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시한부 선고... 사라져가는 사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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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나(elloon13)등록 2012.11.13 18:25
전 세계적으로 2주에 하나씩 방언이 사라져 가고 있다. 세계적 분위기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사투리"도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언어학자들은 최소 2, 30년 이내, 빠르면 5년, 10년 안에 우리의 사투리가 그 자취를 감출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으로 사투리가 촌스러운 언어이며 고쳐야 하는 버릇이라는 인식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은 면접을 위해 사투리를 '교정'하는 웃지 못 할 현상까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은 한 초등학교 국어 시험에 실제로 출제된 문제이다.

"다음 중 빈칸에 들어갈 말로 알맞은 것은?"

다람쥐는 알밤을 (    ) 좋아한다. 제시된 네 개의 단어, 겁나게, 허벌나게, 억수로, 매우 많이 중 답은 "매우 많이"였다. 사실 위의 문제에는 제시된 네 개의 단어 모두 쓰일 수 있다. "매우 많이"는 표준어는 옳은 말, 사투리를 틀린 말이라는 그릇된 인식에서 나온 답이다.

사투리는 표준어의 잘못된 모습이 아니다. 사투리는 그 지역의 소통언어로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 사투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흔히 나오는 말로 언어인권이라는 말이 있다. 언어인권이란 언어가 사회에서 어떤 위상을 갖고 있느냐로 그 지역의 사람들의 인권과 위상이 결정된 다는 개념이다. 언어인권의 관점에서 볼 때, 사투리를 교정해야 할 잘못으로 보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사투리는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지역의 주권이다. 지역색을 보존하고 사투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투리를 표준어의 잘못된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투리를 공식적인 언어로 규정하고 공식 석상에서 사용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또 사투리 전문교재를 만들어 사투리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조성된 영어마을처럼 사투리 마을을 조성하여 다양한 사투리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서울 사람이 전라도 사투리를 따라 해보고 경상도 사람이 강원도 사투리를 배워 봄으로서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사라져 가는 사투리를 보전하는 일은 국가적으로 시급한 문제이다. 때문에 국립 국어원에서는 사투리를 조사해서 기록하여 보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음성자료 뿐만 아니라 종이에 기록하거나 영상을 취재해서 남기기도 한다.

요컨대 우선적으로 우리는 표준어가 옳은 언어이고 사투리는 틀린 언어로 생각하고 고쳐야 하는 잘못된 버릇으로 여기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나아가 표준어의 경계를 허물거나 해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언들이 지역의 소통언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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