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사회

[서평] 내 아들이 죽었습니다

검토 완료

정지연(sado1011)등록 2012.11.18 11:22
제목 자체가 자극적이라 처음 읽는 사람에게는 여러모로 거부감을 줄 수 있는 책이다. 얼핏 보면 호러나 스릴러 소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책들과는 조금 다른 책이다. 무엇보다 가해자의 심리를 다룬 글들은 많아도 피해자에 대해 직접적으로 조명한 글은 그리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소설이라는 장르가 아니라 일종의 고발서나 논픽션에 속하는 글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절절한 심정을 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읽는 이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었던 책이라 말해야 할 것 같다.

1997년 일본 고베에서 14세 소년이 초등학생을 잔인하게 죽인 엽기적인 살인사건(일명 '사카키바라 사건')이 일어났다. 프로 저널리스트인 오쿠노 슈지는 이 사건을 계기로 30년 전에 있었던 유사한 사건을 알게 되었고, 당시 미성년자였던 가해자 소년의 행방과 피해자 유족을 덮친 비극을 세밀하게 추적하기 시작한다. 작가가 9년간 피해자의 가족과 사건 관련자들을 수십 차례 만나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밝혀낸 가해자의 행방, 그리고 피해자 가족의 고통은 너무나도 충격적이다. - 소개글 중에서

어떻게 보면 우리는 피해자에게 너무 큰 책임을 전가하는 것 같다. 피해자에게 죽어도 싼 놈이라거나 자신의 업보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성(性)과 관련된 범죄에서는 행실의 문제를 든다. 그리고 쉽게 피해자를 잊는다. 범인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그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그들을 교화하는데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면서 피해자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 하나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 사형이란 형을 받은 사람들의 생명을 위해 사형제 폐지를 논하는 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피해자를 위해 어떤 노력을 했냐고.

생명의 경중을 따질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사람을 죽였으니 너 역시 죽으라는 말도 아니다. 다만 사람들의 시선도 그러하거니와 제도 역시 조금 더 피해자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심각한 물음을 던지는 책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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