고 다그쳤고 타블로는 졸업증명서는 물론 동창생들의 영상까지 찍어 '자신을 증명'했다. 또한 지도 교수들까지 나서 이를 거들었다. 그러나 '대중'은, 증명서는 위조되었고 동창생과 교수는 모두 연기자라고 몰아세웠다. 이 문제를 집중 취재한 다큐멘터리까지 조작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재판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들이 모두 허위 사실 유포 죄로 실형을 선고 받았고 타블로는 진짜 '힐링'이 필요한 상태에서 그간의 고통을 눈물 흘려가며 털어놨던 것이다. 그러나 방송이 나간 후 그 '대중'은 여전히 문제를 제기하며 '역겹다'는 댓글을 주렁주렁 달아놓았다.

도대체 그들은 어떤 진실을 원하는 것일까? 타블로는 더 이상 어떻게 자기 자신을 '본인'이라고 증명해야할까? 그들은 진정 진실을 원하기는 하는 것일까? 타블로가 스탠퍼드를 나왔든 안 나왔든 도대체 그것이 왜 그렇게 중요한 것일까?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한창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빼고는 죄다 빨갱이 후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국어사전에도 없는 종북좌파란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한 대화록이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보자고 한다. 당시 국정원장 등이 '그런 대화록은 없다'고 하니 국정조사를 하자고 한다.

남이 하면 야합이고 자기들이 하면 통합이란다. 5년 전 당선된 대통령의 '747 경제 비행기'는 이륙도 못하고 두 동강 난지 오래 됐는데도 그의 '아류'들이 여전히 서민의 삶을 지켜줄 것이라고 얘기한다. '북괴의 소행'으로 천안함이 박살나고 휴전선을 넘은 이북 병사가 노크 귀순을 해도, '총도 쏠 줄 모르는' 국군통수권자가 각죽 잠바에 망원경 걸치고 '목숨 걸고 NLL을 사수하라'고 명령하는 순간 모든 잘못은 빨갱이들이 저지른 것이 된다.

국민의례를 안 하고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고 빨갱이란다. 그런 정당과는 연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유력 대선 후보도 있다. 학교 폭력도 전교조 때문이고 촛불 시위의 배후도 전교조란다.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승차는 복지고 초등학생들의 무상급식은 공짜 심보란다. 참정권은 보장해야 하지만 투표 시간 연장은 정치 공세란다. 노무현의 4년 중임제 개헌 제안은 참 '나쁜' 것이고 박근혜의 제안은 정치 쇄신이란다.

주어가 없는 말보다 더 무섭다. '때문에'도 없고 '그래서'도 없다. 정교한 논리는 집어치우고라도 '팩트'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팩트'가 있다해도 논쟁할만한 가치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선동이고 곡학아세(曲學阿世)고 또 이를 따르는 부화뇌동이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약칭 '타진요'의 중심 네티즌들이 한 연예인과 그 가족을 고통에 몰아넣고 파괴시켰다면, 단 한 줄의 합리적 근거와 논지도 내놓지 않은 채 정치적 선동을 일삼고 있는 또 다른 '사회적 타진요'들이 우리 사회 전체를 고통과 파멸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법정 소송에서 승리한 타블로처럼, 합리적이고 사회적으로 조직된 지성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지만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울산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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